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우아하게 늙어가는(aging gracefully)’미국인 10명을 선정한 바 있다.
남성으로는 1930년생인 ‘투자의 귀재’워린 버핏과, 1937년생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그와 동갑내기인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퍼드 등이 선정되었다. 여성으로는 1930년생으로 알츠하이며 병을 앓고 있는 남편 간호를 위해 종신제인 미국 대법관 자리를 미련 없이 버린 샌드라 데이 오코너, 1931년생으로 노벨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 1941년생인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역시 동갑내기 인권운동가이자 반전평화운동가인 가수 존 바에스, 등이 포함됐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우아하게 늙어가는 사람 10명을 뽑으라면 누구를 헤아릴 수 있을까? 일단 정치인 중에서는 없을 것 같다. 경제인 가운데서도 선뜻 뽑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워린 버핏 같은 사람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문화 예술인이나 종교인이나 속세를 벗어난 방외지사(方外之士)들 중에서는 더러 거론 될 수 있을 것이다. ‘멋지고 우아하게 늙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옹은 4만5000여 명은 해외로, 1만5000여 명은 국내로 입양시켰다. 옹은 2011년 5월 18일 향년 96세로 세상을 뜨셨다. 옹의 삶은 정호승 시인이 쓴 〈봄길〉을 빼닮았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옹은 스스로 사랑의 봄 길이 되어 가장 아름답게 또 가장 멋지게 늙어간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나이 듦의 법칙’이란 책을 쓴 로저 로젠블라트는 나이 들수록 이렇게 하라고 권한다. 첫째, 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라. 둘째, ‘대단해’란 찬사를 조심하라. 셋째, 외로움보다는 차라리 싸움이 낫다. 넷째, 한꺼번에 인생의 8분의 1 이상을 바꾸지 말라. 다섯째, 먼저 사과하고 화해하라. 그리고 도움을 주라. 라고 당부했다. 앤드류 웨일 애리조나 의대교수는 우아하게 늙는 방법으로 첫째, 금연,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둘째, 적당한 운동, 특히 하루 45분씩 걷기. 셋째, 충분한 휴식과 10~20분의 낮잠. 넷째, 건강한 성생활. 다섯째, 꾸준한 활동. 여섯째, 편안한 마음가짐이라고 제안했다. ‘계로록(戒老錄:늙음을 경계하는 글)’을 쓴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1931년생) 역시 이렇게 당부했다. 첫째, 늘 인생의 심리적 결재를 해두라. 둘째, 푸념하지 마라. 셋째, 젊음을 시기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더 멋지게 꾸릴 생각을 하라. 넷째, 남이 ‘해줄 것’에 대한 기대를 버리라. 다섯째,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라. 여섯째, 지나간 이야기는 정도껏 하라. 일곱째,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기르라. 누구나 늙는다. 예외가 없다. 하지만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우아하게 늙어간다는 것은 서툰 젊음보다 멋지다. 젊음이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은 우아하게 늙어가는 그들에게서 향기롭게 품어져 나오는 ‘세월의 깊이’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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