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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2회 국민강좌] 법고창신 - 국학원
icon 정길선
icon 2012-04-03 17:11:45  |  icon 조회: 2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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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2회 국민강좌] 법고창신 - 국학원

[2회 국민강좌] 법고창신
주강현



법고'란 옛 것을 본받는 것으로서 옛 자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고 '창신'이란 옛 것을 버리고 새로이 창제하는 것으로서 상도(常道)를 벗어나기 쉬운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예 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통할 줄 알고 새로이 창제하면서도 근본을 잃지 않으면 새로운 창조문화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요즘 세계여론은 우리가 개고기 먹는 것을 매도하고 있다. 우리는 예로부터 먹어오던 대로 살아왔다. 우리나라사람들은 가축으로서의 개를 먹는 것이지 애완견을 먹는 것이 아니다. 중국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못 먹는 세 가지를 하늘에서의 비행기와 전투기, 물속의 잠수함을 빼곤 육지의 것은 다 먹되 네발달린 책상과 의자는 고려중이라는 우스개 말이 있다. 그만큼 모든 것을 다 먹는다는 말이다. 중국의 온갖 동물의 종류와 요리법의 다양함에도 유독 왜 우리나라의 개고기 요리가 세계인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는가?

음식은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인도에 가면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꼭 힌두교를 믿는 종교 때문만이 아니라 타산적이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을 그대로 퍼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그 곳은 물이 좋지 않아 물을 끓여 먹어야 하는 곳이다. 땔감이 부족한 나라이어서 소똥을 말려 메탄가스를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소고기를 먹게 되면 수억의 인구가 하루아침에 굶어죽을 수 있다. 가난해서 비참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복지혜택을 위해 종교적인 율법으로 소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묶어 놓은 것이다.


중앙아시아에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지금은 사막지대로 변했으나 로마사를 보면 그 곳은 습하고 활엽수가 많은 수림지대로 야생돼지가 많았었다. 사람들의 쟁탈전이 야생돼지의 멸종과 사막화를 가중시켜 법으로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대신 그 곳 사람들은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 우리는 지금 양고기를 먹지 않지만 고려시대 때만해도 선조들은 양고기를 많이 먹었다. 지금도 불란서에서는 양고기구이가 고급요리에 들지만 현재의 우리와는 문화적으로 맞지 않을 뿐이다.


몽고 시베리아에서는 스태미너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 말고기를 날로 즐겨 먹는다. 보통 음주 후엔 갈증이 나는데 말젖술은 갈증이 전혀 없다. 징기스칸이 키미스라고 하는 말젖술을 먹고 전쟁에 임했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있다고 본다.


이렇듯 음식문화는 다양하다. 우리가 먹지 않는다고 양고기나 말고기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문화권에서는 그 것이 제일 훌륭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서양인이 우리가 개고기 먹는 것을 야만인이라 비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우리말에 음식을 앞에 놓고 평하면 복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음식을 탓하지 말고 먹기 싫으면 먹지 않으면 된다. 다양한 문화는 지역의 역사와 사상과 환경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내 문화와 다른, 남의 문화 남의 식탁을 함부로 평하면 안 된다.


원시, 미개, 야만, 토속이란 말들은 문명이 발달했다고 자부하는 서양인이 만든 낱말이다. 아메리카대륙을 콜롬부스가 발견했다고 역사에는 기록되어 있다. 신대륙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당시 그 곳의 1억이 넘는 원주민은 발견 당한 것인가? 물질문명의 발달만으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개하다고 하는 제국주의적 우월감은 문명과 야만이라는 담론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진정 우리 것은 무엇인가?
동남아의 같은 지역 내에서도 우리는 한 중 일로 분류하는 사고방식에 젖어있다. 이 틀을 깨고 다양한 문화를 인정할 때만이 함께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만주에는 지금도 소수의 만주 언어를 사용하는 만주족이 있으며 일본의 야마또족, 홋카이도의 아이누족 주치족, 에벤키족, 나나이족이 있고 오끼나와에는 류구족이 있다. 이 류구국은 1890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직거래를 하던 독립된 국가였다. 대만에도 복건성에서 귀화한 대만족과 고산족이 있다. 중국의 수많은 소수민족을 제한다고 해도 북방의 민족을 포함해서 30여개의 민족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의 민족들은 각각 고유의 문화와 사상을 이어 온 토착민들이다. 그 종족 중의 한 민족인 우리도 고유의 전통사상을 갖고 있다.

