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스포츠팀의 가치
대학 스포츠팀의 가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20 19:3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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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지금 딱 어울리는 말이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말로, 시기에 어울릴 만한 상황이 아닐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나이가 들었나 싶은 심정이다. 겨울이 끝나고, 총선이 끝나고 이제야 좀 제대로 굴러가고자 했지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의 스포츠팀이 해체될 위기다. 아니 해체될 위기가 아니고 해체수순에 돌입했다. 며칠 전 교육부에서 2017학년도 대학 정원조정을 통보해 왔다. 2017학년도부터 우리 대학의 자유전공학부가 없어진다. 다시 말해서 신입생을 더 이상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는 진주시와 경상남도 체육회의 지원으로 체육부(배구부, 배드민턴부)와 정구부(정식 체육부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가 운영되고 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2009년 MOU를 통하여 창단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당장 내년 2017학년도부터는 신입생 확보가 불가능해져서 대회 출전이 어렵게 되었다.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니 진로에는 더 큰 애로사항이 발생된다. 엘리트 선수가 시합에 출전해야 실력을 인정받아서 프로나 실업팀으로 스카웃(scout)되는데 더 이상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났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입장이다.

우리는 지금 국가대표 3명(배구부 2명, 배드민턴부 1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의 작은 국립대학에서다. 국가대표가 누군가? 각 종목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국가대표’다. 이들만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수 있다. 만약 우리와 같은 교수(敎授)나 학자(學者)라면 세계 3대 학술지인 Nature, Science, Cell에 논문을 게재한 만큼 인정받는 수준이니, 운동선수라면 누구라도 달고 싶은 타이틀(title)이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의 스포츠팀이 해체되어야 한다. 선수들은 해체의 영문도 모른다. 대학 본부에서는 자유전공학부와 별개로 운영되는 체육부이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할 의지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전혀 현실적이지가 않다. 국가대표급의 엘리트 선수들을 어떻게 입학을 시켜서 체육부를 운영할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이들은 동아리 수준의 선수들이 아니다.

연고전(延高戰) 혹은 고연전(高延戰)으로 서울의 가을이 시끄럽다. 해마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치루는 축구, 야구, 농구, 럭비, 아이스하키 등의 친선 경기를 말한다. 1945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꽤나 전통이 있음이다. 연세대와 고려대에 들어가는 학생들 또한 누구인가? 아마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고등학생이 겨우 입학할 수 있는 명문대학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최고라 불리는 서울대를 진학하고 싶었지만 자의(自意)든 타의(他意)든 결국 진학을 못한 그런 학생들이 가는 곳이 바로 연세대와 고려대임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이들 신입생들은 1학기 내내 휴학이나 자퇴에 고민한다고 한다. 다시 공부를 해서 서울대에 도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을에 있는 연고전(고연전)만 치루고 나면 그런 생각을 싹 접는다고 한다. 성대한 축제와 같은 연고전(고연전)을 마치고 나면 학생들의 마음이 바뀐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당신은 지금껏 살면서 가슴 뭉클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소리 높여 함성을 질러본 적이 있는가? 모르는 사람과 어깨동무를 그렇게 많이 해본 적이 있는가? 막걸리와 분위기에 취해서가 아닐 것이다. 분명코 열렬한 응원을 통해서 대학과 자신이 하나됨을 느끼고,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자랑스러운 축구, 야구, 농구, 럭비와 아이스하키와 같은 ‘스포츠팀’이 있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 (국립)대학의 역할이나 가치를 따지고 싶지 않다. 취업률과 충원률 같은 지표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가슴 뜨겁게 해줄 만한 것이 필요하다. 부디 대학 당국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으로 봄이 왔음을 진정으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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