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 절집 이대로 좋은가?
심산 절집 이대로 좋은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30 18: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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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2010년부터 7년째 모 일간지에 ‘윤위식의 발길 닿는 대로’라는 제하에 매달 한 편씩의 기행수필을 연재하고 있어 다달이 한 두 차례씩 경남일대의 산자수명한 심산계곡을 찾는다. 굳이 경남일대만 찾는 것도 지자체의 관광객 유치홍보에 적은 보탬이라도 될까하여 널리 알려진 유명관광지보다는 조금 덜 알려진 곳을 지금까지 200여 곳을 찾아 80여 편을 써 왔으니 웬만한 곳은 발길이 닿았다.


선현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유훈도 되새기고 길을 묻고자 길을 나서면 산자락 드리워진 아늑한 곳이면 서원이 있고 기암괴석 어우러져 반석이 좋으면 정자가 있고 명경지수 거슬러서 깊은 골로 들어서면 골짜기마다 어김없이 화려하고 웅장한 절집들이 터를 잡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천년고찰이 있는 공원구역을 제외하고는 골짜기 마다 크고 작은 절집들이 들어섰다. 우람한 바윗돌로 축대 쌓아 전각 짓고 바위나 암벽 깎아 불보살을 조각하고 누운 돌은 일으켜서 불경구절 새겨놓고 넓적하면 포개서 높고 낮은 탑을 쌓아 절집들의 둘레에는 벼랑도 바윗돌도 자연 그대로 남아나지를 않는다. 게다가 스님들의 부도탑도 아닌 일반인들의 납골부도도 만만치를 않으니 이대로 십년 후이면 산간 계곡은 불교조형물로 가득하여 자연경관은 흔적도 없이 살아지지 않을까가 걱정스럽고 백년 후이든 천년 후이든 유물이 아닌 애물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어쩌다가 수행과 수도의 청정한 도량이 몸집 크기로 앞을 다투는 것일까. 절집은 모두 웅장해야하고 석불은 모두 장엄해야하고 범종은 모두 거대해야 하는지 아니면 부처님이 돌아앉으실까! 부처는 언제나 물욕의 저편에 있고 석가는 등극의 영화도 버리지 않았던가! 비 가림의 절집에 돌부처 하나이면 영험이 없는 게고 천년고찰은 효험이 끝난 걸까.

부모형제 이별하고 천륜 끊고 인륜 끊어 불제자로 작심하고 출가하여 입산하면 삭발하고 장삼입고 염불하며 목탁치고 불철주야 참선수행 불문귀의 용맹정진 불법대로 행할 게지 자연경관 훼손하여 대궐 같은 절집 짓고 요새처럼 별실지어 들고남을 선별하고 화려하고 웅장해야 불법수행 이뤄지나. 유서 깊은 천년고찰 대덕고승 유지 따라 큰스님께 계율 받고 노스님들 시봉하며 심오한 지혜 얻고 가르침에 따를 것이 수도승의 길이 아닌가. 반면에 사바의 중생들은 웅장함도 화려함도 안락함도 원치 않고 오로지 발복발원 지극정성 기도처로 옛 모습 옛 내음의 고찰의 그대로가 믿음가고 경건하다. 재가불자의 작은 깨달음이 웅장한 절집과 차츰차츰 멀어질 날이 머지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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