우리고유의 전통사상은 무엇인가?
요즘 학자들 간에 무언의 합의가 있다. 청동기시대에 동북지방에서 뜨거운 열풍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청동기시대는 바로 단군시대로 단군은 샤먼으로 샤먼국이었다. 샤머니즘을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족집게 무당을 떠올리지만 그 시대엔 신정일치(제정일치)시대로 지금과 스케일이 다른 대단히 발달한 종교와 정치를 통치한 지도자 국가였다.


샤머니즘의 발달은 러시아 쪽으로는 숲과 호수가 많아 도시국가가 건설되지 못한 작은 고을 수준에서 자연과 인간과의 교감발달로 달, 새, 우주의 신처럼 자연신으로 발전되었고 우리나라는 신의 존재가 확실하게 발달했다. 대청에는 성주신, 부엌에는 조왕신, 애기 날 땐 삼신, 천륭신, 지신, 문신, 우물신, 당산, 서낭 부군까지 모두가 신이 아닌 것이 없고 임경업 장군 신, 남이장군 신, 심지어 전태일 신 등, 신의 존재가 확실한 의식으로 발전 해 왔다. 지금도 시베리아나 우리에게는 기본적으로 샤머니즘이 깔려있음을 볼 수 있다.


당산제를 지낼 때면 양식이 유- 세차-로 시작하는 유교식이지만 처음에 삼신을 모시고 그 다음 당산 신을 모시며 제를 지내는 내용도 유교와 무당식의 샤만이 혼합되어 있다. 그런데도 유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한다.

우리의 선풍은 어디로?
단재 신채호선생은 우리나라에 불교가 보급되면 조선의 불교가 되지 않고 불교의 조선이 되었고 유교도 조선의 유교가 아니라 유교의 조선이 되며 조선의 기독교가 아니라 기독교의 조선이 되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안타까워했다. 유학자들은 모든 것을 유교적으로 본다. 불교인은 불교적으로 기독교인은 기독교적으로 언제부터인가 이 땅의 모든 이들은 사상의 꺼풀을 덮고 우리의 전통 신앙은 모두 미신으로 몰고 갔다. 불교나 기독교는 다 괜찮은데 왜 우리의 전통문화만 미신으로 전락했는가? 우리가 우리 것을 인정하지 않고 미신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강했다.


새마을 운동을 하며 침구사 제도를 없애고 초가집을 없앤 것은 상당한 우리문화의 손실중의 하나다. 문화와 문화의 만남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나 고려할 틈도 없이 갑자기 뜯어고치는 개혁은 우리지붕문화의 정체성을 잃게 만들고 한의학의 퇴조로 동양의학을 다시 역수입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우리 모두의 무지 탓이다.

