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비밀(1)
사찰의 비밀(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09 19:2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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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이 세상에는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과 배운 뒤에야 비로소 즐길 수 있는 가치가 존재한다. 우리는 여행이나 답사라면 꼭 들르게 되는 곳이 사찰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다양한 불교문화와 조우(遭遇)하게 된다. 그러나 불교문화는 불교라는 종교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이 역시 배움이 없다면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음력 4월 8일(양력 5월 14일)은 불기 2560년 부처님 오신 날 기념일이기에 앞으로 3회에 걸쳐 사찰에 숨겨진 비밀의 열쇠를 소개하고자 함은 특정 종교를 홍보하기 위함이 아니고 우리의 오랜 역사 속에 숨겨진 것들을 소개함으로써 그 이해를 돕고자 함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문을 열고자 함에 독자들의 오해 없기를 바란다.


불교는 1,600년 이상을 우리와 함께하면서, 특유의 어울림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커다란 테두리로 감싸 안고 있다. 즉 불교문화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 전반을 이해해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절은 왜 산으로 갔을까? 절을 일명 산사(山寺)라고 한다. 즉 산에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산이 매우 많다.

신라는 992년을 유지한, 세계 최고의 장수 왕조였다. 또한 경주는 신라시대 내내 수도의 위치를 내어 준 적이 없다. 그래서 경주 앞에 붙는 수식어는 ‘천년고도’이다. 통상 중국의 왕조 교체 주기는 200년 안팎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려와 조선이 500년 안팎이고, 신라는 무려 천년이나 되니 실로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렇게 왕조가 오래갈 수 있었을까?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풍수를 연구한 사람들은 비보사탑설(裨補寺塔設)을 이야기 한다. 비보사탑은 마치 한의학에서 인간의 몸에 침을 놓고 뜸을 뜨듯이, 국토 즉 산천의 중요한 자리에 사찰과 탑을 건립해서 국가의 기운을 순일하고 안정되게 보충〔裨補〕해서 왕조를 오래도록 가게 한다는 이론이었다. 1100여 년 전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쓴 ‘도선비기(道詵秘記)’에는 모두 3800개의 비보사찰이 있었다고 전한다. 감동이 아닌가!

사찰의 이름을 붙일 때도 원칙이 있다. 불교에는 사찰을 나타내는 많은 명칭이 있다. 이 중 가장 상위 개념이 바로 가람(伽藍)과 사(寺)이다. ‘가람’은 인도불교에서 절을 가리키던 상가라마(sangharama)가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그 음이 차용되어 승가람마(僧伽藍摩)가 되고, 이것이 축약(縮約)된 이름이다. 사(寺)를 왜 절이라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통일된 학설이 없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설은, 절하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찰이라는 이름은… 예전에는 ‘신성 공간’앞에 찰간(刹竿)이라는, 국기게양대와 같은 시설물을 세웠다. 요즘처럼 관청이나 학교에 국기게양대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사찰이라는 이름은 절〔寺〕에 이 신성한 공간 표식인 ‘찰간’이라는 단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다. 사원(寺院)의 기원은 인도에서 우기 때 비를 맞지 않고 다니기 위해 절의 통로에 지붕을 씌운 것에서 시작되었다. 사(寺)와 원(院)의 차이는 담장 여부인데 원은 담으로 둘러쳐져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寺)’자가 들어가는 절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절이었다. 즉 국가가 인정한 일정 규모 이상의 절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절들은 작은 부속 사찰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부속 사찰을 ‘암(庵)’이라고 한다. 암은 ‘암자(庵子)’라고도 하는데, 본래는 잘 지은 절이 아니라 수행을 위해서 풀로 지은 임시 초막과 같은 것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이것이 점차 규격을 갖추면서 명칭만 암으로 남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현대에 널리 쓰이게 되는 ‘토굴(土窟)’이라는 것이 있다. 토굴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진짜 흙집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번듯한 경우가 많다. 이것 또한 본래 의미가 전화(轉化)된 것이라고 하겠다. 산사와 같은 경우 부속된 암자를 ‘산내 암자’라고 한다. 이는 산 안에 있는 부속 암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사찰의 책임자를 ‘주지(住持)’라고 하는 반면 암자의 책임자는 ‘암주(庵主)’라고 해서 차등을 둔다. 또한 암자는 사가 ‘직영’하기 때문에 주지와 암주의 관계는 직장 상사와 부하의 관계처럼 수직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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