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단과 보약
공진단과 보약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12 18:4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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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최근에는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고 실제 많은 질병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많은 분들은 한의학 하면 ‘보약’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임상에서 한약을 처방할 때도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도 상당부분은 환자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보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의학에서 보약을 처방하는 원리는 사실 간단하다. 부족해진 정기를 보충해줘서 스스로 사기(邪氣:나쁜기운)를 몰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한의학이 갖고 있는 독특한 치료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를 해서 현대의학을 한의학적으로 설명한다면 약물이나 기타의 방법을 통해 사기를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고, 보약 등을 이용한 ‘온보(溫補)’의 방법은 한의학만이 가지는 조금 다른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연로하신 분들이나 만성질환을 오래 앓으셨던 분들, 그리고 지속적인 과로로 인해 정기가 많이 쇠약해지신 분들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기도 한다.

한의학에서 ‘보약’이 가지는 의미가 상당한 만큼 여러 의서에는 수많은 종류의 보약 처방이 있고,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선택하고 필요에 따라 적절히 약재를 가감하는 편이라 보약의 정확한 효능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오늘은 요즈음에는 연예인 등이 체력보강을 위해 먹는다고 티비에도 자주 나오고 또 환자분들도 많이 문의를 하는 ‘공진단(供辰丹)’의 효능을 간단히 설명해 볼까한다.

공진단은 원나라의 위역림(危亦林)이라는 유명한 의사가 황제에게 바치기 위해 처방한 약이다. 공진단에 ‘황제의 보약’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공진단에 대해 "태어날 때부터 허약한 체질을 타고 난 사람이라도 공진단을 복용하면, 하늘이 내린 생명의 원천적인 기운을 굳건하게 하여, 수(水)를 오르게 하고 화(火)를 내리게 하므로 백병을 물리칠 수 있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즉 정기를 보충하고 기와 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질병 예방과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하는 모든 약 중에 최고의 약이라 할 수 있다.

공진단에 함유되어 있는 사향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기운이 맺혀있어 기의 순환이 방해되어 있는 부분을 뚫어 기의 순환을 원활히 시켜주며, 녹용은 부족해진 기를 보충하여 오장육부의 기능저하와 원기부족에 뛰어난 효능을 보여주게 되고, 당귀와 산수유는 부족해진 혈을 보강시키는 역할을 하여 전신의 기혈을 모두 보충을 하면서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능을 갖는 뛰어난 처방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피로의 주체는 간(肝者 罷極之本)이라 하였고, 녹용·당귀·산수유 모두 인체의 목기(木氣)를 보강하여 간(肝)을 도와주므로, 공진단은 오장 중에서 특히 간허(肝虛)에 이롭다고 하였다. 그 밖에 만성피로, 중풍후유증, 만성 기관지염, 천식, 동맥경화, 혈액순환장애 등에 효과적이며, 선천적으로 허약한 아이에게도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노인의 경우 다른 질병이 없더라도 노화현상에 따른 체력저하와 면역력저하, 기억력감퇴 등에 효과가 뛰어나 건강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효능을 보이기도 한다.

공진단이 뛰어난 처방임에는 분명하지만 처방에 사향이라는 고가의 약재가 들어가서 가격이 상당하다는 단점은 있다. 이에 시중에서는 사향을 대체하여 목향이나 침향 등을 넣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건강에 있어서는 만능 열쇠가 없고 공진단도 수많은 처방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무조건 공진단만 찾기보다는 한의사에게 본인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그에 따른 처방을 복용한다면 비록 다른 처방이라고 할지라도 공진단의 명성에 버금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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