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체제 시대 맞이한 경남 정치권
3당 체제 시대 맞이한 경남 정치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17 18:5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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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편집국장
 

4·13 총선 결과 경남에서 여당 독점 시대가 막을 내렸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 된다'는 식의 말이 회자될 정도로 전통적으로 경남은 여당의 '텃밭'으로 불리 워 졌지만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약진을 통해 이 같은 믿음이 단숨에 무너지면서 도내 정치권과 도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다. 경남 정치권의 오랜 망령인 지역주의도 유권자의 심판으로 무너지면서 경남지역도 수도권처럼 여야의 경쟁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경남의 20대 총선 결과는 놀라움으로 받아 들여 진다. 총선 성적표를 받아 본 도내 정치권은 여당인 새누리당은 경악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호했다. 도내 대부분의 유권자들조차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국회의원 감’이 안 되더라도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된다던 과거의 승리 공식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공천권을 놓고 계파 갈등을 벌인 새누리당을 향해 경남의 유권자들은 회초리를 들어 이를 단죄한 것이다.

이번 경남의 총선 결과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새누리당 독점 체제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경남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총선을 치르는 동안 새누리당은 경남에서 거의 싹쓸이를 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은 과거처럼 여당이 싹쓸이하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총선에서 경남의 야당 바람은 낙동강벨트를 중심으로 거세게 불면서 야당 의원이 4명이나 탄생했다. 김해갑에서는 경남 유일의 현역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손쉽게 재선에 성공했고, 김해을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상대 후보를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금배지를 달았다. 김해에서는 총선과 함께 실시된 시장 재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허성곤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시장과 국회의원을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해에서 분 바람은 동풍을 타고 양산으로 건너가 양산을에서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후보가 당선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낙동강벨트의 한축인 창원성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낸 정의당의 노회찬 후보가 당선됐다. 이들 금배지의 주인공 외에도 낙동강벨트의 또다른 축인 마산회원구와 양산갑, 거제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새누리당 당선자들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면서 도민들과 새누리당 관계자들을 패닉상태로 몰아 넣었다.

한마디로 이번 경남지역에서 새누리당의 참패는 전국적인 현상과 맥을 같이한다. 집권여당의 경제 실패와 공천 과정에서의 추태, 국민은 안중에 없는 꼴사나운 계파 싸움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특히 현역 의원들을 대부분 공천함으로써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 정부여당의 오만함이 유권자들의 냉혹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경남지역에서 새누리당 독점체제가 붕괴된 것은 무엇보다 망국적인 지역주의 구도가 완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새누리당 후보들이 '공천=당선'이라는 오만함에 취해 있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선거를 통해 경남의 정치권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의 3당체제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맞이하게 됐다. 이러한 정치지형은 여러 변화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경남의 유권자가 만들어낸 이 구도를 잘 가꾸어 나간다면 경남의 정치는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정치 패러다임에만 매몰돼 있던 경남 정치권과 도민들이 현실을 인정하고 변화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의 일방독식에 길들여진 경남 정치권과 도민들이 하루 아침에 이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경남도를 비롯한 행정기관과 관변단체에서도 야당의 존재를 곧바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를 인정하고 이를 수용할 때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덧붙여서 이제 경남도 ‘지역’이 아닌 ‘인물’이 후보선택의 잣대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 결과는 보여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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