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세제 폐해를 ‘No Poo’(노삼푸)운동으로
합성세제 폐해를 ‘No Poo’(노삼푸)운동으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03 19: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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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삼푸’하면 미녀의 나신과 긴 머리를 연상하게 된다. 광고의 커머셜의 영향일 것이다. 세제(洗劑)의 뿌리는 곰삭은 오줌(人尿)이다. 유별나게 청결을 좋아했던 로마사람들은 곰삭은 오줌으로 때를 벗겼다. 그래서 로마의 목욕탕이나 세탁소는 세제를 얻고자 공중변소를 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 한민족에 동화된 고대 북방민족인 말갈족도 집안에 뇨통(尿桶)을 상비해 두고서 오줌으로 손과 얼굴을 씻는다 했다. 북방 민족은 겨울에 추위를 막기 위하여 돼지기름을 몸에 발랐다는데, 그 기름때를 빼는 데는 오줌이 십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뇨 세제의 전통은 유구하여 일제 강점시대인 1926년 2월 25일자 <경성일보>에도 김해지방에 동뇨(童尿)로 손을 씻는 민속이 보도되기도 했다. 또 조선조 후기의 문헌인 <규합총서>에도 기름에 절은 옷은 오줌에다 빨고 또 물감 들인 옷도 오줌에 자주 빨아야 빛깔이 바래지 않는다고 했다. 동물성 세제가 오줌이라면 식물성 세제는 조두(澡豆)다. 콩 가루나 녹두 가루를 화장세제로 썼던 것이다. 경복궁에서 흘러나오는 금천(錦川) 물은 항상 뿌연 잿빛이었다는데, 바로 그 많은 궁녀들의 세제가 조두였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방앗간집 딸은 살결이 희기로 소문나 있었다. 이유는 방아찧을 때 나오는 겨를 베주머니에 싸서 때를 벗기면 잘 벗겨지고 살결이 희어지기 때문이다. 곧 겨 비누인 것이다.

창포 우린 물도 우리 전통의 삼푸였다. 창포잎을 말려 가루를 내면 분말 삼푸가 되는데‘창포가루 댓박에 안 넘어가는 기생 없다’는 말이 있듯이 창포가루는 값비싼 선망의 최고급 세제였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비누(soap)는 고대 로마의 사포 산(Mount Sapo)에서 유래됐다. 많은 동물들이 종교의식에 의하여 제물로 바쳐지고 있던 '사포 산'은 비가 오면 죽은 동물의 기름과 나무 그리고 재들이 강가의 흙 속으로 씻겨 내려갔다. 이를 통해 입증된 세척 기능을 사포(Sapo)라고 불렀고 오늘날 비누(soap)가 된 것이다. 이렇게 동물에서 식물성에 이르기까지의 세제는 세척효과만 있고 인체에는 해를 끼치지 않았다.

국내에 도입된 비누는 19세기 프랑스신부 리델이 가져온 ‘샤봉’(또다른 말인 사분의 어원으로 추정됨)이라는 비누가 처음이며, 일제를 통해 가성소다(양잿물)가 들어오면서 수공업형태로 비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물자부족 탓에 등겨기름에다 가성소다를 섞어 만들다 보니 거칠고 검은 형태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를 석감(석검)이라 불렀다. 이후 50년 동산유지,54년 애경유지 등이 오늘날의 비누를 생산해냈고 66년부터는 가루비누인 럭키 하이타이, 애경 크린업 등이 등장 세탁기 보급 확대에 힘입어 본격적인 합성세제 시대를 열었다. 교활한 인간의 지능은 식물성 세제에 합성세제라는 화학성으로 세제개혁을 하면서 금수강산의 냇물에 독을 풀어대기에 이른 것이다.

일본의 예를 들면 1970년대 초반까지는 물을 그냥 떠서 마셔도 좋을 만큼 깨끗한 수질을 자랑했던 일본 최고의 호수로서 간사이 지방 1400만 명의 젖줄인 비와호(琵琶湖,비와꼬)가 유해물질의 유입에 따른 부영양화로 대규모 적조 현상이 일어나자 이에 시민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질 정화 운동을 시작했는데 시가현 주부들이 ‘합성세제 대신 비누’를 쓰자며 벌인 자발적‘비누운동’이 일어났고 지방정부 시가현은 부영양화 방지 조례를 제정, 합성세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했다. 일본 정부는 1982년 비와호 시민 비누운동을 귀감으로 삼아 전국 환경기준을 설립하기에 이름으로써, 이 운동은 일본 환경운동의 시초라고 불릴 정도로 의미있는 사례가 되었다.

최근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노푸운동(No poo.No Shampoo)’이 일고 있다. 유명 스타와 환경에 관심이 많은 국내 텔레비전의 유명 연예인 셀러브리티들이 동참해 노푸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샴푸로 두피와 모발을 씻어내 깨끗하고 개운하게 관리했던 머리감기가 이제는 물만 사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부드럽게 가꿀 수 있다는 사례가 나오면서 물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운동이다. 샴푸를 알고 보니 두피 건강의 적인 셈이다. 요즈음엔 환경보호 추세에 발맞춰 비누는 물론 가루비누도 모두 생분해도가 높은 천연성분으로 바뀌고 있는 상태며, ‘미래의 세제’로 미생물·초음파·효소 등을 이용한 제제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렇게 샴푸, 세안제를 사용하지 않는 노푸운동은 무분별한 계면활성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환경을 보호와 수질보존 역할을 하는 친환경적 운동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 조(趙)나라 여인들이 허리를 가늘게 하고자 굶어죽어 갔다더니, 요즘 현대인은 세제와 삼푸로 치장하느라 스스로를 점점 독살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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