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에 줄 긋기
호박에 줄 긋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22 18: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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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 회장·이학박사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나?”

억지로 갖다 부친다고 그렇게 되느냐고 할 때 많이 쓰는 말이다.

얼마전 여행중에 의료 전문 호텔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특급호텔 수준에다 SPA 설비도 세계수준급이고 나무랄 데가 없는 대단한 설비였다. 거기서 ‘10년 젊게’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책임자에게 어떤 내용을 가지고 10년을 젊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피부과 전문의가 피부 박피시술(IPL)을 통해 피부를 맑게 하고 수(水) 치료를 통해 피부를 젊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피부박피 시술은 피부에 화상을 입혀 피부 표면의 세포를 벗겨내는 방법이다. 해수욕장에 갔다가 피부를 햇볕에 너무 노출하면 살갗이 벗겨지는 원리와 같이, 피부가 노화되거나 저승사자라 불리는 검버섯 같은 것이 생겼을때 최소한도의 화상을 입히면 표피세포가 벗겨져 나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피부 트러블이 있을때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고 필자도 10여년전에 제자 손에 이끌려 검버섯 제거 시술을 받은 적이 있다. 한동안 피부가 깔끔해 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기에만 그렇지 인체의 내면세계가 젊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소득이 올라가다 보니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의 부자들 까지 의료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여기에 편승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

진시황이 갈망했던, 그리고 찾아 헤맸던 바로 그것, ‘불로장생’. 필자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진시황이 의사가 없어, 돈이 없어, 힘이 없어, 먹을 것이 없어 49세 나이에 죽었는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되고 가짓수가 많은 중국 음식의 발원을 진시황으로 두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한끼도 같은 음식을 안 먹고, 만일에 같은 음식이 나오면 요리사를 처형하는 바람에, 요리사가 살아남기 위해 요리를 개발하다 보니 오늘날의 중국요리가 됐다는 가설이 있다.

오래 사는 것과 젊어진다는 말은 같은 말이 아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나니, 불건강 상태로 오래 산다는 것이 오히려 죽음보다 못한 것 같으니까,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는 명제앞에 모두가 줄을 서게 되었다. 1945년을 기점으로 초고령화 사회를 이루어내는 것은 성공 했으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까지는 살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초 고령화 사회로 온데는 풍부한 먹거리, 위생적인 삶, 의료기술의 발달 로 오는 예방의학의 발달과 응급조치기술의 발달 등의 공헌이 크다. 그런데 삶의 질, 정확하게 말하자면 섭생을 제대로 해야 젊음을 유지하면서 오래 살 수 있다는 진리는 실종되고 말았다. 그래서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 뱃살이 나온 사람에게 복부지방 제거 수술이라는, 호박에 줄긋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인체는 순방향이 아닌 역 방향으로 물리적인 힘이 가해져 오면 거기에 반항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지방을 수술로 제거하다보면 나중에는 더 많은 지방이, 피부 박피 시술을 너무 많이 받다보면 나중에는 피부가 검게 변해 버리는 결과를 낳아 버린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는 말에 호박에 줄을 자주 긋다보면, 호박은 호박이지, 아무리 호박에다 줄을 많이 그어도 절대로 호박이 수박은 되지 못한다.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이라고 하면서 돈벌이들을 너무 잘 하고 있는 세상, 그래서 저승사자가 원본대조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세상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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