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피서 가는 길
진주성-피서 가는 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7.28 18: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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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피서 가는 길


고속도로의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피서지를 찾아 나선 차량들의 긴 행렬은 끝이 없다.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고부터 평일이고 휴일이고를 가리지 않고 아침저녁의 시간대도 구분 없이 차들이 줄을 섰다. 가족끼리 나선 사람도 있을 게고 친구끼리 나선 사람도 있을게다.

모두가 소중한 사람끼리 좁은 공간에서 몸을 비비대며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간밤부터 설레기도 하여 잠을 설친 사람들도 있을 게고 이것저것 챙기느라고 정신없이 바쁘게 바동거린 사람도 있을 게다. 그래도 즐거운 나들이 길이라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새롭게 대면할 풍경만을 연상하면서 새로운 시간과 공간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시간과 공간의 공유가 모처럼 주어져서 주고받는 이야기들도 평소 때와는 전혀 다르다. 못 했던 이야기가 나오고 참았던 이야기도 나오고 더러는 안 해도 좋을 이야기까지도 나온다. 그래도 이 순간만은 모두가 너그러워 진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한 공유의 가치이다. 그러다가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정체가 시작되면 그 너그러움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다.

대화도 끊어지고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그 봐 내가 뭐랬어!’ 로 시작하여 목적지를 잘 못 잡았다느니 길을 잘못 들었다느니 네비게이션의 길안내가 잘 못되었다느니 서로가 내 탓이 아니고 네 탓으로 몰아간다. 그런데다 옆 차선의 차가 잽싸게 앞으로 끼어들기라도 하면 죽일 놈이니 살릴 놈이니 하고 부아까지 치밀어서 투덜거린다. 운전자는 심통까지 부린다. 끼어들려는 것인지 출구 쪽으로 나가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방향지시등이 제아무리 깜빡거려도 끼어들지 못하게 앞차의 꽁무니에 코를 박고 다가붙인다.

앞차가 멈칫하기라도 하면 쿵! 하고 들이박을 판이다. 동승자들은 불안 해 져서 이제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잠시 후 또는 얼마 후이거나 아니면 하루의 뒤끝은 어떻게 마무리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 탈이 없다면 천만다행이지만 아닐 수도 있다. 이래서는 안 될 일이다. 도로로 올라서면 모두가 도로를 함께 달리는 시간과 공간의 공유자들이다. 미운 짓을 한다고 몹쓸 짓을 할 수는 없는 게다. 얄미워도 용서하면 후덕군자이고 더불어서 죄 없는 여럿이 안전해 진다. ‘저맘때는 저럴 수도 있지!’ 하고 옛 생각으로 돌리면 또 한 번 성숙한다.

소중한 사람끼리 함께하는 시공의 공유가 행복인 것이다. 일탈의 여유를 함께하는 행복을 허비하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순간들이다. ‘그러려니’ 로 물러서고 ‘그리시오’로 배려하면 나의 소중한 모두가 행복하다.
사고는 내어도 후회하고 당해도 후회한다. 공유의 가치를 되새겨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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