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폭염 속에서
진주성-폭염 속에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04 18:1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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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폭염 속에서


위선의 장막을 한 겹씩 벗겨낸 먹장구름이 까마득히 멀어져버린 고산준봉의 꽃내음 풀내음을 시샘했던 어리석음을 굵은 빗줄기로 씻어낸 대지는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로 훨훨 들불로 번지며 불타고 있다.

돌아온 제비는 살갑게 하늘을 휘젓고 먼 산 뻐꾹새는 목이 쉬도록 한낮을 섧게 울더니만 어느새 저무는 해를 품고 잠이 들었다.

달빛이 밝아서 더 서러운 밤은 풀벌레소리에 깊어만 가고 철 들지 않은 작은 별들은 꿈 이야기로 도란거린다. 새벽이 길어서 몸부림하던 여명이 나른하게 지치면 먼 산은 희미하게 거울 앞에 앉는다. 지나간 나날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그저 오늘이 반갑기만 한 아침 해는 다시 떠오르고 이제나저제나 하고 날밤을 지새우며 꿈꾸었던 풋감들은 촉촉하게 이슬에 젖으며 토실하게 볼 살이 오른다.

트럭이 간다. 버스가 간다. 승용차도 날래다. 나뭇잎에 몸을 숨긴 쓰르라미는 개의치 않고 제 노래에 신이 났고 등줄기를 적시는 땀방울을 머금고 벼 포기는 삑삑 소리를 내며 한 치 한 치 자란다. 밤톨만한 풋과실도 제 할일이 바쁘고 풋고추는 텃밭에서 빨갛게 영그느라 눈 코 뜰 새가 없는데 하루살이를 쫒는 잠자리도 옆 돌아볼 겨를이 없다.

폭염 속에서도 제마다 바쁘건만 사드문제는 설치장소가 문제일까 요격지점이 문제일까? 사드로 감지하여 요격하면 북한의 핵미사일이 어느 상공에서 터질까? 서울상공일까 대전상공일까 아니면 휴전선 이북일까? 땅에서 터지는 것과 공중에서 터지는 것이 어떤 결과로 달라질까? 필자야 더위 먹고 해보는 소리지만 연구하는 과학자나 폼 나는 교수님은 다들 벙어리가 되었나. 4대강 사업은 시작 할 때는 문제없다고 다들 입을 모우더니 정권말기부터 벙어리가 되었다. 뱁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일야만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드 설치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워도 성주참외는 단맛을 풍기며 노랗게 익었다. 김영란 법이 헌재에서도 합헌결정이 났는데도 산새 들새는 제 볼이 바쁘고 숲속의 매미는 신바람이 났다. 고래 잡는 그물은 엉성하기 그지없고 피라미 잡는 그물은 왜 이리도 촘촘한지 알듯 말듯 하건만 주례 못 서게 해서 해방된 국회의원은 선물을 주는 쪽인지 받는 쪽인지 헛갈리기도 하지만 선거 때마다 고생한 사람들께 명절마다 등급 매기느라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김영란 전 대법관의 덕택으로 한 시름 놓았으니 살판이 또 났다.

폭염은 오늘도 계속 된다. 범부들의 살판은 언제쯤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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