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동의 거리
충무공동의 거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07 18:3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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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진주시 충무공동은 남강의 남동쪽에 영천강을 가운데 두고 수도작의 논으로 네모나게 반듯반듯한 농경지였고 이후 비닐하우스의 경작지로서 고정 건축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딱 트인 광활한 들판이었다.


2006년 허허벌판을 혁신도시조성으로 11개 공기업과 인구 4만의 유입이 예상되는 진주시민의 기대에 부푼 선망의 신도시지구로 임진왜란의 3대첩 중에 진주성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전사하신 진주 목사 충무공 김시민장군의 시호까지 붙여 충무공동이라는 거룩한 이름표까지 붙여줬다.

공기업의 이주가 이어지고 아파트의 입주민이 급속하게 늘어나며 대형매장과 상가가 형성되면서부터 인근지역민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찾는 이들은 혁신도시라서 혁신적으로 특별하게 계획되어 널따란 공용주차장과 사통팔달의 반듯반듯한 거리가 가히 환상적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호기심을 갖고 겁 없이 찾아 들었다가는 낭패 보기 일쑤다. 한마디로 미로다. 도로는 활처럼 굽어서 끝 간곳을 모르니 무슨 재간으로 목적지를 찾는단 말인가. 유턴을 하여 제자리 찾아오기도 어려우니 이 일을 어쩌나!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잠자리 그림 같기도 하고 범나비 모양 같기도 하여 예술적으로 보기가 참으로 좋을지 모르나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사는 것이 아니고 너나 내나 땅을 딛고 길을 걸어야 한다.

미국 뉴욕의 자치구중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맨하탄 시가지도 바둑판같은 거리라서 63번가이든 47번가이든 누구나 찾을 수 있고, 동심원을 그려서 호와 반지름을 길거리로 삼는 유럽의 몇 번가 몇 번 길은 길을 잃어 헤매더라도 제자리로는 쉽게 찾아온다.

충무공동의 거리는 왜 이리 어지럽게 만들었을까? 당시로는 걸림돌이 되었다면 도동지구에서 문산으로 이어지는 왕복 4차선의 기존 도로 뿐이어서 바둑판처럼 나누어도 몇몇의 삼각지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끝을 모르는 개미굴이고 굽어서 새우등이고 앵돌아져서 우렁이 창자라 밀어먹을 ‘예술적’때문에 멀쩡한 사람 미아로 만들어 갈 곳 몰라 헤매다가 헤매고 또 헤매어도 제자리도 못 찾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충무공동 거리두고 구절양장 이야기 말라, 갈지자(之) 활궁자(弓)자 왕희지 필법인가, 갈길 몰라 헤매는데 왔던 길은 어이 갈꼬. 두고두고 원성소리 아니 나면 좋으련만, 듣는다 하면은 무지한 필자일까 학위 높은 설계자일까, 아니면 직위가 높은 나리님은 아닐지 후세들은 그 대답을 어렴풋이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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