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야/시인ㆍ소설가
다시 또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었다. 누구라도 이쯤에서는 희망을 얘기해도 좋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 우리의 삶은 그치지 않고 이어져나갈 테니까.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서로 어우러지는 사회적 단위로 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마냥 희망을 야기하기에는 지난 시간들의 많은 잔해들이 쉬이 가시지 않고 가슴에 걸린다. 그 중에는 불과 얼마 전, 그러니까 지난 해 연말쯤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인천 아동학대 사건이 보다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해가 바뀌면 불미스런 것들은 털어내고 가야 되는데 그래지지가 않는다. 거듭 되짚어도 홀가분해질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것은 어쩌면 털어내기 보다는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될 과제가 아닐까 싶다.
그 사건을 접하면서 분노보다도 어떤 서글픔이 앞서고 뭔지 모를 무력감에 짓눌려야 했던 것은 비단 나만의 감정이었을까? 그것은 인간이 얼마나 비정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아무런 방어나 대처 능력이 없는 어린 아이를, 더군다나 남의 아이도 아니고 바로 자신의 아이를, 그것도 친부에 동거녀라고는 하지만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쪽이 다 그랬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다. 사람으로서 얼마나 비정하면 그럴 수 있을까?
이런 사건이 터지면 언론은 언론대로 떠들썩하고, 국회나 해당 기관에서는 무슨무슨 법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서 관련법을 만들거나 개정하고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다투어 목소리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나는 듯 흐지부지하고 관련법령을 만들고 개정해야 될 국회에서는 당리당략을 좇아 서로 다투기만 한다. 물론 정당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이 당리당략을 좇고 서로 다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야로 나뉘어 대결을 벌이지 않는다면 그건 국회가 아닐 것이다. 다만 그게 사욕에 눈 어둔 게 아니라 보다 큰 정책 대결일 때라야만 국민의 호응을 얻게 될 것이다.
올해는 총선의 해이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정치판이 요동칠 것이고 국민들의 관심도 쏠릴 것이다. 각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는 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국민들 앞에 읍소를 할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국민에게 진정 읍소하는 길은 말만 앞세워 이루지도 못할 공약이나 남발하는 게 아니라 해야 될 일들을 흐지부지 미루거나 나 몰라라 입 닦지만 말고 서둘러 해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모두가 그런 자세를 가질 때만이 우리는 이 새해에 희망을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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