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
복(福)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06 18: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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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호석/진주문화원 향토사 연구실장

신정·구정(설날)을 맞아 새해가 되면 “복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거나 세배를 드린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 꼬마 친구들과 함께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 세배를 드리면 각 가정에서 장만한 음식을 내 놓고 축복(祝福)의 말을 해 주던 기억이 난다.

정초 새벽에 쌀을 씻는 복조리를 마당에 던지고 해가 뜨면 복조리 값을 받아 가던 일이 기억된다. 싫어도 싫다는 소리 못했는데 새해부터 좋지않은 소리하면 1년 내내 좋지 않다는 풍습 때문에 아무 말도 없이 복조리 값을 치르는 것을 보았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보면 ‘복(福)은 깨끗하고 검소한데서 생긴다’(福生於淸儉)라고 했으며 송나라 소강절 선생은 말하기를 “남이 나를 해치려함은 오히려 복(福)이 된다”라고 했다.

용비어천가 제1장에 ‘해동육룡이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라고 했고 인현왕후전에는 ‘화(禍)와 복(福)은 하늘에 달렸다’라고 기록됐다.

중국·베트남 등지에 가보면 각 가정이나 호텔 중요지점에 붉은 글씨로 복이란 대형글씨를 붙이거나 새긴 것을 볼 수 있고 새해엔 신년쾌락(新年快樂)신년호(新年好) 마도성공(馬到成功)등의 글씨를 붙인 곳이 많다.

영어권에서는 “Happy new year”라고 말해 행복의 의미를 지닌다. 성경(성서) 첫 장에 보면 ‘하느님이 가라사대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그들에게 복(福)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하셨다.

마태복음서에 보면 예수님이 직접 7가지 복을 언급했는데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등은 복이 있다고 했으나 피부에 닿지 않는 말씀이라 이해하기 어렵다.

시편에 보면 ‘복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고 죄인의 길에 서지아니하고’라고 기록됐는데 <복있는>구절 하나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자가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 사람들이 설날 아침에 남에게 선물이나 축복의 말을 들을 때 좋아하겠지만 사실은 받는 자보다 주는 자가 복(福)을 받는다는 진리를 깨달았으면 한다. 받는 사람은 결국 빚진 자로 느끼겠지만 주는 자는 흐믓한 마음으로 복(福)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귀한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베풀었으나 상대방이 갚아 줄 생각이나 능력이 없을 때 복이 된다”라고 했으니 새해 아침에 비용이 들지 않는 축복의 말이라도 많이 해 그 분복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백팔참회문(百八懺悔文) 가운데 가장 큰 축복(祝福)은 자비심이라고 했으니 새해 아침 큰 복을 위해 자비심을 베풀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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