우리는 한옥, 한복, 한식 등 우리 것을 뜻하는 ‘한’자를 붙인 말을 써서도 안 된다. 1910년경 서양인들이 처음 들어 와 지은 집을 우리는 서양 집, 양옥이라 했다. 처음 들어온 중국요리를 청요리, 서양음식을 양식, 옷은 양장. 양복 이렇게 새로 들어온 문물에 서양이란 양자를 붙였었다. 이 서구문물이 밀려들면서 이젠 오히려 우리 것이 특정한 것이 되어 버렸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내 것인데도 남의 눈으로 보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먹고 입고 자는 것조차 한식 한복 한옥이라 한다. 우리의 옷은 특정한 날 집에서 절이나 받는 옷, 아니면 감옥에서나 입는 옷으로 변했다. 우리의 가치관이 담긴 사상 또한 외국인의 입장에서 말하는 한국학이라 불리고 있다. 이것은 지난 100년 동안 외부의 종교와 제국주의적 사상으로부터 우리문화가 강간당하고 유린당한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컨텐츠 시대이다.
20세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것은 서태지라고 한다. 하지만 가장 성공한 문화는 음료개혁의 시초가 된 식혜라고 생각한다. 식혜는 빨리 시어서 설날이나 행사가 있을 때만 먹는 음식이다. 이런 음식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 없이 먹을 수 있도록 깡통에 넣는다는 생각은 대단한 발상이다. 깡통은 오로지 콜라나 사이다의 전유물로 알고 있었을 때다. 식혜가 성공하자 수정과가 나왔고 배가 나오고 매실혁명이 일어났다. 민족음료가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처럼 민족음료가 성공을 거둔 예는 세계에 다시없다. 우리민족음료의 종류와 그 양이 얼마나 많으며 사람들에게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잘 알 것이다. 이것은 대사건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마이클잭슨이 우리나라에 와서 고추장대신 케찹뿌린 퓨전 비빔밥을 먹고 난 후, 세계인에게도 비빔밥은 인기가 높은 음식이 되고 지금은 기내식으로도 개발되었다, 김치도 일본에 한 발 늦긴 했지만 사스에 면역력이 높은 우수상품으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건강식이 되었다. 20세기에 서양의 물질문명아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시던 서낭신, 산신, 지신 등 전통신앙이 ‘미신’으로 치부되고 짓밟혔지만 이제는 문화다원주의의 시각을 갖고 전통문화 속에 있는 무형문화를 발굴하여 그 안에 담겨있는 정신문화를 되살려야 한다.


사찰을 찾은 외국인들은 사찰의 석탑이나 사찰의 규모보다 사람들의 예법이나 예의바름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 사물놀이나 판소리, 가야금 명창 등 음악분야도 뛰어난 무형문화이다. 음식, 춤 등 이러한 모든 것이 무형문화재로 여기에 법고창신(法古倉新)을 제대로 대입한다면 우리 문화 세계화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가 문화강국이 되려면
전 세계에 태권도가 누비고 인도의 명상이 널려있듯 앞으로는 유형보다는 무형문화를 개발해야 하는 시대이다. 유형문화재는 탈취 당했지만 행동으로 보이고 사고해야하는 장인솜씨는 어느 나라도 빼앗아 갈 수가 없는 자산이다. 미래는 문화컨텐츠 시대로 자본이 없는 우리나라는 우리만의 특색 있는 컨텐츠의 개발만이 문화강국으로서 살아남는 길이다.


우리가 문화강국이 되려면 우리, 한국인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샤머니즘이 바탕에 깔려있는 샤먼적 기질이 강한 민족이다. 샤먼적 기질은 장엄한 것을 좋아해서 무엇이든 세계 최고, 최대를 좋아한다. 그 역동적인 기질이 때론 월드컵 때처럼 집단적인 광기로 나타날 수도 있고 IMF때처럼 국난을 극복하는 힘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 경제를 살린 토대는 어려움 속에서도 인재를 만들기 위한 극성스런 어머니들의 교육성 또한 샤먼적 기질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사람처럼 인종 차별하는 민족도 드물다. 타민족과는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일 것이나 미국이나 유럽의 백인들은 인정하지만 아시아의 수많은 노동자나 조선족들에게는 몰인정하게 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세계전쟁의 도화선이 모두가 종교임에도 우리나라는 세계의 모든 종교가 총 집합한 다종교국이지만 종교전쟁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불교도, 기독교도, 유교도, 기타 어느 종교도 아니다. 어떤 종교인이든 내면에 샤머니즘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먹고사는 문제에 치우쳐 도덕지수와 부패지수가 한도를 넘어선지 오래된 것이 문제일 뿐이다.


21세기에 와서도 조선시대의 법고창신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옛것의 우리전통 속에서 민족정체성을 찾고 스필버그가 중국의 만리장성신화에서 힌트를 얻어 ‘뮤란’이란 영화를 만들 듯 삼신할미나 산신령, 선 등 많은 소재로 세계 문화상품으로 창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해야 한다고
2012-04-03 17:11:45
61.32.117.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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