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농업 외길’ 군민소득 3만불 달성의 견인차
‘40년 농업 외길’ 군민소득 3만불 달성의 견인차
  • 함양/박철기자
  • 승인 2016.03.14 19:07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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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농업기술센터 정재호 소장

 
◆첨단산업 ‘농업’
1995년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 시작된 이후 전국적으로 그 폐해들이 노출되고 있다. 그 가운데 지역 경제와 미래에 특히 타격이 큰 것은, 막대한 예산과 신중하고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들을 즉흥적·근시안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며 인프라를 구축해가던 대형 프로젝트들이 단체장이 바뀌자마자 용도 폐기돼 막대한 혈세만 낭비하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파격적인 특혜를 줘가며 유치한 공장이나 업체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역을 외면하는 이기심, 심지어 ‘먹튀’ 행위까지 자행해 지역 주민들의 주름만 깊어지게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시행착오 속에서, 함양처럼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은 ‘돈 되는 산업’의 지속적인 유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의 부존 자원을 활용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자연과 역사·문화 자원이 풍부한 함양은 농·림·축산업, 문화·관광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 함양특산물 항노화 식품 개발.
농업은 더 이상 전근대적인 사양산업이 아니다. 현대 농업은 첨단 ICT(정보통신기술)와 바이오·나노 기술 등과 융복합해 첨단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올 1월 열렸던 다보스포럼에서는 기술간 융복합을 통해 모든 산업이 창조적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제4차 산업혁명’을 제시했다. 농업에 큰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메가트렌드에 맞춰 지역경제 전략을 수립해야 지속적인 먹거리를 창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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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소득 4000억원 달성 목표
올해 군민소득 3만불 시대 주도
과거·미래 50&50전략농업 육성
농업타운 조성·항노화 상품 개발
농촌마을 축제 등 6차산업 추진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직장까지
일평생 농업에서 떠난적이 없다
나는 농업인들을 가장 존경한다
이들의 고생을 누구보다 알기에
모든 행정지원 의무감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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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살맛나는 농촌’ 만들기
지난해 인구 4만에 재정자립도 7.5%(전국 평균 50.6%)로 가장 가난한 지자체 가운데 하나인 함양군의 ‘살맛나는 농촌 실현’이라는 비전을 이끌고 있는 함양농업기술센터(소장 정재호). 지난해 6월 40년 공직 생활 ‘농업 외길’을 걸어온 정 소장이 키를 쥔 함양 농업은 눈에 띄는 성과를 통해 함양의 미래 전망을 밝히고 있다.

함양농업기술센터(이하 센터)는 농업 생산과 유통, 6차산업화 등 다채로운 농정 스펙트럼을 조화시켜 주민 소득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농업 소득 4000억원 달성을 통해 군민소득 3만불 시대를 주도한다는 비전을 향해 매진하는 센터를 찾아 함양 농업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봤다.

지난해 함양 농업은 ▲농업소득 3만불 달성 기반 구축 ▲농촌마을축제 성공적 개최 ▲항노화 농식품 미주시장 첫 수출 ▲농산물 유통기반 확대 ▲각종 평가·경진대회 수상 등의 성과를 올렸다.

사과·곶감·양파 등 주요 전략작목의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축산 소득 1200억원 달성 장기 로드맵 수립, 2016년까지 50&50 전략농업 육성, 첨단 농업기술센터 신축(2016년 완공) 등을 통해 3만불 달성의 기반을 마련 중이다.

▲ 양파선별장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준공식.
또 함양읍 산머루·수동면 사과꽃·안의면 여주·백전면 오미자 등 농촌마을 축제를 발굴·개최해 주민 소득 증대와 농업의 6차산업화를 모색하고 있다.

오미자, 여주, 산양삼 가공식품 등 항노화 농식품으로 미주시장을 노크해 1700만불의 수출 계약과 MOU를 체결했고, ㈜코리아세븐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와도 MOU를 체결해 판로를 확보하고 농산물 유통시설 18개소를 확충했다.

올해는 ▲2만9000평의 ‘함양농업타운’을 조성해 농업기술센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와 농업관련기관 유치 ▲함양농업대학 등 맞춤형 농업인 교육 강화 ▲ 벼 조기재배 단지 조성 등을 통해 쌀 안정생산, 품질 향상 ▲축산소득 1200억 달성 ▲경쟁력 있는 수출농업 육성 및 차별화 마케팅 ▲친환경농업 확대 ▲오미자, 여주, 복분자 등 항노화 기능성 농산물 육성 ▲농촌마을 축제 개선 및 컨텐츠 발굴 등을 통해 6차산업화 마을단위사업 육성 ▲권역별 음식테마거리 조성으로 음식관광 활성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간다.

