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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34회 국민강좌] 한국정치사상사에서 나타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 국학원
icon 당산대형
icon 2012-04-25 16:20:06  |  icon 조회: 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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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34회 국민강좌] 한국정치사상사에서 나타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 국학원

[34회 국민강좌] 한국정치사상사에서 나타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택휘 |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우리나라 정치사상사는 대체로 조선시대에서부터 근 현대사만 전개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정치사상사의 학술서적들이 별로 없고 일반사회에서 원형이 되는 자료나 활용할 만한 자료들은 더더군다나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갈수록 정치사상과 일반사상과의 분류도 곤혹스럽고 실체와 뿌리가 약해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서양사의 기초사상은 희랍문명으로 본다. 희랍문명의 휴머니즘은 자유로운 인간성 창조정신사상으로 3000여 년 전에 발칸반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도시 중의 하나인 아테네에서 지금의 민주주의가 나왔다. 당시 가장 융성했을 때의 아테네 인구는 약 10만 명 내외로 그 중 7할이 인격으로 취급받지 못한 노예였다. 다만 3만 명만이 아테네 시민이었다. 100여 개가 넘는 작은 도시국가들이 모인 발칸반도에 서 그들이 체계화시킨 교육학, 법학, 의학, 물리학, 화학 등의 기록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당시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정치론에는 양질의 시민이 정치공동체의 구성요소가 되어 정치에 참여하는 Polity를 이상적 민주주의라 했다. 이는 지금의 민주주의가 아닌 민중의 선동 또는 폭동정치를 유발한다. 그러나 민중주의를 거쳐 현대의 민주주의 기초가 된 것은 틀림없다. 그 외에 아르키메데스, 소크라테스 등 각 분야의 학자들이 연구한 체계적인 기록들도 그대로 전수되었다. 그 역사를 간직한 유럽인은 자신들 조상의 문명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긴다.

반면 우리는 우리의 문명과 사상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우리는 대표적인 원리, 본연의 원리사상이 없다. 없는 것인지, 모르는지, 정리가 안 된 것인지 홍익인간이란 단어는 있는데 그 내용은 흐지부지하다. 홍익인간이란 글자 뜻대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것 이외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 글자 뜻만 아는 홍익인간이란 것은 상식의 차원이지 이것을 어찌 사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홍익인간이란 글의 최초기록은 삼국유사에 나온다. 그러나 서양사의 역사보다 훨씬 긴, 반만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한민족의 홍익인간이란 개국이념이 왜 학문적으로 체계화 되어 있지 않았겠는가?

