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과 간
한약과 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02 18:5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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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한의원에서 진료를 보면 환자분께서 자신의 건강과 병 치료를 위해서 한약을 복용하고 싶어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망설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구체적인 사례는 아래 두 가지가 가장 많다. ‘병원에 갔더니 한약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더라, 저는 간염이 있어서 한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어요’ 심지어는 일부 병원의 안내 책자에는 버젓이 환자 금기사항으로 ‘한약 복용 금지’라고 적혀있기도 하다.


서양의학에서 약물의 분해 흡수는 간장과 신장에서 이루어지므로 한약도 약인지라 간장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근거로 이런 주의를 주기도 하는데 간장과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 있고, 그만큼 중요한 장기라는 이유에서 조심하자는 의미로만 받아들이면 나쁠 것은 없다. 오히려 그런 이유로 한약은 한의사의 진단을 통해서 복용해야지 누가 먹었더니 좋다더라 TV에서 좋다더라 해서 따라 복용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는 간에 부담이 갈 수 있는 것은 한약만이 아니다. 우리가 복용하게 되는 양약 또한 간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여러 기호 식품 또한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두통이 있을 때 흔히 복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은 간독성이 있어 알코올과 병용이 금지되어 있고, 차와 커피에 흔히 들어있는 카페인 또한 과량을 복용하게 되면 간독성을 보일 수 있다. 먹는 약과 음식이 아니더라도 무좀 등 피부 치료 연고 등에서도 간독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위 사람에게 피부 연고를 받아서 쓰거나 하면 안 되고 꼭 전문의와 상의 후 사용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간 때문에 한약을 조심해야한다고 하지만 우리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는 여러 음식이 이미 한약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율무, 도라지, 은행, 밤, 파, 무씨, 대추와 같이 일상에서 식용으로 섭취하는 것들도 있고, 계피, 당귀, 감초, 둥글레, 구기자, 산수유와 같이 차(茶)로 마시는 약재들도 많으며 일용하는 쌀이나 벼, 콩이나 조, 수수를 비롯한 각종 곡식, 각종 산나물 등도 한의학에서 흔히 쓰이는 약재들이다. 이렇듯 대부분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음식물들이 한약재로 쓰이고 있는데, 위와 같이 무턱대고 한약이 간에 나쁘다는 논리대로라면 간이 나쁜 사람들은 우선 밥을 포함해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한약재 중에도 독성을 띈 것들이 있고 간에 나쁜 것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창이자, 오배자, 천련자, 백급, 방기, 청대, 대황, 택사, 반하, 포황, 관중, 번사엽, 고련, 섬여, 오공 같은 것들이다. 이 약물들은 대부분은 학교에서 배우고 나름의 약효와 의미가 있는 약들이지만 임상에서 많이 쓰지 않는 벽재(僻材)들이며, 일부 다용하는 약재들은 약재의 성질을 고려해 정확히 처방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한의대 교육과정에서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데, 대학에서는 본초학과 방제학, 임상 각과에서 간에 나쁜 약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한약이 오히려 간기능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도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는데, 입원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장기간(2주~5개월) 복용시킨 뒤 간기능 검사와 신장 기능 검사를 한 결과 기능이 더 좋아진 예 등 마음만 먹고 찾으려면 이러한 사례와 논문들은 수없이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처방되어진 한약은 안심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한약재들은 대부분 안전하지만 ‘어떤 질병에는 어떤 약재가 좋다더라.’는 등의 풍문으로 이것저것 약재를 사다가 달여 먹게 되면 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건강에 해를 미칠 수 있다. 또한 무턱대고 한약은 간에 좋지 않다는 속설을 믿어 한약 복용을 꺼리는 것은 건강해 질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을 버리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한약은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지어진 처방을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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