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몇 나라 요리법의 발달과 변화
유럽 몇 나라 요리법의 발달과 변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14 17:3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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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

 
얼마 전 입춘(立春)인가 하더니 오늘 비는 여름 장마같이 끊임없이 내린다. 봄을 재촉하는 단비인가 싶다. 매화나무의 꽃봉오리가 통통하게 한껏 뽐 낼 채비를 하고 있을 테지. 겨울은 봄을 이겨내지 못하고 여름 또한 가을, 겨울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변화의 이치일 것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오늘은 유럽의 여러나라 중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의 요리법 변천사에 대하여 세계식생활문화(수학사)를 통하여 살펴보자.

중세 이후 많은 국가들에서 당시 그들 고유의 ‘국가적 요리법’ 즉 독특한 요리방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중 이탈리아는 고전적 문예부흥이 가장 먼저 시작된 나라로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포르투칼이 향신료 무역을 장악하고 1570년부터 영국과 네덜란드도 향신료 무역전쟁에 뛰어들면서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의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탈리아인들은 이러한 상황에 잘 적응하여 향신료를 적게 쓰는 요리법을 발전시켰다.

이탈리아에 파스타가 전해진 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들이 있다. 가장 우세한 것은 마르코 폴로가 중국의 국수에서 착상을 얻었다는 설과 몽골인 노예들이 전파했다는 가설들이 있다. 중세 후기의 파스타의 가장 일반적인 명칭은 ‘마카로니’였던 것으로 여겨지나 이는 현재의 형태와는 다른 관 모양의 것을 의미한다. 18세기 이탈리아 순례여행이 성행하던 시기에 마카로니는 중산계급의 장년층 여행객들은 외래음식이라는 이유로 비웃음을 당했으나 젊은 순례자들은 그렇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이들은 ‘마카로니스(18세기 영국의 유럽 대륙풍에 젖은 멋쟁이)’로 불리기도 하였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 프랑스 왕가와 결혼을 한 여성이 이탈리아의 주방장과 과자 기술자를 데리고 오면서 프랑스에 새로운 이탈리아식 요리법과 아티초크, 브로콜리, 사보이 양배추 등의 채소들이 전파되었다. 프랑스인들은 계속해서 무절제하고 많은 음식을 섭취하였으나, 이러한 습관은 17세기 중엽에 들어오면서 호전되었다.

프랑수아 바렌(이탈리아-프랑스 요리법 저자)은 고기 국물에 기초한 소스를 권장하였고, 여기에 식초, 레몬즙이나 신 과즙을 첨가하도록 하였다. 또한 달걀의 다양한 요리법을 마련하였으며 채소의 이용을 증가시키고 트뤼프 요리법을 개발하였다.

트뤼프(Treffe)는 송로버섯이라고 하며, 고대 로마는 물론 바빌론부터 알려져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중세의 바그다드 사람들이 아라비아 사막에서 난 트뤼프를 가지고 축연을 베풀었다고 되어 있으나 프랑스에는 14세기에 이르러서야 이를 식초에 절이고, 뜨거운 물에 불리고, 버터와 함께 차려내었다.

이탈리아인들은 16세기경 왕실의 식탁을 위하여 고유의 자생종을 수입하였다. 100년이 지난 후에 바렌이 버섯처럼 요리하도록 권하였다. 18세기에는 프랑스인들이 트뤼프의 진정한 풍미를 감지하여 이후 트뤼프를 칭찬하는 많은 송가가 쓰였고, 폭발적인 수요를 일으키며 가격이 폭등하였다. 현재는 ‘푸아그라’, ‘캐비어’와 더불어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식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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