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여움은 자기 명줄을 끊는 칼이다
노여움은 자기 명줄을 끊는 칼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20 18:3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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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예로부터 동양의학에서는 본래 인간의 수명이 4만 3,200여 일, 약 120세라고 얘기해왔다. 요즘 현대의학에서도 인간 수명을 120세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동양의학과 현대의학과의 차이라면 한쪽은 본래 타고난 수명이 120세인데 제대로 양생(養生)을 못해서 수명이 짧아졌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나날이 발전하는 유전공학과 의학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절한 맞춤형 치료를 통해 120세까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자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즉 인간의 수명은 ‘늘려 가는 것’이기도 하고 ‘찾아 먹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인간 수명을 단축해왔는가? 한마디로 ‘노여움’이다. 노여움은 분함에서 오고 그것이 분노를 낳는다. 쓸데없는 노여움은 자기 명줄을 끊는 칼이 되고 날 선 분노는 결국 내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이다. 그것들이 내 안에 암의 씨앗을 뿌린다. 따라서 마음에 노여움을 품어 그것을 쌓아 가면 스스로 명줄을 끊는 것이 된다. 분함을 품지 않고 노여움을 없애는 것이 자기 명을 제대로 사는 지름길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매사 고깝게 받아들이고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너무 날을 세워 팩팩거리면 어느 날 ‘팩’하고 쓰러진다. 팩팩거리는 사람치고 오래 사는 사람 드물다고 하지 않았던가. 웬만하면 ‘그럴 수도 있지’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도 노여움을 비켜가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일찍이 조선 중기의 문신(文臣) 퇴계(退溪) 이황(李滉:1502∼1571) 선생께서는 <성인(聖人)은 병들기 전에 다스리고 의원은 병이 난 후에 고치는 것이니, 전자를 치심(治心) 또는 수양(修養)이라 하고 후자를 약이(藥餌)라 한다. 다스리는 법이 이와 같이 두 가지이나 병의 근원은 하나이니 모두가 마음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노자께서 말씀하시길 “마음은 정신의 주(主)가 되고 고요하거나 바쁜 것이 모두 마음에 따른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마음은 도(道)의 근본도 되고 화(禍)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하면 모든 일에 태연하고 맥박이 활발하나 고요치 못하면 기혈(氣血)의 흐름이 고르지 못하고 탁하여 백병(百病)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성품이 고요하면 정(情)은 평안해지고 마음이 산란하면 정신이 피로하나니 참됨을 지키면 뜻이 만족한다. 여러 가지 복잡하게 추구하면 생각이 복잡하여 정신이 산란하고 정신이 산란하면 기가 흩어져 병이 들고 죽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건강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무사(思無邪): 마음에 거짓을 없앨 것. 행호사(行好事): 좋은 일을 행할 것. 막기심(莫欺心): 마음에 속임이 없을 것. 행방편(行方便): 필요한 방법을 잘 선택할 것. 수본분(守本分): 자신의 직분에 맞게 행사 할 것. 막질투(莫嫉妬): 시기하고 샘내지 말 것. 제교사(除狡詐): 간사하고 교활하지 말 것. 무성실(務誠實): 성실히 행할 것. 순천도(順天道): 하늘의 이치에 따를 것. 지명한(知命限):타고난 수명의 한계를 알 것. 청심(淸心):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할 것. 과욕(寡慾):욕심을 줄일 것. 인내(忍耐): 잘 참고 견딜 것. 유순(柔順):부드럽고 순할 것. 겸화(謙和):겸손하고 화목할 것. 지족(知足):만족함을 알 것. 염근(廉謹):청렴하고 삼갈 것. 존인(存仁):마음이 항상 어질 것. 절검(節儉):아끼고 검소할 것. 처중(處中):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조화할 것. 계살(戒殺):살생을 경계할 것. 계로(戒怒):성냄을 경계할 것. 계포(戒暴): 거칠게 행하지 말 것. 계탐(戒貪):탐욕을 경계할 것. 신독(愼篤): 신중히 생각하고 독실하게 행할 것. 지기(知機): 사물의 기틀을 알 것. 보애(保愛): 사랑을 견지할 것. 염퇴(恬退): 물러서야 할 때 담담히 물러날 것. 수정(守靜): 고요함을 지킬 것. 음즐(陰櫛): 은연중에 덕이나 은혜를 쌓을 것.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하는 현대판 화타(化他)로, 또 다른 한쪽에서는 무면허 사이비 돌팔이로 몰려 법정에까지 서야 했던 실제 나이 110세라고 하는 장병두 옹이 한때 반독재 민주화운동 때문에 옥고(獄苦)를 치르고 결국엔 심신이 피폐해져 폐인의 지경에까지 몰렸던 김지하 시인에게 “살고 싶거든 서푼짜리 노여움을 버려라”고 일갈(一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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