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소득 3만불·산삼엑스포 성공은 자원봉사에”
“군민소득 3만불·산삼엑스포 성공은 자원봉사에”
  • 함양/박철기자
  • 승인 2016.04.04 18:27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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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나눔 문화 전도사’ 정구상 함양군자원봉사센터장

 
지난달 21일 함양군 자원봉사센터장과 자원봉사협의회장 이·취임식에서 정구상(58) 전 협의회 사무국장이 신임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함양의 150여 자원봉사단체와 봉사자들을 관리하는 중임을 맡게 된 정 센터장은 1977년부터(등록은 2002년) 근 40년간 자원봉사에 임하며 5000시간 봉사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경남 자원봉사자대회에선 자원봉사관리자 부문 자원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생업에 바쁜 중에도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획득하고 함양지역 자원봉사 역사와 궤적을 함께 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수상 기록과 함께 지역의 나눔 문화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를 찾아 자원봉사와 나눔의 삶에 대해 속 깊은 얘기를 청했다.


다음은 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자원봉사센터는 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기관인가
▲자원봉사단체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함양센터는 산하에 150여 봉사단체가 있고, 등록된 봉사자가 7200여명이다. 지역별로 지자체가 직영하는 센터도 있고, 민간 위탁하는 센터도 있다. 한 마디로 자원봉사자와 수요처를 연결하는, 봉사자 모집과 교육, 배치 등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찾아오는 봉사자를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등록봉사자 중에 적극 활동하는 봉사자는 10%도 안 된다. 역점 사업은 ‘사랑의 집짓기’다. 목수 출신인 홍두용 3대 회장에 의해 기반이 닦여졌는데, 1997년부터 한 해 약 7동씩 지어 62호까지 지어졌다. 지난해는 3동밖에 못 지었는데, 기술 봉사가 제대로 안 되고 터 닦기에만 최소 한 달이 걸려 어려움이 많다. 처음 300만원이던 군의 지원금도 1500만원까지 늘었지만 자재값이 모자란다. 건축사협회나 굴삭기협회 등이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 임창호 함양군수가 정구상 함양군자원봉사센터장에게 임용장 수여 모습.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고, 시작하는 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1977년부터 시작했다. 5000시간 자원봉사 기록을 갖고 있는데, 실제 등록은 2002년부터다. 초중고 때 향토애향반 반장을 줄곧 하다 보니 봉사가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또 아버님이 초대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하셨는데, 어릴 때부터 이를 보며 나눔과 베풂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며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길에 들어서게 됐다.

-자원봉사에 대해 어떤 철학이나 마음가짐으로 임하는지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게 인생살이가 아닐까? 누구나 어렵고 힘들 때가 있게 마련이다. ‘어려움은 나누면 반이 되고, 즐거움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뭐든 서로 돕고 같이하자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다. 나누고 봉사하는 마음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몸에 배야 한다. 어른이 몸으로 보여줘야 아이들이 따라 간다. 7~8년 전에 다 키웠던 23살짜리 딸아이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걸 잊기 위해서 자원봉사에 더 집중한 것 같다. 나한테는 그런 불행이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불행은 누구에게나 닥치고 준비돼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따라서 나도 언제든 불행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늘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숨은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분들 때문에 사회에 밝음이 유지되는 게 아니겠나?

▲ 함양군자원봉사협의회 환경정화 활동.
-자원봉사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오래 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불난 집이 있었는데, 재원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집을 재건축해준 적이 있었다. 블록 기증해주는 사람, 모래 갖다주는 사람, 자기 집에 안 쓰는 자재 갖다주는 사람 등 회원들이 힘을 모아 집을 다시 지어줬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은, 서하면 황산마을에서 산길로 4km쯤 걸어 들어가야 하는 산속에 네 모녀가 살고 있었는데, 거기 불이 났었다. 협의회 봉사자들이 총동원돼서 산길로 각종 자재들을 짊어지고 운반해 집을 다시 지어줬다. 그럴 때의 보람이야 이루 표현할 수 있겠나? 그런데 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지금 딸 셋이 사는데, 동생 둘이 다 저능 장애가 있어 좀 나은 큰언니가 건사하고 있다. 모 종교에 심취해서, 내려와 편하게 살라는 권유도 거부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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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은 나누면 반이 되고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된다”
40년 봉사인생서 나의 철학