▲ 지난해 벼 조기재배 평가회.
11일 센터 소장실에서 만난 정 소장은 역점 추진 사업과 비전에 대한 설명으로 입을 열었다.

“농업의 비전이라면 농업 소득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일 텐데, ‘군민소득 3만불 달성’이라는 군정 비전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 세부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 소득 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경영비 절감, 수출 1억불 등을 이루기 위해 실질적인 농민소득이 창출될 수 있는 전략사업이 필요하다. 그동안 6차산업을 중점 추진해 왔는데, 현장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지도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현장 지도를 강화하고 기술 제고를 이뤄야 한다. 현재 1읍면 1마을축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6차산업으로 가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농산물 대외 홍보와 소득 창출을 이루고 농촌+문화의 활동도 재현할 수 있는 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

농업 소득 4000억원 목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2019년 이를 달성하고, 다음해인 2020년 산삼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 물레방아골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 준공.
또 그는 3만불 달성의 기반을 구축할 세부계획 중 ‘50&50 전략농업’ 육성에 대해 “경남 미래 50년 사업에 포함된 시책으로, ‘과거 50년의 농업을 토대로 미래 50년의 농업을 설계한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창조마을·특색있는 마을 만들기 등 다양한 사업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함양 농업의 인큐베이터 ‘농업타운’
정 소장은 함양 농업의 미래를 걸머진 수장으로서 농업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까?

“농민과 함께 하는 농정, 현장 농정을 펼쳐야 하고, 농민들과 스킨십을 통한 현장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센터가 새 부지로 이전하게 되면 농업 행정의 원스톱 시스템으로 농업인들이 여러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에, 거기다가 ‘농업타운’을 조성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함양 농업기술센터는 현재 약 3만여평의 새 부지에 건물을 신축하고 있는데 올 7월말에 완공하고 이전할 계획이다. 여기에 여러 곳에 분산된 농업 관련기관·시설들을 모아 원스톱 농업지원을 담당할 농업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여기엔 우리 센터와 귀농인을 위한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가 들어선다. 체류형지원센터는 1년 과정으로 ‘농군사관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졸업해도 바로 현장에 투입되지 못해 다른 산업분야로 빠져나갔던 농업분야 전공 학생들을 여기 수용, 1년 동안 실습 위주의 체험형 교육을 통해 농군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함양 농업의 후계 인력을 양성한다는 의미다. 도시민들도 귀농을 위해 여기 체류하면서 실습 위주의 체험 교육을 통해 농업을 미리 익힐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준다. 원하는 농사기술을 배우면서 자기가 원하는 작목 선정이나 설계를 하는 것을 센터에서 지원하고 기술 지도도 해주게 된다.”

◆‘스킨십’에 답이 있다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도 중요하지만 판로 개척과 유통·마케팅이 따르지 않으면 헛농사다. 그는 농산물 유통·마케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농업은 생산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2차산업인 가공, 유통 등을 망라해 6차산업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공산업은 우리가 어느 시군 못지않게 앞서가고 있는데 유통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래서 이쪽 인력을 보강했다. 박람회, 현지 마케팅, 로컬푸드 사업장 개설 등 유통기반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소장은 직장에서의 유대와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그는 직장 생활과 리더로서의 사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 마을축제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
“직속기관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여러 정책, 아이템을 개발해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걸 바탕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냥 앞에서 당긴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직장생활이 활력을 띨 수 있도록,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개인적인 첫째 목표다. 직원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 스킨십을 나누는 것이 있을 동안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40년 공직 생활 동안 공무원으로서 가진 특별한 신조나 마음가짐이 있지 않을까?

“일평생 농업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농업계 고등학교를 나왔고, 그 길로 농업기술센터(옛 농촌지도소)에 첫발을 디뎌 지금까지 생활해 왔다. 지금도 그생활이 몸에 배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 농업과 농업인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고, 가장 존경한다. 그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지원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고 잠시 들른 센터 산하 농산물유통과에는 몇 명의 농업인들이 직원들과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토론하고 있었다. 농민에 대해서든 직원에 대해서든 사람과의 ‘스킨십’을 강조하는 정 소장의 말처럼, 함양 농업의 미래가 활기 넘치는 센터의 분위기 속에서 무르익어가는 듯했다. 함양/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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