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UN이 제정한 기념일로써 1992년 리우환경회의의 권고를 받아들여 ‘세계 물의 날 준수 결의안’을 채택하고 1993년부터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하여 올해로써 21번째를 맞이한다. 물은 단순히 씻고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2016년의 세계 물의 날 테마는 ‘Water and Jobs’ 물과 직업 즉 인류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제인구행동단체(PAI)는 세계 각국의 연간 1인당 사용 가능 재생성 가능 수자원량을 산정하고 이에 따라 전 세계 국가를 물기근(water-scarcity), 물스트레스(water-stressed), 물풍요(relative sufficiency) 국가로 분류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이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1990년에 연간 1인당 재생성 가능한 수량이 1,452㎡로 ‘물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었고, 오는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찍이 노자는 물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일곱 가지 덕목을 제안했다. 첫째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 둘째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셋째 구정물도 받아주는 포용력. 넷째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융통성. 다섯째 바위도 뚫는 인내와 끈기. 여섯째 장엄한 폭포처럼 투신하는 용기. 일곱째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 이것이 바로 노자가 말한 일곱 가지 칠덕(七德)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처럼 작년 환경부는‘윗물 살리기’를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녹조를 유발하는 오염물질이 본류에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물이든, 이 사회든 간에 윗물도 맑아야하고 아랫물도 맑아야한다. 물은 계속해서 순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깨끗해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척추동물을 비롯해 인간 역시 모체(母體)의 양수(羊水) 속에서 태어난다. 양수는 생리식염수와 비슷한 성분으로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생긴 원시바다의 물과 비슷하다. 아기는‘엄마의 바다’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물이 종교나 철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을 적대시하고, 물을 먹지 말라는 종교는 없으며 또한 모든 종교의식은 물로써 이루어지고 있다.
지구상에는 13억8천만 ㎦의 물이 있다. 그 중 97%는 바닷물이고, 육지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3%에 불과하다. 담수의 대부분은 빙설이나 지하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육지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근거리의 강이나 호소 등에 있는 담수는 0.3%로서 지구 전체의 수량의 0.0075%에 불과하다. 이처럼 소량의 물이 인간의 행위로 인해 물이 오염되고 있다. 물의 오염은‘비점오염원’이 가장 큰 문제다. ‘점오염원’이 특정 배출경로를 통해서 오염이 일어나는 것이라면 ‘비점오염원’은 도로, 농지, 야적장에서 유출되는 폐물질 등 오염원이 빗물로 씻겨 강, 하천, 호수, 해역 등 자연수역으로 유입되어 일어나는 오염을 말한다. 오염된 물은 인간의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서 인간이 그 생존을 의지하는 동물과 식물 등 생태계를 위협, 파괴하고 있다.
환경(環境)이란 낱말의 의미를 새겨보면 고리 환(環), 그리고 지경 경(境)이다. 지경이란 장소, 세상을 말한다. 지수화풍의 네 원소가 고리처럼 맞물리며 돌아가는 둥근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 그 근원적인 생각부터 갖는 게 환경에 대한 올바른 태도이며 철학일 것이다. 인간은 물에서 태어나 물로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21번째 세계 물의 날에 즈음하여 생명의 원천인 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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