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처벌만이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가
강력한 처벌만이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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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병관/창원대 법학과 교수
2009년 8살 여자 초등학생에 대한 성폭행 사건(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2010년 5월 정부와 국회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재발 방지책으로 형법을 개정하여 유기징역의 상한을 30년에서 50년으로 늘리고, 특별법을 통하여 ‘공소시효 정지 및 연장’, ‘성범죄자 신상공개 및 우편고지제도’,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부착’ 등 입법을 통하여 범죄자 처벌을 강화하였다. 심지어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일명 ‘화학적 거세법’(2011년 7월 24일부 시행)을 제정하여 재범의 우려가 있는 성범죄자에게는 강제로 호르몬제를 투여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영화 ‘도가니’상영 이후 정부는 10월 7일 들끓는 여론을 의식하여 ‘장애인 대상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어쨌든 이러한 정부와 국회의 강력한 처벌을 예고함으로써 성범죄율은 감소하여야 함이 당연하나, 최근 대검창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성폭력 범죄는 2009년 9월 이후 2011년 8월까지 22%증가했다고 한다.

‘화학적 거세(castration)’라는 강력한 처벌까지 예고했는데도 왜 성범죄율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일부 유럽국가에서 행하고 있는 물리적 거세를 하면 성범죄는 줄어들까.

형벌의 기능을 응보(징벌)로 본다면 범죄예방을 위해 엄벌주의로 나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또한 유영철사건 조두순사건과 같은 잔혹하고 흉폭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의 법감정은 범죄자를 극형에 처해야만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나 형벌제도의 역사를 살펴보면 징벌적 형벌이 가지는 범죄예방에 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극히 미비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 최근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에서 강력범죄율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즉 잠재적 범죄인들 대부분은 이러한 강력한 처벌규정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알고 있지 못하며, 설사 인지하고 있더라도 자신이 처벌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범죄행위를 단념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인류는 19세기 초까지 응보(징벌)적 형벌제도를 통한 결과로서 범죄의 격증, 누범·상습범 증가, 신종범죄(소년범죄) 등장이라는 쓰라린 교정행정의 실패를 맞보았다. 따라서 과거 징벌적 형벌관에 대한 반성으로 새로운 형벌관이 등장하게 되었다. 현대의 형벌관은 범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하여 범죄원인으로서 개인의 소질과 환경을 밝혀내고,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형벌은 범죄인에 대한 교화·치료를 통하여 다시 사회에 복귀 시킨다는 재사회화(Rehabilitation)에 의미를 둠으로서 국가형벌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입법경향은 목적형주의 교정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응보형주의로 회귀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즉 정부의 ‘교정행정’의 실패를 응보형주의의 부활을 통한 엄벌주의로 전환을 통하여 그 책임을 국가가 아닌 범죄자에게로 돌림으로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범죄자에게만 돌리려는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즉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성격을 가진 입법정책인 것이다.

대부분의 성폭행범은 왜곡된 성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범죄가 발각되고 처벌받을 것을 예상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 및 범죄로 인해 피해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성범죄의 원인과 관련하여 소질적 측면에서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성욕을 억제하는 화학적 거세보다는 심리치료를 통한 근본적인 재범방지 정책이 요구되며, 사회환경적 측면에서는 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태도, 우리 사회의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환경과 폭력에 대한 관대한 문화, 성매매나 포르노물을 포함하여 만연한 성 산업적 환경 등의 정화를 통해 성범죄를 예방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이러한 강력한 처벌법만을 통하여 감소하려는 방식은 자칫 이러한 환경적 요소에 대해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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