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의학-(2)
심신의학-(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03 18: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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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원/남해 들꽃 자연의학센터 원장ㆍ미국 가정의학 전문의ㆍ전 미국 의과대학 교수

마음의 고통이 신체적 질병을 초래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관찰되고 보고되어 왔다. 하버드대학의 생리학자 월트 캐논은 스트레스가 우리 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했다. 그는 외적인 위협에 대해서 우리 신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투쟁 혹은 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라고 명명했다. 스트레스와 맞서서 싸우는 반응을 보이든지, 아니면 안되겠으니 도망하자는 쪽으로 우리 몸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을 때 우리 몸은 카테콜라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이 스트레스에 맞서 싸울 수 있게 하거나 도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트레스가 나쁜 것은 알지만, 사실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다면 우리 몸과 마음이 나태해지고 탄력을 잃을 수 있다. 짧은 시간의 적절한 스트레스는 우리를 긴장되게 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끊임없이 지속되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이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중에서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한다. 만성적 스트레스의 가장 큰 문제는 면역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면역력에 관여하는 백혈구의 활성도가 급격히 줄어들어 감기 같은 각종 감염 질환에 잘 걸리게 한다. 우리 몸에는 하루에 수천개에서 수십만개의 암세포가 자연적으로 만들어 지는데, 모든 사람이 다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백혈구중 NK세포가 그 암세포를 다 잡아먹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NK세포의 활성도를 떨구어서 암세포를 잡아먹지 못하게 한다. 모든 암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는 심장박동과 혈압을 높이고 부정맥을 유발한다. 소화활동이 비정상화 되어 설사나 경련을 일으킨다. 또한 지속적인 두통이나 근육통을 유발한다.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두통이나 근육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이다. 또한 뼈에서 칼슘같은 무기질을 빼내어서 골다공증을 일으킨다.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것중 가장 나쁜 것은 혈액을 응고 시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거나 신체 어느 부위가 절단되면 혈액응고 시스템이 가동되어 출혈을 멈추게 한다. 스트레스는 마치 우리 몸의 한 부위가 떨어져 나간 것 같은 정도로 인식되어 진다. 혈액이 응고된다. 우리나라의 40~50대 건장한 사람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급사했다면, 거의 대부분 응고된 혈액이 관상동맥을 막아서 일으키는 급성심근경색 때문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급하고 어떤 사람은 느긋하다. 타고난 성품이 급하던 느긋하던 간에 건강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타고난 성품 말고,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만들어 내는 마음가짐은 큰 영향을 미친다. 심신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남을 향한 적개심, 분노와 증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급격히 높여서 혈압을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키며, 혈액응고를 촉진시키고 관상동맥을 폐색시킨다고 한다. 암에 잘 걸리게 하고 생명도 단축시킨다. 그러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은 건강의 핵심이다. 면역기능이 향상되고 수명이 길어진다. 기분이 좋아지고 자존감을 높이며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암도 이기게 한다. 그러므로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몸에 좋은 음식이나 약을 찾기 전에 내 마음 상태가 어떤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나는 낙천주의자인가 아니면 비관론자인가. 남을 미워하며 증오하지는 않는가. 항상 감사하며 기쁜 삶을 사는가. 이렇게 내 마음의 위치를 살피는 것은 우리 건강을 위해 먼저 확인해봐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동양에서 시작된 명상요법이 인기다. 명상은 교감신경 항진 때문에 망가진 우리 몸을 재충전 시키는데, 한마디로 부교감신경 기능을 항진하는 이완요법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허버트 벤슨은 인도의 명상을 배운 후, 일상생활 가운데 접목할 수 있는 간단한 명상법을 창안했다. 이를 이완반응 (Relaxation response)이라 명명했다. 1) 새벽이나 저녁 조용한 환경에서 눈을 감고 앉는다 2) 신체 근육을 충분히 이완한 후 3) 10~20분 특정한 낱말이나 어구 (나는 건강하다. 내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 내 몸의 암은 다 없아졌다 등등)를 읖조리며 의식을 집중한다. 4) 명상하는 동안 들어오는 잡생각을 억지로 물리치려 하지말고, 자연스럽게 물러가게 하는 수동적 자세를 취한다. 5) 이 명상이 효과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확실히 믿는다. 이런 명상/이완요법으로 두통, 좌골신경통, 가슴통증이 없어지고, 혈압이 낮아지고 불면증이 치료된다. 창의적인 생각이 솟아나며, 각종 불안증후군을 없애고, 암치료도 촉진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바쁜 하루하루를 사는 삶이지만 잠시 멈추어 서서 내마음 상태를 살펴보고, 하루에 한번씩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내 몸의 건강은 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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