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기업과 지역언론, 지자체
현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기업과 지역언론, 지자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07 18:3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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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
 

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이해할 수 없는 기업과 지역언론, 지자체/지역 환경오염 의혹 밝히자는 군의원이 조롱거리인가?


얼마 전 함양의 한 주간지가 뜬금없이 누군가를 원색적으로 희화화하는 만평을 게재했다. 거기선 독수리 모습을 한 세 사람이 “청정 함양 우리가 지킨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 앞 강연대에는 ‘면책특권…매립?’이라고 적혀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과 아이가 “아 웃겨. 개콘보다 더 재밌어요”라며 낄낄거리고 있다. 그 밑에는 ‘독수리 3형제’ ‘정의를 위해 왕따 불사’라고 해설이 붙어 있다.

이 만평은 지난 3월 세 명의 함양군의원이 지역 내 한국화이바의 산업폐기물 불법매립 의혹에 대해 기업 측의 해명과 사법 당국의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본보 3월 8일자 3면)을 한 것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만평은 마치 지역주민들이 모두 이들을 웃음거리 삼아 손가락질하며 힐난하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해할 수 없는 풍자가 아닐 수 없다. 의미도 시점도 참 생뚱맞다. 민의를 대변하는 주민대표에 대한 예의도 아닐 뿐더러, 여론을 몰아가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찬반이 엇갈리는 이슈에 대해 한 쪽에 치우친 의견을 마치 여론의 대세인 양 몰아가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수준을 얕잡아보는 것이다. 환경오염 의혹을 공개적으로 확인해보자는 지역 군의원들의 용기가 왜 조롱거리가 돼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넉 달이나 지난 시점에 이를 새삼 들먹이는 저의도 의심스럽다. 무언가 이들을 ‘왕따’시켜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어 보이는 뜬금없는 되새김질이다.

만평은 그날의 주요 이슈를 간단한 만화로 비평해 그 매체의 논조를 드러내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장치다. 제한 없이 마음껏 휘두르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따라서 간단해 보이는 만평 한 컷에는 이슈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과 깊은 이해, 객관성에 입각한 신중한 풍자가 필수적이다. 해당 매체의 공식적인 기사는 없고 근거가 불분명한 만평만 있다면 우선 신뢰성에서 낙제다. 게다가 항간에 떠도는 확인 불가의 ‘카더라’ 통신을 대변하거나 편파적 시각을 바탕에 깔고 있는 ‘아니면 말고’ 식은 위험천만이다. 비뚤어진 보도 하나가 증폭돼 일으키는 후유증은 익히 아는 바다.

앞의 세 군의원은 지난 3월 7일 과거 한국화이바에 근무했던 사람과 그 기업 안에서 포크레인 작업을 했던 사람으로부터 ‘한국화이바 폐기물 불법매립’ 제보를 받고, 이를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그 제보를 발판삼아 이전부터 무성하던 의혹을 수면 위로 올려 공개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거였다. 이들은 한국화이바 측에 지역주민의 의혹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해명하라고 촉구하고, 사법당국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심각한 지역 환경오염 우려를 제거하기 위한 공론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여론은 엇갈렸다.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대기업의 오만과 민관유착 의혹’에 맞선 용기라는 박수와, '대책 없는 폭로’라는 비난이 함께 일었다.

한국화이바는 당시 이에 대해 해명보다는 “불법매립을 확인하려면 건물을 해체해서 파봐야 하고, (폐기물이) 나오면 사법처리를 받겠지만 안 나올 경우 엄청난 손해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적반하장 식 대응을 선택했다.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역 주민을 무시한 오만이 아닐 수 없다.

이 기업과 함양군은 10여 년 전 “공해기업을 청정지역에 유치하려 한다”는 지역의 날선 반대여론에 직면했었다. 그들은 당시 ‘친환경’을 강조하고 지역경제 기여효과 등 당근을 제시하며 함양군 측의 특혜와 엄호 아래 지역에 안착했다.

결과적으로 ‘친환경’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구호뿐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3월 기자회견 당시 세 의원은 “2005년 투자협약 시에 고용 3500여명, 인구 유입 1만 명 등의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던 한국화이바가, 2015년 현재 연간 재정 기여 2억여 원, 근로자 120여 명, 군민 취업 60여 명에 불과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 측의 ‘유리섬유 무해론’에 대해 “1999년 인천시 한국인슈로산업 유리섬유 폐기물 불법매립에 대한 재판에서 ‘유리섬유가 대기 중에 날려 인근 주민들이 피부병이나 호흡기 장애를 앓아온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며 반박했다.

또 지난해 1월 초 이 업체가 정체 모를 방출수를 흘려보내 몇 km의 하천이 오염되고 있다는 제보가 제기돼 언론에 집중보도됐다. 이에 대해 함양군 담당부서가 늑장대응과 묵살로 일관해 '민관유착' 의혹을 받으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화이바는 본거지인 밀양서도 산업폐기물 불법매립 의혹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4년 밀양의 한 지역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평촌 1, 2, 3리 공해방지대책위원회(위원장 이영학)가 밀양시 상남면 소재 한국화이바 2공장 부지에 "1공장에서 생산하고 남은 유리섬유 등의 산업폐기물이 묻혀 있어 농사가 되지 않고 식수원의 오염을 가속시키고 있다"며 규탄집회를 한 바도 있다.

한 마디로 한국화이바는 지역주민에게도 환경에게도 문제 많고 오만한 기업임이 드러난 지 오래다. 현재까지도 함양공장 인근 주민들은 유리섬유 비산먼지나 수질오염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해당 기업과 지자체는 짜맞춘 듯 외면과 묵살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부당한 현실을 지적하고 문제를 바로잡아보자는 지역 군의원들을 조롱하고 ‘왕따’를 주도하는 언론은 또 뭔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오만한 기업과 지자체, 지역언론의 관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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