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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13회 국민강좌] 우리고유의 미인론 - 국학원
icon 정길선
icon 2012-04-10 11:36:55  |  icon 조회: 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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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13회 국민강좌] 우리고유의 미인론 - 국학원

[13회 국민강좌] 우리고유의 미인론
백기완 | 민족통일연구소장



평생을 우리나라 통일문제에만 매달려온 본인이 특별히 고유의 미인을 연구한 바는 없지만 70년대 중반에 한 사건이 우리나라 여인의 중요성에 대해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서울의 인구수는 약 700만 명 정도였을 때였다. 각 신문에 서울 인구 중에 웃음을 파는 여자가 60만 명이라는 기사가 났었다. 웃음을 판다는 것은 자신의 몸을 파는, 매춘을 뜻한다. 이 때 본인은 “이것은 거짓말이다. 서울시민의 1할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파는 여자로 메워져 있다면 나라가 아니다. 이런 나라는 뒤집어엎어야 한다.” 고 했다. 그 말로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다. 그 때부터 여자의 중요성과 우리나라 고유의 미인을 정형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그려왔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쁜 여인의 모습을 나네, 도란네, 너울네 라 했다.
'나네'라 부른 것은 옛날 할머니가 아이를 어를 때 “뚱뚱 나네”하던 그 ‘나네’는 언 땅을 박차고 일어나라는 말이다. 비록 우리는 배불리 먹지 못하고 등 따습게 지내지 못했을지라도 ‘아가야! 너는 이 어둠을 박차고 일어서야 한다.’는 신념의 말이다. 그래서 언 땅 속을 비집고 나온 새싹은 가냘프지만 어려움을 극복해야 생명을 부지할 수 있듯 의지와 신념이 단단한 그런 여인을 미인으로 본 것이다.


‘도란네’는 전기도 없고 달빛도 없는 캄캄한 깊은 산속의 오두막집 창으로 흘러나오는 콜클 불빛과 같은 여인이다. 콜클 불빛은 관솔 빛이라 해서 관솔은 소나무가지를 자르면 그곳에 소나무 액(송진)이 머물러 불이 잘 붙는 등걸이다. 화전민은 이 등걸을 쪼개서 밤을 밝혔다. 방안을 밝히기 위해 관솔을 태울 때면 그 작은 불빛 하나가 넓은 산을 은은하게 비쳐주듯 그런 불빛처럼 사려 깊은 여인을 미인으로 보았다.
‘너울네’라 한 것은 너울은 큰 물결이다. 큰물이 나서 이 마을 저 마을 다 떠내려갈 때 건너편 굽이 진 언덕에서 발 묶인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큰물이 흐르는 여울 이 쪽에는 느티나무가 있었고 반대편엔 오래 묵은 은행나무가 있었다. 그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처자(처녀)가 밧줄을 묶고 물로 뛰어들더니 급류에 떠내려가면서도 건너편으로 가서 은행나무에 밧줄을 매었다. 그것을 보고 한 총각도 밧줄을 감고 뛰어 들어 각각 밧줄을 매었다. 겉옷은 물론 홑적삼, 속곳까지 다 벗겨져 맨몸들이지만 길도 없는 물속을 향해 뛰어든 그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살 수 있었다. 없는 길을 만들어 내는 뜻의 ’아리아리‘는 그 처자(처녀)를 말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예쁜 여자를 ’너울네‘라 하는 것은 이렇게 없는 길도 포기하지 않고 삶을 개척해 가는 건강한 여인을 이른다.


이렇듯 우리나라 미인의 기준은 언 땅을 비집고 나오듯 강인해야 하고 관솔 빛처럼 나를 내세우지 않고 세상을 비치듯 조화로움과 새로운 길을 만드는 창조성이 있는 여인을 제일 예쁜 미인이라 했다.


서양미인의 기준은 외적인 형식적 미를 기준으로 얼굴부터 본다. 눈과 눈의 간격, 코와 입의 위치, 신체의 비율 등 규격에 맞는 관능미가 기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외적 미인의 기준은 발끝부터 본다는 뜻으로 ‘물쑥했다.’라고 표현한다. 미인의 발가락은 은어새끼 떼에 입마춤 하듯 아름다워야 하고 다리는 실 여울 같아야 미인의 다리라 했다. 우리나라 선인들의 미적 감각은 참으로 멋지다. 산마루에서 내려다 볼 때 저 아래쪽에 훤히 내려다보이는 냇가에서 급히 흐르는 곳이 실 여울이다. 바로 그 실여울의 흐름 같은 다리를 이름이니 요즘처럼 날씬한 다리와는 다르다.


엉덩이는 창조하고 생산하는 곳이다. 예쁜 여자의 엉덩이는 꽃술을 기다리는 흰 항아리 같아야 미인의 엉덩이라 했다. 꽃술은 진달래술이다. 한잔은 약이 되지만 두 잔은 독이 있어 죽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여인은 시집을 딱 한 번 간다. 미국의 누군가처럼 7-8번 시집을 가도 서양에선 미인이란 소리를 듣지만 우리나라에선 어림없는 말이다.


