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샤, 어이샤’ 줄 당겨 보세!/민속문화의 상징, 줄다리기의 보존과 전승(7)
‘어이샤, 어이샤’ 줄 당겨 보세!/민속문화의 상징, 줄다리기의 보존과 전승(7)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22 18:2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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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교/진주문화원 향토사실장·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캄보디아의 줄다리기인 테안프롯(Teanh Prot)를 소개하겠다.


캄보디아의 줄다리기인 테안프롯(Teanh Prot)은 4월 중순 사흘 동안의 새해 휴일을 전후해 전국에서 행해지는 중요한 의례놀이의 하나다. 의례행사로서는 새해 휴일 마지막 날이나 새해 직후 농경관련 의식인 클롱체트(clong chet)가 행해지는 날에 벌어진다. 클롱체트는 마을이나 불교 사원의 야외 지역에서 행해진다. 역사적으로 테안프롯은 우유의 바다를 휘젓는다는 힌두 신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신화는 잃어버리거나 숨겨진 보물, 특히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알려진 암리타를 되찾기 위해 선신과 악신이 바다를 뒤진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현재 남아있는 이 놀이의 민담에서도 이러한 연관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우유의 바다 신화를 테안프롯에 접목한 것은 완벽한 사회 질서와 시간, 다가오는 새해의 번영을 이루려는 지역에서의 바람을 충족할 수 있도록 신화의 종교성 의미를 기존의 놀이에 수용한 것임이 분명하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줄을 잡아당기고 엉덩이를 건드리는 것과 같은 성을 상징하는 행위는 비와 풍작, 그리고 다산을 의미한다. 이는 새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적절한 비를 기원하고, 완전한 사회와 시간의 질서를 여는 의식이다. 캄보디아의 줄다리기 역시 농업 공동체가 치르는 중요한 의식 가운데 하나로써, 묵은해에서 새해로의 경과, 완벽한 시간과 사회 질서의 회복, 기우제의 의미를 갖는다.

농경사회인 필리핀에서의 줄다리기는 가장 대중적인 민속놀이이지만 지역별로 명칭과 그 양상이 다양하다. 이들 민속놀이 중 푸눅(punnuk)만이 농경의례의 일환인 것으로 나타났다. 푸눅은 이푸가오 주 훙두안 지역 바랑가이의 하파오, 바앙, 그리고 눙굴룽안 공동체가 행하는 전통 줄다리기 의식을 말한다. 농사 주기의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언함과 동시에 다시 새로운 주기가 시작됨을 알리는 의식이다. 푸눅에 앞서, 닭이나 돼지를 제물로 바치는 바키 의식과, 술을 음복하는 이눔 의식을 치른다. 푸눅은 바키와 이눔이 끝난 다음날 치르는데, 신체 건장한 남자들이 강에서 줄다리기를 벌였고, 여자들은 강둑까지 이어지는 행렬에 참여했다. 양 팀은 강 한가운데 있는 키나악에 고리를 건 파키드를 당기며 줄다리기를 시작하고, 먼저 키나악을 자기 편 쪽으로 당긴 팀이 승리한다. 강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의미는 강에다 그동안의 노고와 어려움을 띄워 보낸다는 의미와, 그럼으로써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필리핀의 전통 줄다리기 푸눅은 종교적 의미, 공동체의 협동심과 효율성, 체계적인 농번기 노동 공유, 전통 수호에 대한 인식 고취의 의미를 갖는다.

태국의 가장 오래된 전통 단체경기의 하나로 줄다리기 차까예르(Chak-ka-yer)가 있다. 무거운 짐이 실린 수레를 끄는 인간의 노동, 무거운 것을 끄는 황소와 물소 및 코끼리의 행위, 착프라(Chak-Phra)라고 불리는 불교 의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까예르에 참가하는 두 팀은 줄의 중간 부분이 자기편 쪽에 오도록 온갖 힘을 다해 줄을 당긴다. 차까예르가 무거운 것을 끌어당기는 행위와 불교의 착프라 의식에서 기원했다는 믿음은 환대, 헌신, 공동생활에서의 협동과 같은 태국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차까예르는 즐거운 오락일 뿐만 아니라 단결, 우정, 원만한 관계를 도모하기 위해서도 행해진다. 이 시합은 보통 송끄란(태국 전통 신년) 축제, 신년 휴일, 도시 불상 축제, 왕•왕비 탄신일과 같은 연중축제나 행사에서 벌어진다. 차까예르는 태국 전통 무형유산 종목의 하나다. 이 놀이는 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신체, 정신, 감정, 사회 가치를 제공한다. 또한 과거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전국에 걸쳐 행해져 오고 있는 인기 높은 놀이다.

한국의 줄다리기는 다양성을 바탕에 두고 있다. 줄다리기는 고을과 마을의 두 수준으로 전승되었다. 한국의 줄은 쌍줄과 외줄 두 형태가 있다. 줄의 형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게줄’이다. 통상 게의 붉은 색과 날카로운 발은 각각 벽사의 색과 형상으로 받아들여지며, 무수한 알은 다산성의 표상으로 인식된다. 줄다리기는 지연공동체의 구성원들을 두 편으로 갈라 진행하는 편싸움이다. 줄다리기의 연행 공간도 통상 줄을 당기기에 불편함이 없는 넓고 긴 공간이면 족하며, 줄의 규모에 따라 각 지역의 지리 여건에 맞게 결정된다. 또한 앞놀이와 뒷놀이가 반드시 따른다. 한국 줄다리기의 주술•종교 성격은 지모(地母) 신앙과 성행위의 모의를 통한 풍요와 다산의 기원, 용신(龍神) 신앙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떤 형태의 줄다리기든 여성 또는 여성을 상징하는 편의 승리를 공동체의 안녕 및 풍요, 다산과 연관 짓는 점세(占歲) 방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처럼 여성 편의 승리를 호의로 해석하는 것은 대지의 생산 신인 지모신에 대한 믿음과 일정하게 연관된 것이다.

다음시간에는 줄다리기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줄다리기 양상을 중국,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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