삼국유사 기이(紀異) 왕검(王儉)조선조에 의하면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이래 2천여 년 동안 계승한 건국이념은 신시(神市)시대로부터 전해오는 홍익인간의 이념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인본(人本), 위민(爲民)사상이다. 그것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보편적 행복과 평화라는 이상을 담고 통치자와 국민, 개인과 국가가 일체가 되어 하늘과 조상을 숭경(崇敬)하는 천지합일의 사상이다. 그리고 이 홍익인간의 이념은 광명이세(光明理世-밝은 정치)의 정치사상으로 전개된다. 조화, 교화, 치화의 시대를 연 환인, 환웅, 환검의 「환」과 우리나라 최초의 왕국 「환국」의 「환」은 환하게 밝음을 뜻하는 것으로 밝은 정치의 이념을 표상한 것이다. 고구려의 시조가 태양이 비치어서 수태했다고 해서 그 이름을 동명(東明)이라고 한 것과 신라의 시조를 박혁거세(朴赫居世:밝게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라고 이름 한 것, 그리고 신선한 아침 해의 밝음을 뜻하는 조선이라는 국호는 모두 광명의 이념을 나타낸 것이다. 태백산, 백두산, 장백산의 백(白)과 배달민족의 백의 또한 그러한 이념의 투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그런 우리역사의 대하(大河)적인 사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것은 조선조 말기 일제식민사관에 의해 우리역사가 왜곡과 훼손으로 폄하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탈하면서 자신들이 일등 민족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조선사편수회를 두어 우리역사를 재구성하였다. 물론 우리조상들의 열등성을 부각시키려는 목적이다. 이를 정당화하려고 사실은 기록하지만 이념적인 논리는 배제하는 실증사학을 들여왔다. 그 실증사학으로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에서 편찬한 조선사 37권은 일제침략자의 사각에서 융성했던 문명의 우수성과 팽창된 우리역사를 약화시키거나 축소하고 침략 받았거나 불미스런 사건은 극대화 시킨 식민사관의 기본적인 역사기술방법으로 만든 책이다. 그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배우고 있는 국사이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사상을 모르고 우리역사를 모르는 것이다. 모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근 현대사도 거꾸로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친일파를 청산하고 과거사를 정리함은 우리가 우리 것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세우기 위함이다. 지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위정척사(僞裝拓士)나 동학을 주도한 사람들을 망국의 대열에 앞장 선 사람이라 하고 개화파는 높이평가하고 있으며 세계정세를 모르고 당쟁만 일삼았다는 조상들의 무능을 탓한다. 그러나 그 모두가 일본인의 입장에서 쓴 역사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 속속 각종 지시사항문서나 영수증이 노출되고 문서가 해제되어 증거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제 실재(實在)를 신화(神話)로 만든 단군사화(史話)는 이제 그것이 신화냐 사론(史論)이냐 하는 논쟁단계는 지나갔다. 이미 그것을 뒷받침하는 청동기문화의 유물이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고대희랍의 휴머니즘이 정치사상으로 제일 먼저 발전되었다고 하지만 고대 희랍문명이전에 희랍보다 더 앞서는 동양정치사상으로서의 휴머니즘「홍익인간」사상이 있다. 서구사상의 휴머니즘의 중심개념을 「홍익인간」으로 보는 것은 우리현실을 보면 짐작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의 모든 종교가 다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다. 이는 모든 종교를 다 수용할 수 있는 폭 넓은 바탕사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민족에 의한 국가 창건이념인 한민족 고유의 정치사상은 보편적이고 사해동포주의로서 인권과 박애(博愛) 상생(相生)사상으로 개방적인 사상이다. 중국의 「중화中華」「대화大華」사상은 가장 오만불손한 말로 제일 으뜸 문명이란 뜻이다. 중국에 기독교가 전파된 것은 당나라 때였다. 천년이 넘었지만 국민의 1%만이 기독교도 일뿐이다. 56개의 소수민족과 함께 한 국가를 이루고 각 민족의 문화와 주민자치를 허용하면서도 공산당이란 정치이념으로 기독교가 발붙일 수가 없었다. 일본도 기독교 유입이 900년이 넘었지만 1억3천만 명 중 구, 신교 합해 300만 명으로 중국과 다를 바 없다.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전파된 것은 불과 100년 정도이다. 우리나라 총 인구 4700만명 중 구, 신교 합 1200만 명이 기독교도라 한다.

선택받은 민족만의 종교로 회교도나 유대교는 세계종교가 될 수 없지만 불교가 전 세계인의 종교가 될 수 있는 것은 보편적인 사상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불교뿐만 아니라 개신교의 600여 종파와 함께 세계의 모든 종교가 다 들어와 함께 공존하는 종교의 천국이다. 우리사상인 홍익인간이 개방적인 민족정신으로 진리를 모두 받아들인 결과이다. 우리의 민족정신 홍익인간이 편협하지 않고 만인이 함께 사는 상생사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역사 속에서 우리고유의 사상과 유교, 우리고유의 사상과 불교, 우리고유의 사상과 기독교가 접해서 만들어진 문화를 다듬고 정제하면 본연의 우리 홍익사상이 드러날 것이다. 문화이외에도 정치, 경제, 철학, 사상, 미학, 등 다각적인 연구를 하여 이론화하고 통사적, 통론적 체계를 확립해야 할 때이다.
2012-04-25 16: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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