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지켜온 역사 산물, 성곽의 보존과 활용(11)
우리 삶 지켜온 역사 산물, 성곽의 보존과 활용(1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10 18: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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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교/진주문화원 향토사실장·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
 

지난시간에 이어 경남지방 왜성에 대하여 소개하도록 하겠다.


특히 경남지방에서는 왜성에 대한 성곽문화재를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왜성의 분포 또한 하나의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군이 해안선에 쌓은 일본식 성을 왜성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왜성은 강이나 바다 근처 구릉에 자리 잡고 있다. 전략적 요충지에 본성을 쌓고 본성 근처에 방어를 돕는 요새격인 지성(枝城)을 배치하였다. 본성은 그나마 성벽 일부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성의 방어를 돕는 지성의 대부분은 토목공사 등으로 멸실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울산부터 전남 순천까지 남해안에 왜성 31개가 축성됐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 중 현재 행정구역으로 경남에 17개가 축성되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 정부는 주요 왜성을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 관리했으나, 1997년 왜성의 문화재 가치 등급을 지방기념물 또는 문화재자료로 낮췄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왜성의 존재 자체가 생소한 상황이다. 역사적 교훈의 유적으로 왜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역설이 커지고 있다. 왜성은 임진⋅정유재란과 관련된 유일한 실제적 흔적으로 동북아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유적이다. 축성과정에 왜군에 의해 강제 동원됐을 우리 조상들의 피와 눈물이 스며든 잊어서는 안 될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 왜성은 문화자산임은 틀림없다. 다음 세대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 더 이상 훼손을 막고 보존해야 한다고 본다.

그밖에 기존의 성곽유적을 새로운 모델로 개발하여 시장경제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성곽의 보수정비에 있어서 특히 시대 및 지역별 축조방식의 다양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고증자료의 미흡, 재료 수급의 어려움, 보수 및 발굴조사 범위의 광범위성, 그리고 많은 예산의 소요 등으로 성곽유적을 하나의 통일된 기준이나 지침으로 인하여 성곽의 시대성과 역사문화 환경을 부각시키지 못한 것은 틀림없다. 대부분이 조선후기 양식의 성곽 축조방식대로 보수 정비한 것은 사실이다. 자치단체에서는 새로운 성곽모델을 개발하여 시장경제에 도전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특성화된 성곽 유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완벽한 성곽을 모델로 하여 모든 자치단체에서 동일한 모습으로 추정 복원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지역이나 시대, 입지에 따라서 성곽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동일하게 축조되지 않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아닌가!

더욱 새겨야 할 점은 바로 성곽유적은 새로운 관광자원화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 힘들게 산행하지 않아도 쉽게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낮은 야산에 위치한 양호한 곳을 택하여 성곽유적을 관광명소로 조성하면 더더욱 친밀하게 느껴질 것이다. 무너진 부분의 보수와 잡목 제거, 간단한 휴게시설과 체련단련 시설, 탐방로 등의 설치로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복원만 해 놓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문화유적이 방치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곽유적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즉, 체험의 장이나 호국의 장, 교육의 장으로 더 나아가 관광자원화 계획을 마련하여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성곽은 바로 역사의 흔적이며 조상들이 살아온 삶의 발자취이다. 우리나라 산성이나 도성은 자연의 형세를 이용하여 산허리를 굽이쳐 돌아나간다. 산길에서 마주치는 허물어진 성벽 한 자락에서 조상의 국토수호에 대한 숨길을 느낄 수 있다. 좁은 국토에서 특별나게 전란이 많았던 나라, 산 위에, 평지에, 그리고 바닷가에 유난히도 많은 성곽을 쌓아야만 했다. 이에 우리 조상들의 드높은 의지와 함께 힘들었던 삶을 생각나게 한다. 이를 계기로 성곽에 대한 호기심과 연구 의욕은 점점 용솟음치고 있다.

이러한 성곽의 단순 정비가 아닌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여 주변 문화유적과도 연계하여 활용가치를 높이도록 조성해야 할 것이다. 성곽유적은 어떤 유적보다도 많은 선조들의 손길을 지니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조상들이 남겨둔 문화유산을 최대자원으로 활용해야 하며, 조상들의 살아있는 숨결을 더욱 살려 후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얼핏 보잘 것 없이 보이는 성곽의 흔적이라도 우리에게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재삼 인식하여 보존과 활용에 힘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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