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도 산청군수의 귀는 당나귀 귀?
허기도 산청군수의 귀는 당나귀 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28 18:1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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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정/제2사회부 본부장(산청ㆍ함양ㆍ거창)

 
경주 황룡사지 9층 목탑을 재건한 신라 48대 경문왕(~875)과 관련된 일화로 경문왕이 왕이 되고 난 후 갑자기 귀가 길어졌는데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이는 왕과 왕의 두건을 만드는 복두장(幞頭匠)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복두장(幞頭匠)은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가 생을 마감하기 전 마음속의 화를 누를 길이 없어 도림사 대나무 숲에 들어가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고 외쳤고 이후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들이 부딪히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를 냈다고 한다.

순식간에 소문은 도성에까지 퍼지게 됐고 경문왕은 대나무 숲을 모두 베어내고 그 자리에 산수유 나무를 심게 됐는데 그 이후로는 숲에서‘임금님 귀는 길다’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 설화는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다 오히려 노골적으로 치부를 드러내는 비유를 삼은 것이다.

이는 백성의 어버이인 군왕일수록 백성의 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라는 하늘의 뜻을 암시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진정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발원지만을 차단하거나 덮으려고만 하지말고 근본적인 치유와 소통을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교훈이다.

최근 산청군의 행태를 보면 허기도 산청군수의 귀와 눈을 막음으로써 진실을 왜곡하고 여론으로부터 군수를 격리시켜 사리사욕과 안이함만을 취하려는 구태의연한 공무원들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는 2013년 180개국 중 50위, 2014년 57위, 지난해는 60위로 후진국인 아프리카 보다도 뒤쳐지고 매년 뒷걸음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각국의 민주주의 척도를 평가함에 있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그 첫번째가 되는 이유는 눈과 귀를 막고 입에 재갈을 물려서는 결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는 지침서와 같은 논리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산청군이 진정으로 군의 발전과 변화를 갈망하는 언론의 비평과 채찍을 제대로 수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되짚어 볼 문제다.

군민과 군의원·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소통을 외치는 반면 정작 허 군수의 민선 6기 군정에는 신문고가 없고 군수가 짐승(말)도 아닌데 당근(carrot)만 보여줌으로써 정작 허 군수가 군정에 대한 판단과 진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공무원 스스로가 차단시키고 있다는 여론이다.

모 군의원은 “최근 경남도민신문 기사와 관련해 공보기능을 담당하는 기획감사실과 군민과 집행부간의 소통을 관장하고 민의를 대변해야 할 안전행정과에서 오히려 허 군수의 눈과 귀를 가리는 행태를 취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 대한 실례로 “기사를 읽고 반성도 하고 내것으로 소화를 해야 함에도 공보계에서 비판적인 기사와 관련해서는 스크랩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정작 공무원들에게까지 숨기려 한다”며 “공무원들의 눈을 어둡게 하는 역할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군수의 심기를 살펴 사실상 비판적인 기사와 관련해서는 자체적으로 걸러온 것이 사실이다”며 군수의 눈과 귀를 막아온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모 공무원은 “사실상 군수 스스로가 홍보관련 기사만 부각시키고 인적인 차단막을 구성해 눈을 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자만심에 가득차 들을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군의 현실을 꼬집었다.

군수가 사탕과 당근만 요구하다보니 현실적인 군정이 정작 군민이 원하는 것과는 반대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으며 측근 또한 군수의 눈만 감기고 귀를 막는다고 해서 군수의 몸에 묻은 변의 냄새마저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산청군이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사회를 정화하며 현실을 직시하고자 애쓰는 언론을 무시하거나 재갈을 물려 순치시키려 한다면 이는 군민의 여론과 그 존재가치를 허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군수의 개인적인 기분은 개인 허기도로서 직접 감내해야 할 부분이고 기분에 따라 여론을 외면해서는 안되며 측근은 군민의 쓴소리를 전달해 군수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모 공무원이 “경남도민신문이 스크랩에서 빠졌다”며 “빼려거든 비판기사만 빼지 왜 전체를 스크랩에서 제외시키는지 알수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하루 두번의 결재시간을 정해두고 실·과장들을 회의에 묶어 업무수행을 제대로 추진할 수도 없도록 만들어가는 산청군정이 마치 도산직전의 기업체로 각인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산청군이 대나무숲의 공명이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며 군민의 여론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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