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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27회 국민강좌] 한국의 전통적 가족문화 - 국학원
icon 당산대형
icon 2012-04-20 17:29:39  |  icon 조회: 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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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27회 국민강좌] 한국의 전통적 가족문화 - 국학원

[27회 국민강좌] 한국의 전통적 가족문화
이광규(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최근 우리사회는 가부장적 가족중심의 호주제를 폐지하고 개인중심의 개인등록을 거론하고 있어 가족제도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 가족문화를 이해하고 우리가 지켜가야 할 중심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유교를 중심으로 삶을 영위하고 문화를 발전시켜온, 우리만의 독특한 가족문화는 가족의 역사와 함께 도덕적 가치를 배우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가족이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면서 탄생된다. 아들을 낳고 딸을 낳으면서 가족관계가 형성된다. 한 부부가 2남 2녀를 두었다고 가정하자. 이 한 가족의 관계는 부부와 부자, 부녀, 모자, 모녀, 형제, 오누이, 자매라는 8가지의 친족관계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부부를 중심으로 각자 부모와 조부모를 위시하여 큰집, 작은집으로 나뉘면 백부, 숙부, 당숙, 숙질, 삼촌, 고모, 이모 등 한없이 펼쳐진다. 이러한 실로 기하급수적인 촌수의 친족구성은 우리만의 특징이다.

세상 어디를 가도 늘어나는 가족사는 똑 같지만 어떤 관계를 중심가치로 두느냐에 따라 문화와 전통이 달라지고 가치관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8가지 관계 중에서 부자관계를 제일 중요시하는 가부장제도이다. 동양권이 모두 가부장제도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같은 부계사회라도 관습에 따라 사회제도는 다 다르다.

우리나라 부계사회의 특징은 출생 때부터 주어지는 장자상속으로 장자가 누리는 생활방식과 힘과 권력은 다른 형제와는 비교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장자우대불균등 상속으로 장자만이 호주상속을 계승하고 재산 또한 타 형제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이는 장자는 부모를 모셔야 하고(侍父母시부모) 제사를 지내야 하고 (奉祭祀봉제사) 손님을 맞이해야(接賓客접빈객)하기 때문이다. 가장은 가족의 삶을 관리할 자격이 주어져 자녀의 교육이나 직업선택, 결혼결정권과 아울러 재산을 관리하는 권리를 부여받는다. 이는 부모의 뒤를 잇는 장남의 의무이며 제사불가분의 원칙이란 관습으로 제사를 주관하는 것 또한 직계자손의 특권이다. 이런 막강한 가장은 가족의 대변자로 사회모임이나 제례, 장례식 등에 가족을 대신하여 참석하는 권리가 있음과 동시에 가족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과 피해, 손상에 대한 의무도 함께 진다.

동양의 같은 부계사회라도 일본이나 중국은 우리처럼 친족관계나 상속제도가 다르다. 중국의 상속제도는 완전한 균등주의다. 모든 것을 자녀수대로 똑 같이 나누는 상속을 화분(和分)이라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미처 분배하지 못하고 사망했을 때 싸워서 분배하는 역분(逆分)이란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말들이다. 그 나눔에 있어 얼마나 치열한가 하면 재산을 분배하려고 자식들에게 기별을 하면 모인 며느리들은 부엌으로 가서 식기와 수저 등 가재도구부터 똑 같이 나눈다. 곡식 나눔에도 예를 들어 3형제가 쌀 열 가마를 나눈다면 세 가마 세 말, 세 홉, 삼리씩 나누고도 남는 쌀은 며느리들이 둘러앉아 낱알까지 세어서 나눈다는 말이 있다. 땅이든 다른 살림도 모두 이와 같다. 만약 소가 한 마리밖에 없을 경우엔 우선 큰아들이 갖고 형제들이 매달 돈을 모아 소 한 마리를 사서 둘째가 갖고 다시 모아 그 다음 아들이 갖는 식이다. 이 과정이 길어져 세대가 넘어가는 경우에도 잊지 않고 아버지대의 상속과 할아버지대의 상속을 받는 철저한 원칙의 관습이 중국의 전통문화이다. 그리고 상속 시 형제들이 한 집안에서 살았다면 상속한 후에는 한 집에 살면서도 밥을 따로 해먹는다. 중국인들의 제사문화도 우리와 다르다. 처음엔 제물을 똑같이 마련해서 큰 아들이 지내다가 서로 마음이 안 맞으면 차자들도 따로 나가 위패를 모시고 각각 제사를 지낸다. 제사불가분의 원칙으로 신주는 오직 하나인 우리와는 다르게 아들 수만큼 신주가 늘어나는 중국 조상신들은 제삿밥 찾기에 상당히 바쁠 것이다.

