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18 19:1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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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공짜 좋아하는 사람은 대머리가 된다’라는 속설이 있다. 공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이자 세상사에 통달한 사람들의 지혜가 물씬 풍기는 말이다.


살아보니 세상에는 정말로 공것이 없다. 거저 얻는 것에는 항상 함정이 있고, 공짜로 얻은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짜의 특성이 준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준비 안 된 삶에서 난무하는 것은 뜬금없는 기대심리와 요행뿐이다. 철저한 준비 없이 바라기만 하는 심보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삶을 우연에 맡겨버리는 것과 같다. 우연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고통 없는 성장이 없듯이 준비 없는 성공도 없다.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서 나온다. 행운의 어원에는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만들어 가는 것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얼마만큼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따라 행운의 강도는 각기 다를 것이다.

“과학적 발견의 절반은 운에 의한 것이지만 그 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라는 말을 ‘백신’이란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세균학의 아버지’루이 파스퇴르로가 한 말이다. 여기서 말한 ‘운’은 ‘우연’이 아니라 당연히 ‘행운’이다.

도박과 공것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면 행운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우연을 기다리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도박과 공짜의 특성, 즉 통제와 준비가 행운과 우연을 가린다. 행운과 우연은 행복과 불행,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잣대이기도 하다.

‘중국 갑골문자(甲骨文字)의 아버지’로 불리는 왕의영(王懿榮:1845∼1900)의 비사(秘史)를 보면 행운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 청나라 말기인 1899년 산둥지방에서 외세배척운동으로 일어난 의화단(義和團)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당시 대학자이자 산둥 사람인 왕의영은 북경에 있었는데, 학질을 앓게 되었다. 유명한 동인당한약방에 사람을 보내 병에 효험이 있다는 용골(龍骨)이 든 약을 지어오게 했다. 그런데 용골에 알 수 없는 무늬가 있었다. 직감적으로 고대문자로 판단한 왕의영은 용골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그가 사들인 용골은 무려 5천 편이나 되었다.

왕의영은 이듬해 의화단 사건에 대한 울분으로 자살하고 말지만 그의 친구들에 의해 용골문의 일부가 해석되어 책으로 펴내게 됐다. 중국 은상시대의 문자로 알려진 갑골문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역사에 만약 이라는 말은 없다지만 만약 왕의영이 당시 북경에 가지 않았더라면, 학질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갑골문은 어떻게 됐을 것인가? 더구나 왕의영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동인당에서 학질약을 지어 먹었을 터인데 유독 그에게 갑골문이 눈에 띈 것은 우연인가, 행운인가? 이 물음에 앞서 지적할 것은 왕의영이 금석학(金石學)에 밝았다는 것이다. 즉 준비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에는 우연이란 단어가 별로 없다.

“집을 나가라” 아버지가 아직 고등학생인 아들을 내쫓았다. 아들은 울면서 집을 나갔다. 하루아침에 사업가의 아들에서 중국집 배달원으로 전락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왜 자신을 집 밖으로 내쫓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들은 자장면을 배달하면서 아버지로부터 돌아와도 좋다는 소식을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아들은 집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대신 자장면 배달에 열중했다. 자장면을 통해 밑바닥 생활의 애환을 배워갔다. 그러던 중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꼭 1년 만이었다. “이제 집에 돌아와도 좋다” 아버지를 찾았다. 뜨거운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흘렀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리면서 말했다. “아버지께서 저를 내쫓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등을 어루만지며 뜨겁게 포옹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내쫓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가의 아들로서 거들먹거리지 말고, 제대로 된 인간으로서 삶의 법칙을 배우라고 내보낸 것이었다. 우연이 아닌 행운을 잡으라고 아들을 세상 속으로 내쫓은 것이었다. 이 일화의 주인공은 맞춤도자기 업체인 ‘에릭스’이오훈 대표의 이야기이다. 우연에서 행운까지의 거리는 사람에 따라서는 평생 가도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1년이란 세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몸소 터득함으로써 그 거리를 따라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 1년이 그의 전 생애를 지배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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