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박달호 산청부군수의 언론관
시대착오적인 박달호 산청부군수의 언론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11 18:42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력자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은 늘 언론이 불편하다. 언론은 늘 자기 주변을 맴돌면서 자기의 치부를 드러내거나 흠을 잡아서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따라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는 언론만 없으면 세상 살맛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한 사람도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고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마스 제퍼슨 같은 사람이다.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의 한명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그도 신문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해 불멸이 된 사람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김정은이 화제다. 김은 엊그제 열린 북한 노동당 대회 취재차 초청했던 영국 BBC 방송의 루퍼트 윙필드-헤이즈 기자를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8시간 동안이나 억류했다가 추방해 그 자신이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BBC기자들이 쓴 기사는 '뚱뚱하고 예측불가능한 아들 김정은'이라는 내용이었다. 남한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했다며 일본의 산케이 가토 지국장을 기소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아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한국의 국격을 훼손시키는 일을 했다.

이처럼 권력자들이나 고위공직자들은 늘 언론이 불편하다. 아마 박달호 부군수도 본지의 기사가 불편했을 것이다. 박 부군수는 김정은이나 박근혜 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청고을에서는 군수 다음으로 생각하고 있을 테니 그 자신은 나름대로 어깨에 힘깨나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비판하는 본지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고 힘으로 찍어 눌러야 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박달호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나 북한의 절대자 김정은도 언론을 제 맘대로 하기는 어려운 게 현대사회라는 걸 알아야 한다. 특히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언론이 기본이다. 불편하더라도 언론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인 것이 고위공직자, 정치인들의 숙명이다.

박지원 의원은 최근 국민의 당 특강에서 후배 국회의원들에게 “국회의원이 되면 기자의 전화를 잘 받아야 한다. 언론이 어떻게 하더라도 우리는 동반자이다. 정치를 하면서 가족이나 친구와 밥 먹는 사람은 자격이 없다. 정치인은 삼시세끼 기자와 먹는 게 제일 좋다. 기자들이 줄기차게 똑같은 사안을 물어 본다. 답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 걸려들면 우리가 수고롭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언론의 본질과 정치인 언론인과의 관계를 재치 있게 표현한 말이다. 역시 정치 9단 다운 깊이가 묻어나오는 말이다.

박달호 부군수는 억울할 수도 있다. 기사꺼리도 안 되는 것을 톱으로 보도해 자기를 비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생각이 든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여 기소된 가토 지국장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내린 판결문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재판부는 가토 지국장에 대해 기사가 허위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죄 이유로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는 것을 들면서 “언론자유의 영역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쉽게 말하면 가토 지국장이 박 대통령을 비방한 것이 사실이고 그것도 허위사실로 비난했지만 비방할 목적이 없었으므로 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법원이 아니라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이다. 

박달호 부군수의 사례에 적용한다면 박 부군수와 관련된 본지 정도정 기자의 보도가 설사 허위라 하더라도 정 기자가 박 부군수를 비방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면 정 기자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에서 언론자유이다. 언론에는 이처럼 폭넓은 자유가 인정된다. 언론이 예뻐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나온다.

박달호 부군수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되고 있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를 위의 사례들을 통해 배우기 바란다. 박 부군수는 하루빨리 시대착오적이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언론탄압을 중지하고 본연의 자세에 매진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박 부군수만 점점 더 수렁에 빠져 그 자신은 만신창이가 되고 산청군정은 어지러워 질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