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등과(少年登科) (3)
소년등과(少年登科) (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21 19: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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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 회장·이학박사

지금은 고인이 된 옛 정치인이 일본 고등 문관시험에 합격하여 19살에 강원도 평창군수로 나갔었다는 실화가 있다. 어떤 행정을 어떻게 펼쳤었는지는 모르나 나중에 국회 부의장으로 정치까지 했던 분이라고 알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고등문관 시험이라는 것이 오늘날 고시라는 이름으로 논란이 많은 사법, 행정, 외교, 의회 고시 등으로 나뉘는 것인데, 그러한 고시 만큼 어렵다 하여 언론고시 등으로 어려운 등용문으로 들어가는 관문을 고시라고들 한다. 신분의 상승을 지고의 출세라고 보는 사회로 부터 내려온 유산으로 봉건시대의 과거합격과 거의 동일시 하는 생각들로 여겨지는 시스템이다.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계급사회에서 일개 필부가 사(士)의 계급으로 신분이 상승되는 과정, 9급 서기도 되기 어려운데 판ㆍ검사로 임용이 되면 하루 아침에 부이사관인 3급 공무원이 되니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젊은이들 가운데 고시 지망생들이 고시원을 만원으로 만들며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대개 20대 초 중반에 고시에 합격하여 연수를 마치고, 정의의 잣대를 들고 법복을 입는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얼마나 알고 판단이라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자못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국가가 법에 의해 다스려 지는 법치주의 사회이다 보니 법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하는 문제는 얼핏 생각하면 사실에 입각하여 머리만 좋으면 잘 판단하여 제대로 된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세상살이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에, 삶에는 경륜이라는 것이 필요한 법이다. 고사에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풀면 늙은 말의 지혜인데, 전쟁터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전장을 누비던 늙은 말에 의지하면 길을 찾아낸다는 내용이다. 어찌 생각하면 전장에서 늙은 말은 용도가 없는 말일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경험이라는 것이 엄청난 전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년등과가 되면, 까딱 잘못하여 오만불손, 방자한 인간이 되기 십상이다. 요사이 만들어진 말로 갑질에 능한 사람이 되기 쉽다는 말이다.

이삭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과는 정 반대의 길을 가기 쉽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사(士)의 갑질에 익숙한 국민들은 숙이고 사는 것이 미덕이라는 진리를 안고 산다. 고시라는 제도를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젊은 날에 등과를 한 사람들에게 세상을 좀 보는 눈, 그것이 관조의 경지까지 가면 좋겠지만, 거기 까지는 못 가더라도 변호사 라도 몇년 하여, 법을 집행하는 것을 먼저 배울 일이 아니라 법을 방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운 다음에 집행쪽으로 가는 것이 바른 길이라는 것이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언젠가 현직 검사가 TV에 나와 사람들은 검사를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검사에게서는 배울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하기에, 이유를 들었더니 검사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범죄 피의자들이기에, 늘상 그들만을 상대하다 보니 검사의 시각은 세상 사람들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보는 견해가 다분하니 배울 것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대학 중이거나 졸업 후 고시원을 거쳐 시험에 합격 후 연수과정을 거쳐 임용된 사람들 가운데 제대로 된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법치는 곧 공권력인데 권력은 바로 공권력의 준말이고 대통령은 공권력의 정상에 있는 사람이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공권력이 잘못 집행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 재정적, 시간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소년등과를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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