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지역당 되나
국민의당 지역당 되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28 18: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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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주)동명에이젼시 대표·칼럼니스트

새정치를 펼치겠다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인 국민의당이 호남세를 등에 업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광주와 전남지역 출신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인 대다수의 국회의원이 국민의당에 참여한것은 물론 소위 동교동계 원로들과 가신들도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으로 몸을 옮겼다. 심지어 안 의원이 탈당전에 제시한 혁신대상자도 입당을 허락해 국회 교섭단체 20명의 머리수 채우기에 급급하다.


국민의당은 최우선순위에 둬야 할 혁신이나 정책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그보다는 호남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만 신경을 쓰고, 과거 인물이나 현역의원 영입 경쟁에만 힘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물론 야당의 중심축인 호남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 공학적인 측면은 이해한다. 하지만 국민당이 지향해야할 가장 필요한 것은 혁신과 정책 대결을 통한 확장성이다. 지금처럼 호남에만 치중하면 확장은 고사하고 지역당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아마 역대 대선에서 보여준 호남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 성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는데, 몇 석 더 얻겠다고 지역당화를 감수하겠다는 것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국민의당은 물론 우리 정치 전체를 위해서도 옳은 방향이 아니다.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 중심의 국민회의가 25일 전격 통합을 선언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25일 통합을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더민주당을 탈당한 박지원 박주선 최재천 의원은 물론이고 정동영 전 의원과의 통합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이 천 의원을 신호탄으로 호남 출신 더민주당 탈당 의원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는 자명하다. 더민주당을 앞섰던 호남 지지율은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 등의 악재가 겹쳐 밀리고 있다. ‘중도개혁을 통해 양당 체제를 혁파하겠다’던 국민의당이 개혁보다 지역 정서에 호소하는 구태로 돌아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우리사회에 깊숙히 뿌리박고 있는 지역감정은 심각한데, 호남출신의 친목모임인 호남 향우회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정치적 행위를 한 지도 벌써 수십 년이다. 이 지역 출신 정치인은 기회만 있으면 실체도 불분명한 모임을 부추겨가며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모습이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타향에서 같은 지역 출신들이 고향 얘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거나 돕고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배타적으로 발전해 서로 편을 가르게 되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 한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 세력을 확장하려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반국가적인 행위나 다름없다. 호남 향우회 뿐만 아니라 타지역 향우회도 오십보 백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대·이념·빈부에 따라 분열된 상황으로 정치인들이 일자리, 민생, 복지, 남북 관계 같은 국가의 공동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지역과 인물 중심의 원시적 파당을 조장하는 모임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치인들의 지역 편가르기는 망국병으로 국민들이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것이다.

가깝게는 총선, 멀리는 대선을 앞두고 어지럽게 전개되는 정치세력의 이합집산과 정치인 부침에 대해 호불호와 시시비비를 밝히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을 이끄는 안 의원이 우리 정치의 문제점을 ‘양당 기득권 담합체제’라고 규정하고 이를 극복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보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 전개되고 있는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 모습은 과연 새로운 정치를 선보일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겉모양 꾸미기 또는 세 불리기 경쟁을 끝내고 혁신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최근 들어 안 의원의 행보를 보면 트레이드마크였던 ‘새정치’는 사라지고, 교섭단체구성 등 당장의 정치교두보 확보에 급급하는 등 현실정치에 물들어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민회의와 박주선 의원과의 통합도 호남 기반 의존 심화이며, 천 의원이 광주와 전남 지역 현역의원을 개혁대상으로 주장한바 있어 국민의당에 합류한 호남 현역의원의 공천문제가 차후에 큰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안철수와 천정배 두 의원은 통합을 선언하면서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가진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4월 총선에 내세우겠다고 다짐했다. 바로 이 다짐을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국민의당이 명실상부한 제3의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를 좌우할 것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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