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지난 지면을 통해서 보약 중에 제일 유명하다는 공진단을 소개해드렸고, 오늘은 이에 뒤지지 않은 귀한 처방으로 경옥고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의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수백 가지 처방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일등 처방’이 바로 경옥고이다. 시기적으로 최초로 수록되었다는 의미가 아니고 동의보감의 수많은 처방 중에서 책의 가장 앞머리에 나온다는 말이니 허준 선생님이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할 수 있다.
경옥고는 원래 중국 명나라 의서인 ‘의학입문(醫學入門)’에 처음 나왔는데 이후 우리나라의 여러 의서에 연이어 소개될 만큼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동의보감’을 보면 가장 처음 나오는 부분이 ‘신형(身形)’편인데, 그 중 ‘성(性)을 기르고 목숨을 연장하는 약과 음식(養性延年藥餌)’에 가장 앞서 소개되는 약이 바로 경옥고인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경옥고는 정(精)을 채워주고 수(髓)를 보하며 진기(眞氣)를 고르게 하고 양성(養性)하며 노인을 다시 젊어지게 한다. 모든 손상된 것을 보하고 여러 병을 없애어 신(神)이 충족하게 되며 오장의 기(氣)가 차서 넘치고 흰머리가 검어지며 빠진 이가 다시 생기고 걸어 다니는 것이 말이 달리는 것과 같아진다. 하루에 여러 번 먹으면 종일 배고프거나 갈증이 없는 등 그 효과를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경옥고는 효능도 뛰어나지만 만드는 방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만드는 법을 간단히 살펴보면, 인삼과 복령을 가루 내어 졸인 꿀과 생지황즙에 잘 섞은 뒤에 사기항아리에 넣고 기름먹인 종이 5겹과 두꺼운 천 1겹으로 항아리의 아가리를 단단히 봉한 다음, 구리솥 속에 넣어 물속에 매달아 놓고 항아리의 아가리는 물 위로 나오게 하고 뽕나무 장작으로 3일 동안 끓인다. 솥의 물이 줄면 더운물을 더 붓고 3일이 지나면 꺼냈다가 항아리 입구를 다시 종이로 밀봉한 다음 우물 물 속에 하루 담가 두었다가 먼저 끓이던 솥에 다시 하루 달이고 물기가 없어지면 꺼낸다.
이 과정으로 경옥고를 만들되 개소리 닭소리 들리지 않는 곳에서 하라고 하였으니 이 약을 얼마나 정성껏 만들고 신성시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약을 복용할 때도 지킬 것이 많은데, 하루에 2~3회, 1회에 1~2숟가락씩 온수나 따뜻한 술에 타서 복용을 한다. 복용 중에는 파나 마늘과 같은 매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경옥고를 단순 보약으로 사용하는 것 이외에도 오래된 만성 질환 치료에도 응용해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노채(勞瘵)’를 치료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노채는 폐결핵과 같은 만성소모성질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약은 음양을 모두 보하는 약이기는 하지만, 음기(陰氣)를 보하는 효능이 더 뛰어나서 특히 어르신들의 보양에 좋다. 다만, 두루 적용할 수 있는 천하의 명방이기는 하지만 열쇠와 자물쇠가 만나듯이 극적인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의사에게 진맥을 보고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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