일본도 같은 부계사회이다. 일본은 철저한 단독상속이다. 상속자 외의 차자들에겐 국물도 없다. 물론 일본인들의 70% 정도가 장자에게 물려주지만 일본은 유능한 한 사람에게만 물려주는 전통이 있다. 만약 큰아들이 시원치 않으면 차자나 사위, 데리고 있던 하인까지도 상속자가 될 수 있다. 이 후계자를 ‘아도도리’라 한다. 아버지가 아도도리를 결정할 때까지 집안에 그 있는 머슴이나 아들, 사위 등 그 누구라도 다 경쟁자가 된다. 그러나 일단 정해지고 나면 절대로 항의할 수 없고 선정된 아도도리는 그 이전의 모든 것을 싹 바꾸고 오직 성주에게 100% 충성한다.

같은 동양권이고 같은 부계사회지만 이렇게 다른 상속 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의 단독상속을 수직의 대나무형이라면 우리는 장자 호주상속으로 큰 줄기에서 가지가 퍼져나가 다시 줄기를 이루는 풍성한 소나무형이다. 반면 중국은 자녀수만큼 늘어나는 세포분열 형이다. 상속제도에 맞물린 사회제도로 촌수도 달라진다. 중국에서는 바둑판식 친족관계로 오로지 아버지의 형제, 할아버지의 형제 하는 식이다. 우리말의 숙부, 백부, 삼촌, 사촌 하는 숙질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까운 친족관계임에도 결혼을 한다.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집단을 중시하는 서구와 비교하여 계통이나 유래를 중시하는 우리문화와의 차이는 혼례문제에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서양의 평등한 관계에서 누리는 여자의 권리에 비해 부계사회에서의 여자의 권리가 어찌 보면 불균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양여자나 같은 동양의 일본, 중국여자도 결혼을 하면 남자 성씨를 따르는데 반해 우리나라 여자의 권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우월하다. 이 우월함은 집의 구조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집 구조를 보면 바깥쪽에 사랑채와 행랑채가 있고 제일 안쪽에 안채가 있다. 집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당연히 안채의 안방이다. 이 방은 안주인의 사용공간이며 권위공간으로 중요한 재산을 보관함은 물론 조상을 모시는 제사를 지내고 가족이 모두 모이는 장소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안방은 평상시에 사랑채에서 기거하던 바깥분이 이승을 마감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가부장제도이면서도 여자의 안방권위는 자칫 독단으로 흐를 가장권을 안주인이 통제하여 조절함으로써 남자와 여자가 균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족에 깃든 우리정신사상의 중요한 소산임이 분명하다.

중국은 여자의 권위공간이 전혀 없다. 늙어서 죽는 날까지 할아버지 옆을 떠날 수 없이 한 침대를 사용해야하는 불문율이 있어도 중국의 가장권을 통제하는 사람은 아들들이다. 일본은 남자의 권위가 하늘을 찌른다. 감히 가장권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따라서 일본의 여자는 방을 따로 갖고는 있어도 권위가 없다. 죽는 날까지 할아버지 옆에서 기거하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도꼬마리라 해서 부엌 옆이나 하위공간에서 기거할 뿐이다.

여자들의 권위가 이렇게 제각각인 것은 그 문화적 특성이다. 서양은 부부중심구조로 평등의 원리로 우리가 모든 일을 처리함에 부자를 중심으로 하는 반면 서양은 부부가 모든 것에 앞선다.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우스갯말이 있다. 아내와 아들이 물에 빠졌을 경우 서양은 당연히 아내를 구하는 게 기본이다. 자식은 또 낳으면 되니까,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식을 먼저 선택한다. 호주가 될 사람이고 대를 이을 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의 차이로 서양인이 어찌 우리나라의 기러기아빠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물론 좋은 뜻이 아니어서 없어졌으면 싶은 말이지만 우리문화의 습관에서 빚어진 잘못된 관습일 뿐이다.
세계화를 내세우며 현대를 사는 우리사회는 우리의 모든 문화는 유학을 통해 중국에서 배워왔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옛것은 고리타분하고 세계화에 역행한다는 사고로 우리문화의 우수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서양의 성취주의만 좋아하고 따르려 한다. 하지만 우리의 먹는 식(食)문화나 주거문화 또는 글자나 권리 등 관습을 알고 보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족사상은 화합과 번영을 추구한다. 각자 가족들은 가족의 사상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며 가족의 화합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목표나 선호하는 바가 가족을 우선할 수 없다. 왜냐하면 화합을 끼뜨리기 때문이다. 이런 가족의 화합으로 강한 결속력을 만들어 내고 사람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족을 우선하는 것을 배운다. 온화한 어머니를 중심으로 안정된 가정을, 아버지의 강력한 권력으로 사회를 안정시켜 안정과 번영을 이루는 조화로움을 만드는 토대가 우리 가족문화의 특색이다.
2012-04-20 17: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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