역점사업은 ‘사랑의 집짓기’
고령화 지역 인력자원 부족
주민의식과 행정 지원 필요

함양군정 목표는 ‘3만불 시대’
간접비용 줄이는 현실적 방법

자원봉사가 중추적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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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자원봉사에 나서다 보면, 복지혜택이 꼭 필요한데 여건상 자격이 안 돼 안타까운 사람들을 만나곤 할 텐데
▲너무 많다. 우리는 어지간하면 혜택을 주려고 하는데, 주 혜택 대상은 기초수급자, 한부모가정,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등이다. 안타깝게도 차상위계층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부모에게 덕은커녕 피해만 주는 자식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런 분들이 더 힘들다. 마음은 있어도 못 도와주는 이런 경우, 안타깝기 그지없다. 수급자는 수급비를 비롯해 혜택을 다 받는데, 이런 분들은 자식이 있다고 복지혜택도 못 받는 데다가 자식들도 부양할 형편이 못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이 부도났다든지 이혼해서 자식만 맡겨두고 돌보지도 않는다든지…. 이런 복지 사각지대를 잘 헤아려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 함양군자원봉사협의회 사랑의 집짓기 61호 입주식 모습.
-자원봉사가 필요한 수요처나 영역은 어떻게 발굴하나
▲요즘 사회복지시설이나 제도가 잘돼 있다 보니 전 지역 골짜기마다 요양보호사들이 많이 다닌다. 이들이 정보를 주는 경우가 많다. 또 자원봉사협의회 임원이나 봉사자들이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나누고 더불어 살자’는 상생과 공존의 패러다임이 세계적인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의 전파가 더딘 시골 지역에서 주민들의 나눔 의식을 어떻게 향상, 고무시킬 수 있을까
▲함양은 노인인구가 30%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이런 데다 청소년 빼고 나면 (봉사) 자원(인력)이 없다. 이렇다 보니 봉사단체는 많은데 구성원은 그분이 그분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인력자원이 빈약한 시골에서 주민의식을 끌어올리려면 행정이 적극 나서는 게 가장 효과가 크다고 본다.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봉사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하면서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써야 한다. 예산은 적겠지만 뒷받침이 너무 안 되다 보니 자원봉사 기반이 미약하다.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시작하는 방법도 몰라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그들에게 조언한다면
▲정식으로 시작하려면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고 자원봉사 포털시스템(1365.go.kr)에 회원가입을 하고 활동해야 실적이 인정된다. 그런데 함양 같은 시골에서는 대부분 그냥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활동은 많이 하지만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다.

-자원봉사를 하려는 사람은 어떤 자세로 임하는 것이 필요한가
▲마음에서 우러나서 와야 한다. 그런데 자녀들 자원봉사 활동 실적 때문에 마지못해서 참여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쉽다. 그렇게라도 많이 참석만 해주면 좋은데(웃음) 그것도 잘 안 된다. 사람이 항상 윤택하고 여유 있게 산다는 보장이 없다. 언제든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으니 내 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해주시면 좋은데…. 봉사하러 오셔서는 시간 때우기나 사진찍기, 생색내기에만 신경쓰는 분이 간혹 있다. 좀 지양을 해 주셨으면 한다.

▲ 2014경남자원봉사대회 자원봉사상 수상.
-지역기여활동이나 자격증 보유, 수상 경력 등이 다채롭고 화려한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특별한 노하우라기 보다, 나 자신에게는 인색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남에게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아낌없이 베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열매는 저절로 열리는 것 같다. 4년쯤 전에 한 보호관찰대상자를 데리고 있었다. 부모가 없는 고3이었는데 공부가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컴퓨터가 없어서’라고 했다. 당장 컴퓨터를 구해줬다. 보호관찰 기간이 끝나고 연락이 안 돼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몇 년 전에 공장에 도둑이 들어 돈과 컴퓨터 등을 몽땅 털렸다. 잡고 보니 베트남 사람이었다. 돈은 베트남에 다 송금한 상태고,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랬겠나’ 하는 마음에 합의서 써주고 용서했다.

-앞으로 센터 운영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함양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와 수요처 연계를 정말 가족처럼 제대로 연계시켜야 한다. ‘다문화여성 친정어머니 맺어주기’처럼, 자원봉사자와 독거노인을 1:1로 매칭해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또 함양군정 목표가 ‘군민소득 3만불시대’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게 돈을 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원봉사활동을 함으로써 간접비용을 감소시키는 것도 목표를 이루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2020산삼엑스포도 자원봉사자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봉사자의 질적, 양적 성장을 통해 엑스포 성공 기반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고 센터를 운영해 나갈 생각이다.

-포부를 말해 달라
▲몸 건강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보다 큰 봉사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군민과 함양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싶다. 봉사라는 건 성심성의를 다해야 한다. 봉사자가 있기에 센터도 있는 것이므로 봉사자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함양/박철기자

■정구상 함양군자원봉사센터장은
△1958년 함양 출생 △1982년 천안연암대학 졸업 △1998년 한국방통대 졸업 △2016년 서울사이버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중 △2002년 함양군자원봉사협의회 사무국장 △2007년 함양군자원봉사센터 교육코디 △2016년 함양군자원봉사센터장 △축산기사, 인공수정사, 축산실기교사, 아마추어 무선사, 방재안전관리사, 사회복지사 2급, 요양보호사 1급 △행자부 장관 표창, 법무부 장관 표창, 경남도교육감 표창, 검찰총장 표창, 경남경찰청장 표창, 경남도지사 표창(3회), 함양군수 표창(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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