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샤, 어이샤’ 줄 당겨 보세!/민속문화의 상징, 줄다리기의 보존과 전승(3)
‘어이샤, 어이샤’ 줄 당겨 보세!/민속문화의 상징, 줄다리기의 보존과 전승(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29 18: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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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교/진주문화원 향토사실장·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
 

지난시간에 이어서 줄다리기의 주술•종교적 성격과 교육적 성격의 두 양상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먼저, 줄다리기는 종교적 난장(亂場)이라는 의례로부터 시작되며, 주술•종교적 성격을 함유하고 있다.

새봄을 맞이하는 영춘 행사는 떠들썩한 분위기, 즉 난장 속에서 치러진다. 난장은 곧 천지 창조나 우주 기원을 모방한 것이다. 줄다리기가 행해지는 곳은 농악대가 흥을 돋우고 참여자 모두가 들뜨고 신명나기 마련이다. 이에 참여와 체험을 통해 신이나 신성으로부터 내려질 은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동제가 제의 방식을 치중하는 반면, 줄다리기는 놀이방식에 의거한다. 정월대보름이라는 신성기간에 치러지는 행사이기 때문에 의례로서의 성격을 이미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줄다리기는 농경의례와 용사신앙(龍蛇信仰)이라는 관념과 직결되어 하나의 세시풍속으로 전승된다. 신성혼(神聖婚)과 난장이 농경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줄다리기가 도작문화의 테두리에 포함되어 벼농사를 많이 하는 지역에 그 분포 빈도가 높다. 신성혼은 신성한 혼인이며 신격의 혼인임을 뜻한다.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으로 지지되는 신격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적 변별성을 띠면서 결합하는 것이 바로 신성혼이다. 줄다리기를 할 때 사용되는 줄은 용(龍)이라는 관념이다. 즉, 신성동물인 용을 결합시키는 신성혼이다. 암룡과 숫룡을 결합하여 자웅을 겨루는 형태로 경희(競戱)가 벌어진다. 경희를 벌여 봄을 맞고 용을 즐겁게 하여 승천시키는 줄다리기는 농경문화권에서 없어서는 안 될 농경의례인 것이다. 용은 바로 농신이기 때문에 그를 깨우고 즐겁게 하고 승천시키는 것 역시 풍물과 관계있다고 믿어왔다.

더욱이 줄다리기는 액을 막고 풍요다산과 복을 비는 제액초복(除厄招福)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줄다리기가 잡귀나 역신을 퇴치하는 주술•종교적 방법 중 하나라고 믿었다. 줄다리기하기 전에 줄을 메고 온 마을을 도는 것도 신유(神遊)일 것이다. 이에 용을 상징하는 줄을 메고 다니는 것이며, 여기에 농악이 있고 노래가 있어 흥겹기도 하다는 점에서 놀이이다. 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상징적으로 용을 메고 다니기 때문에 특정의 주술•종교적 기능인 일련의 제의 행사인 것이다. 줄다리기는 풍요다산과 복을 비는 일련의 과정이라 믿었다. 이는 오신(娛神) 행사와 예축(豫祝)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한편 줄다리기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집단놀이로 그 속에서 교육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이를 밀도 있게 살펴본다.

먼저, 줄다리기는 개인의 신체 단련과 새로운 생산 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신체적 효용성을 지니고 있다. 줄다리기를 통해 전신의 협응력을 강화시키고 조화로운 신체를 조성하였다. 평시의 근심과 피로를 줄이고 건강을 유지하여 다음해의 새로운 생산 활동을 준비하였다.

또한 줄다리기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심기 위한 정신적 기반을 조성하였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농사의 풍년을 점치고 다음해의 풍년과 농사의 생산수단인 다산을 기원하기 위한 제(祭)의 한 형태로 유지시켰다. 줄다리기의 목적도 공동체의 구성을 위해 서로 격렬한 경쟁을 통해 하나로 뭉쳐 협동•봉사정신을 함양하려는 의지를 유도하였다.

그리고, 줄다리기는 집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집단 참여를 통해 개인의 자아정체성을 굳건히 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게 된다. 줄다리기를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와 규범을 중히 여기며, 그 집단의 목표 도달을 위해 열정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 줄다리기는 사회문화적, 그리고 주술•종교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줄다리기의 사회문화적 의미에서 축제라는 문화현상 속에서 나타난다. 줄다리기는 대부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맞이 축제 현장에서 연행되었다. 이러한 축제성은 일상의 차별적 질서가 약화되거나 유지되지 않는데서 드러난다. 암줄과 수줄로 나타내는 거대한 성적 결합과정에서의 노골적인 성적인 말재간, 남녀성 간의 신체적 접촉 등은 유교 이념상 축제행위 외에서는 가히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었다. 다음, 주술•종교적 의미에서 여성의 생산력에 대한 주술적 믿음과 성 행위의 모의를 통해 풍요다산을 기원하고 용신 신앙을 찾는데서 볼 수 있다. 여성편의 승리를 공동체의 안녕과 연결 짓는 점치기 등의 방식은 일반적이다. 한편, 쌍줄다리기에서 암•수줄을 결합시키는 것은 양성(兩性)의 결합으로 인식된다. 이런 양성 결합은 생명의 형태와 행위 사이의 연대성을 기초한 것이다. 인간의 직접 성행위, 모의적 성행위가 풍요다산을 불러온다는 주술적 연유에 기인한 것이다. 줄은 용으로 인식되어 용신은 수신과 농신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고 본다. 줄과 용의 관계를 보여주는 여러 사례는 흔히 나타난다. 이는 용신 신앙을 바탕으로 풍요다산을 축원하는 주술•종교적 측면에서 이해되기도 한다.

다음시간에는 우리나라 줄다리기의 체육적 성격 및 스포츠 줄다리기에 대해 밝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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