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토론할만한 곳 없나요
어디 토론할만한 곳 없나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01 1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동화/창원시의원(무소속)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토론할 만한 공간이 없냐고 물어왔다. 아는 고등학생이 창원에서도 인문학토론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공간이 필요한데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공도서관이나 마을도서관, 청소년 시설들이 적지 않는 창원에, 인문학토론프로그램을 할 만한 장소가 없다니. 혹 그런 곳에 알아보지 않은 건 아니냐고 했더니 이미 예닐곱 곳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해 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기관에 소속된 동아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1회 사용에 10만원 안팎의 대관료를 내야 한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고 고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학생들이 하려고 하는 것은 모여서 춤을 추려는 것도, 노래를 하려는 것도, 위험하거나 불건전한 모임을 갖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닌 인문학서점인 인디고서원에서 주최하는 인문학토론프로그램인 ‘정세청세’였다. 정세청세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라는 말의 준말로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며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만들어지고 있는 청소년 인문학 토론프로그램이다. 이미 전국 몇몇 도시에서는 진행돼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창원에도 있었으면 했던 것인데 기특하게도 고등학생 몇 명이 힘을 모아 창원에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할 만한 공간이 없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들이 원하는 시간은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11시부터 2시까지. 40명에서 50명이 모여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인데 꿈 많은 우리 청소년에게 선뜻 내어준다는 곳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물론 대부분 토요일은 쉬는 날이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대관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또는 청소년들에게 선뜻 공간을 내어주기란 쉽지 않다는 점들을 다 이해하고 또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C방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우리 청소년들,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은, 창원시는 얼마나 많은 공간을 우리 아이들을 위해 내 주었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적당한 공간을 찾다가 경남정보사회연구소를 떠올렸다. 그곳이라면 적당한 공간도 있고, 학생들을 지원해주면서 인문학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담당 선생님과 연결시켜주니 다행히 흔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고 한다. 아직 기획단계고 인디고 서원의 신청승인이 나야지 우리지역에서도 진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장소가 구해진 것에 대해 참으로 다행으로 여긴다 했다.

다행스런 마음에 인터넷을 열어 다른 지역에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니 더욱 더 부끄러워졌다. 몇 년 전부터 부산에서 시작된 인문학토론프로그램인 정세청세는 울산, 순천, 공주, 제주 등 13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었고, 공공도서관이나 문화원, 청소년문화센터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지역에서는 학생들이 앞장서 만들어 보려고는 했지만 장소를 못 구해 신청을 포기할 위기였다니 할 말이 없어졌다.

이런 현실에 인문학의 중요성을 이야기 해 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학생들에게는 자유로운 토론의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이 걷고자 할 때 아이들이 맘껏 걸을 수 있도록 발에 맞는 신발을 구해주는 것이고 또 달리고자 할 때 맘껏 달릴 수 있는 운동장에 데려다 주는 것이라고 한다. 과연 우리는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 주고 있는 것일까.

수능이 끝나고 책상 앞에만 앉아있던 우리 청소년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겨울바람 부는 거리뿐. 우리 아이들에게는 지금 토론할 공간 뿐만이 아닌 좀 더 꿈꿀 수 있는, 꿈을 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