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샤, 어이샤’ 줄 당겨 보세!/민속문화의 상징, 줄다리기의 보존과 전승(1)
‘어이샤, 어이샤’ 줄 당겨 보세!/민속문화의 상징, 줄다리기의 보존과 전승(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18 18: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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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교/진주문화원 향토사실장·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
 

올 3월 12일 경남 함안군 삼칠지역의 대표적 민속문화 행사인 ‘병신년 삼칠민속줄다리기’ 행사가 열린다는 보도가 헤드라인 기사로 메워졌다. 이른 새벽부터 채비를 하여 함안 칠원으로 내달렸다. 함안 칠원읍사무소 앞 일원에서 성대하게 열린다는 현수막이 칠원읍 사거리의 중심도로와 양 옆 인도 측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창공에 휘날리는 현수막만 봐도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식전행사로 고유제와 우리 춤 공연, 풍물 농악공연이 먼저 열렸다. 개회식에 이어 줄다리기 출정식도 함께 열렸다. 청룡•백호대장과 3명의 부대장을 중심으로 양군의 출정은 의기양양하고 위엄스런 자태를 내뿜고 있다. 오색풍선과 함께 군민들은 모두 들뜬 마음을 가라앉을 수가 없다. 줄은 지름이 1m가 훨씬 넘고 길이 130m, 무게 40t에 달하는 거대한 줄로 청룡줄과 백호줄로 나눠져 있다. 청룡군은 칠원읍 용산을 제외한 칠원 및 칠북면으로, 백호군은 칠원읍 용산 및 칠서면으로 나눠 편성되었다. 드디어 차정섭 함안군수가 줄다리기 시작을 알리는 시총을 발사하였다. ‘어이샤, 어이샤’ 함성과 함께 3판 2선승제인 줄다리기는 긴장감이 넘치는 팽팽한 접전 가운데 백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주민들은 이긴 팀의 줄을 끊어 나눠가지고 한 해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기도 한다.


차 군수는 “칠원읍 승격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이번 줄다리기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로 전통문화 계승 발전과 군민들의 화합·단결을 이끌어내 우리의 여망인 함안시 승격의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축원하기도 한다.

한편 1960년대까지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한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고자 매년 음력 2월 초하루에 칠원읍 용산천에서 개최됐던 '삼칠민속줄다리기'는 근대화와 도시화의 바람으로 중단됐다가 40여년 만인 지난 2005년 부활되어 올해 10회째를 맞이한 삼칠의 유일한 문화유산이다.

이에 작년 12월 유네스코에 등재된 전통줄다리기에 대한 전반적인 의의와 심화된 내용까지 연구 의욕이 발로되기 시작한다.


본고에서는 줄다리기의 역사 및 존재 양상, 줄다리기의 고유한 특징을 파악한다. 또한 줄다리기의 보편적인 성격 및 체육적 성격과 아울러 스포츠줄다리기까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권의 전통경기인 줄다리기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집단놀이의 가치를 발현하는 줄다리기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한다.

우선 줄다리기의 역사부터 살펴본다. 줄다리기는 중국을 비롯하여 동아시아 일원에 널리 분포하는 놀이로, 그 기원과 유래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확인된 줄다리기에 관한 최초의 문헌기록은 《동국여지승람》이다. 제주목 풍속조에는 조리희(照里戱)에 관하여 기록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매년 8월 15일에 남녀가 모두 모여 가무를 즐기고, 좌·우편으로 나누어 큰 동아줄 끝을 잡아당겨서 승부를 결정한다. 또한 《동국세시기》에도 정월 대보름에 행하는 줄다리기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즉 ‘충청도와 경기도에서는 줄다리기를 행하는데, 이는 옛날의 혈하희(絜河戲)에 해당된다’고 했다. 영남에서는 ‘칡으로 만든 줄을 당겨 승부를 결정함으로써 풍년을 점치는 갈전(葛戰)이 있다’고 한다. 또 삭전(索戰), 발하희(拔河戱), 삭희조리희(索戱照里戱) 등의 명칭으로도 불렸다. 이외에도 《울산읍지》, 《동래읍지》를 비롯한 읍지류와 《화계집》 등의 문집에서 줄다리기와 관계된 기록이 남아있다. 중부 이남에서는 조선조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행해지던 놀이라는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서 점차 그 분포 범위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줄다리기는 여타의 전통놀이와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에 중단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시가 발전했던 곳에서는 그 규모가 더욱 커지기도 하였다. 해방 이후에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던 줄다리기는 민속예술경연대회 입상을 계기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다음시간에는 줄다리기는 여러 존재 양상과 그에 따른 특성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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