요즘의 미인의 허리는 과학적인 수치인 인치로 구별해서 가늠하지만 우리의 미인은 넓게 펼쳐진 풀밭에 너울대는 명주필처럼 하늘하늘하고 오들오들 탄력이 있어야 미인의 허리라고 했고 가슴은 무르익은 5월의 언덕과 같아야 한다고 했다.


등에서부터 어깨까지는 이엉 집 마루 골 같아야 한다고 했다. 이엉 집 마루 골은 높이가 빠르게 경사지지 않고 완만해서 비가 오면 또르륵 굴러 떨어지고 눈이 쌓이면 녹으면서 굴러 떨어지듯 미인의 어깨도 이와 같아야 한다.


팔은 산마루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와 강나루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합쳐진 모습 같아야 한다고 했다. 그 안개가 햇빛을 받았을 때 윤이 나는 색을 짐작할 수 있는가?


손은 흰 쌀로 만든 낭아와 같다고 했다. 낭아는 쌀가루로 만든 칼국수를 이름이니 얼마나 부드럽겠는가? 그리고 목은 이른 봄에 바위를 뚫고 나오는 싱아 같아야 미인의 목이라 했다. 바위를 뚫고 나오는 시큼달큼한 싱아는 햇빛을 받지 않아 굵고 히멀겋기 때문이다.


미인얼굴의 눈은 아침 이슬을 머금은 이슬과 같아야 하고 눈썹은 월계 빛 그림자 같아야 하며 이마는 한창 잘 돌아가는 마당 판 같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춤은 두발을 딛을 만큼의 아주 작은 바닥에서도 우주를 아우르고 쓸어내며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내는듯한 춤사위가 있기 때문이다.


예쁜 미인의 코는 새내기가 시어머니 앞에서 처음 빚은 송편과 같고 볼(볼따구)은 복사꽃 흐드러진 언덕과 같고 입술은 무르익어가는 앵두 같아야 한다고 했다. 이빨은 토끼가 물만 먹고 가는 옹달샘에 잠긴 차돌처럼, 하얗지도 않고 누렇지도 않아야 한다. 턱(턱주가리)은 잘 빠진 옥사발 같고 귀는 노을에 빗긴 갓 나온 잎새처럼 야들야들해야 한다. 머리색은 머루 빛 검은머리라 했다. 검은색은 햇빛이 비치면 그 빛을 속으로 품고 빛나지만 머루빛색은 빛을 발로 뻥 차버려 햇빛보다 더 자기의 아름다움의 본 때를 보이는 빛이다.


이렇게 예쁜 여자의 전체적인 모습도 앞에서 본 모습은 저 북만주벌판에서 옥색치마에 자주고름 휘날리며 야생마의 말갈기를 붙잡고 달려가는 여자와 같은 모습이어야 미인이다. 옆모습은 막 달이 떠오르는 언덕처럼 환한 모습이어야 하고 뒤에서 보면 아침 해뜨기 전에 지게를 지고 사래긴 밭을 오르는 처녀 같아야 예쁜 여자다.


이 얼마나 싱그러운 표현인가. 이렇듯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우리들의 미적인식은 눈에 보이는 겉치장의 미가 아니라 자연과 어울리는 조화의 미와 내면에 숨어있는 인품을 우선시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사람은 누구나 다 미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서양은 미인의 척도를 키와 무게, 넓이로 구분하고 있어 미인 되기가 힘들다. 미인의 기준을 가지고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기준의 문화와 우리 문화의 차는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 문화의 기준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땅별 마을은 우주에서도 보기 드문 아름다운 별이다. 이 아름다운 지구별에 현대화가 급속히 번지면서 이상더위나 한파,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재해를 입고 있다. 과학자들의 말을 따르면 지구의 온난화가 점점 오르는 이 시점에서 유추하면 히말라야산맥 인근에 흩어져 있는 50여개의 얼음호수가 녹아내리는 25년 후에는 태평양과 대서양의 온도변화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물에 잠기는 20억 인구의 삶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뀌는가?
전 세계 인구는 60억 명이다. 이 중 약 1/30이 미국인이다 그러나 지구를 온실화 하는 오염물질가스배출은 전 세계의 1/4을 미국에서 내 보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현실의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겠는가? 종교인이 점점 늘어나서 예수님! 부처님! 암만 잡고 매달려 봐 봤자 소용이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자신만의 안정욕구와 권력과 돈은 지구를 상하게 할 뿐이다.


사람의 가치기준이 바뀌면 사람은 물론 모든 게 다 다르게 보인다.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미적인식을 바꾸면 사람 아닌 사람도 보이고 사람이 살 수 없는 모습도 보인다. 미적 깨우침이 있을 때의 눈으로 보면 어둡고 밝은 곳을 구분해서 볼 수 있기에 미적 깨우침은 바로 밝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겉모습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마음을 볼 수 있는 지혜를 우선시하는 우리민족의 미적 감각에서 자연재해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려면 겉과 속이 다 아름다운 세계적인 미적 감각을 발달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인류문명이 아름답게 가꿔질 것이다.
2012-04-10 11: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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