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람이 아름답다
그래도 사람이 아름답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14 17:3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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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시인ㆍ소설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문명의 시대는 어쩌면 옛 선조의 시조에서도 표현되었듯이 ‘시절이 하 수상’한 그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조선조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가면서 김상헌이 지은 시조의 한 구절인데 당시의 그 상황과 같지는 않지만 오늘날 우리의 살아가는 모양새는 심정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더욱 더 수상하기만 한다.


그러나 세태가 한탄스러워졌어도 우리의 가슴을 적셔주고 가장 진한 감동을 안겨주는 것은 역시 사람들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한낮의 푸른 하늘과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과 한가로이 떠가는 몇 조각의 흰 구름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드넓게 펼쳐진 대양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바닷물들과 온 산야를 덮고 있는 푸른 숲들이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속에서 제 몫의 삶을 살아내며 노래하는 각양의 동물들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그것들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사람과는 견주어지지 않는다.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빨아들여 피워내는 한 송이 꽃도 사람의 얼굴에 피는 환한 미소만큼은 못하고, 화려한 치장을 뽐내며 펼치는 공작새의 깃털도 사람의 따스한 눈빛만큼은 못하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우리는 가슴을 훈훈케 하는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접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자신을 희생시켜가며 이웃의 생명을 구하는 살신성인이나, 해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거액의 성금을 기탁하는 기부천사 이야기 등은 우리 범인(凡人)들은 감히 따를 수 없는 지고의 사랑으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아름다움을 새기게 한다. 그런가 하면 정작은 아주 작은 일들에서도 우리는 인간미를 진하게 느끼게 된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주위 사람들이 달려들어 힘을 합쳐서 심폐소생술에, 주물러주고, 응급구조대를 부르고 하여 생명을 구해내고, 사고로 인하여 용달차에서 벽돌이 쏟아져 도로 바닥에 흩어지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하나씩 둘씩 주워내 금세 정리가 되고, 전동열차에서 내리다가 헛디디는 바람에 발이 틈에 빠지자 사람들이 모여들어 힘을 합쳐 그 육중한 차체를 밀어내 구조해내는 것들은 뉴스를 통해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훈훈하다 못해 벅차오르기도 한다. 아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구나 싶으면서 말이다.

꼭이 그런 것들만이 아니다. 근자에 필자의 아들이 아시아인 최초로 美 기계학회(ASME)위원으로 선임된 일이 있다. 그 소식을 신문이나 포털 뉴스로 접하면서 부모 된 입장에서 여러 어려움에도 열심을 다하더니 좋은 결과를 냈구나 싶어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렇다고 꼭 그렇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비오는 날 같이 길을 가면서 제 어깨 젖는 것을 마다하고 우산을 좀 더 많이 기울여 줄 때, 어느 쇼핑몰 같은 데서 앞서 들어가던 사람이 뒤에 사람을 생각해서 문이 닫히지 않도록 붙잡고 서 있어줄 때 우리는 고마움과 함께 진한 감동을 느끼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된다.

길을 나서서 주위를 둘러보라. 기족끼리 손을 잡고, 혹은 친구끼리 어울려 환하게 미소지으며 가는 저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진정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지 아니한가. 세상에는 악한 사람도 많지만 선한 사람이 훨씬 많음을 믿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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