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우리나라의 발효음식 문화
시론-우리나라의 발효음식 문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7.21 18: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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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
 

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우리나라의 발효음식 문화


웰빙(welling-being)이란 단어가 등장하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화두로 최근 슬로푸드(slow food)가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일찍부터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천천히 묵힌 여러 가지 발효식품들을 애용하여 왔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신문왕 3년(683) 왕비의 폐백 품목으로 쌀, 술, 기름, 꿀, 장, 메주, 포와 더불어 해가 포함되어 있어 삼국시대에 이미 어패류나 채소류의 발효식품이 상용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기본 조미료로 쓰이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라든지 김치, 젓갈, 장아찌 같은 밑반찬들은 모두 소금을 넣어 일정 기간 숙성시킨 발효식품으로 우리 식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전통식품이다.

<증보산림경제>(1766)에는 “장은 모든 맛의 으뜸이며 집안의 장맛이 좋지 아니하면 좋은 채소와 고기가 있어도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없다.”라고 하여 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장은 콩에 적당한 농도의 소금을 첨가해서 미생물의 작용으로 단백질과 당류의 분해와 결합을 유도하여 육류와 같은 구수한 향미를 내게 하였기 때문에 조미료가 되는 동시에 저장성이 큰 발효음식이며, 우리 식탁의 가장 훌륭한 조미료이다.

장은 간장, 된장, 고추장의 총칭이다. 장의 주재료는 콩이고, 보리쌀, 밀가루, 멥쌀, 찹쌀을 배합하여 사용하기도 하며, 소금과 좋은 물을 첨가하여 만든다. 중국의 <위지>(280~289) 동이전에 “고구려 사람은 장담기가 뛰어나다”라고 기록되어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발효식품을 만드는 솜씨는 대단하였음을 알 수 있다. 신라 신문왕 3년에는 왕비의 폐백품목에도 장(醬)과 시(豉)가 들어 있었으며, 고려시대에는 나라에 기근이 있을 때는 장을 구황식품으로 보낸 기록도 있다.

지금은 장의 종류 및 담금법이 단순화되어 그 종류가 적어졌지만 조선시대에는 20여종으로 다양하였다. 예로서 청장(淸醬), 즙장(汁醬), 담북장(淡水醬), 청국장(淸國醬), 고추장 등이 일반적인 것이었고, 이외에 청태장(靑太醬), 소두장(小豆醬) 등 특수한 것과 때로 흉년이 들어 콩이 부족할 때에는 콩잎, 콩깍지, 느릅나무 열매 등도 간장, 된장을 담그는데 사용하였다.

김치는 고구려인들이 채소를 절이는 형태로 먹기 시작하였고 이후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단순한 채소절임의 형태를 벗어나 여러 가지 양념과 채소류를 사용하여 양념된 김치의 형태로 발전되었다.

서유규가 쓴 <임원십육지>에는 90가지 이상의 김치가 나온다. 소금에 절인 김치와 술지게미에 넣어 만든 김치를 통칭해서 엄장채, 누룩이나 쌀밥을 넣어 발효시킨 식해(食醢)형 김치인 자채, 간장이나 된장 혹은 초에 생강과 마늘 같은 향신료를 넣어 만든 제채 등과 더불어 지금 우리가 먹는 김치와 비슷했던 저채(菹菜) 혹은 침채(沈菜)가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김치라는 말은 침채에서 온 것으로 추측된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는 것을 김장이라 한다. 김장을 담그는 일은 우리민족의 매우 정겨운 풍습이다. 겨울부터 봄까지 먹기 위한 김치를 담그는 것은 별다른 반찬이 없고, 채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던 시절에 무기질과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지혜로운 겨울나기로 중요한 연례행사였다.

김장을 담그는 법은 지역에 따라 만드는 김치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이웃 간에 품앗이로 함께 모여서 공동으로 김장을 담그고 나누어 먹는 것이다. 요즘은 주거환경이 변하여 김장을 하는 집이 많이 줄어들었으나 항아리 대신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김장은 여전히 중요한 행사가 되고 있다.

김치는 동,식물성 재료가 함께 어우러지고, 숙성하면 유산균을 생성하는데 유산균은 장내에 산도를 낮추어 해로운 균이 자라는 것을 막아주거나 없애주며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정장작용의 역할도 담당한다. 따라서 다양한 재료와 함께 여러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발효식품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야 김치라 불릴 수 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이후이다. 고추를 이용한 선조들의 지혜는 놀랍다. 이는 비타민 C와 캡사이신 등의 성분을 많이 함유하여 체내에서 항산화제의 역할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소화활동을 돕는다. 또한 부패미생물을 억제하여 소금의 양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세계식생활문화> 수학사를 통하여 우리나라 발효식품을 살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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