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소멸된 홍 지사 주민소환
원인소멸된 홍 지사 주민소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19 19:2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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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효/논설주간

 
4.13 총선이 끝나자 경남에서는 홍준표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문제로 다시 정치권이 달궈질 전망이다.

경남도선관위는 총선으로 인해 중단됐던 홍 지사 주민소환 서명부에 대한 확인 작업을 오는 5월 2일부터 실시하겠다고 공개했다. 경남도선관위는 확인 작업을 거쳐 서명부가 경남 유권자의 10%인 26만7416명 이상이 되면 주민소환 투표가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주민소환운동본부가 제출한 서명부는 35만4600여명에 달해 경남도선관위 관계자는 주민소환 투표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8월경에는 경남에서 홍 지사 주민소환을 두고 여-야, 진보-보수 진영 간에 또 한 번 치열한 싸움이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측이나 이를 반대하는 측이나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홍 지사의 주민소환을 불러온 그 원인행위 자체가 소멸되었다는 사실이다.

다들 알다시피 홍 지사 주민소환은 무상급식 중단이 그 이유가 됐다. 2014년 급식에 대한 감사를 박종훈 교육감이 거부하자 홍 지사는 무상급식에 대한 예산편성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2015년부터 각급 학교에서 급식중단이 일어났고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치열한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이 논란이 일방의 승리로 끝나지 않자 야권과 진보진영에서는 홍 지사를 도지사에서 끌어내려야 무상급식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고 홍 지사 주민소환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야권과 진보진영이 중심이 된 '홍 지사 주민소환 운동본부’는 지난해 12월 약 35만 명이 넘는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경남도와 경남도교육감이 올해 들어와 상호간의 합의를 통해 급식에 대한 감사 재개와 올해 급식예산 453억원을 편성하는 데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즉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의 합의에 의해 경남에서 무상급식이 재개되고 급식에 대한 감사도 실시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경남의 각급 학교에서는 무상급식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같이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이 합의를 통해 경남의 무상급식을 재개한 것은 보수를 대표하는 홍 지사와 진보를 대표하는 박 교육감이 협치에 의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한 좋은 사례라는 점에서 오히려 칭찬받을 사안이지 주민소환을 받을 사안은 아니라는 게 생각 있는 사람들의 견해이다.

홍준표 도지사는 진보진영과 합의에 의해 무상급식을 재개할 정도로 소통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서명부가 제출된 행정적인 절차 때문에 주민소환 문제가 계속 진행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야권은 총선에서의 승리 여세를 몰아 평소 자기들의 눈엣가시인 홍 지사를 끌어 내리고 싶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이나 야권이 명심해야 할 것은 홍 지사를 끌어내리기 위한 욕심으로 무리하게 주민소환을 추진하다가는 “어, 무상급식은 진행되고 있잖아. 그럼 주민소환은 왜 하는 거야?” 하는 민심의 반발을 사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총선에서 어렵게 이겨 경남에서 마침내 야권이 여권과 필적할 수 있는 기회를 한꺼번에 모두 날려버릴지 모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광역단체 규모에서 주민소환이 실시돼 성사된 사례가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주민소환 투표함 개함 기준인 유권자의 33.3%의 투표율을 충족시킨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경남 투표율도 57%에 불과하다. 사전 투표와 선거일이 휴일이며 각 지역구의 후보들이 치열한 선거운동을 전개하는 총선도 투표율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투표일이 휴일도 아니고 투표 불참 운동이 전개되고 보수진영에서는 투표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투표함 개함 기준인 33.3%의 투표율을 넘긴다는 게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경남은 누가 뭐래도 보수진영이 우세한 정치지형이다.

따라서 투표함을 개함할 가능성도 낮고 또 원인행위도 소멸돼 정치적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홍 지사의 주민소환을 두고 야권도 헛힘을 쓰면서 괜한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이 사안을 다룰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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