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생태계의 딸꾹질 모기의 존재
칼럼-생태계의 딸꾹질 모기의 존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09 19:4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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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생태계의 딸꾹질 모기의 존재


모기로 인해 말라리아에 감염된 사람은 세계적으로 매해 2억4천7백만 명에 이르며 이중 한해 1백만 명이 사망한다. 모기는 말라리아를 비롯해 최근에 남미지역을 초토화시킨 지카바이러스 그리고 뎅기열, 황열, 리프드 밸리열, 일본뇌염 등 인간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질병을 옮기는데 말라리아로 인한 의료비만 세계적으로 한해 120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가 소요되며, 뎅기열에 의한 의료 경제적 손실은 미국에서만 매년 6100만 달러(약 727억원)에 이른다고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모기 없는 세상(A world without mosquitoes)'은 밝히고 있다.

모기는 1억년 이상 지구 대부분의 대륙에서 서식하며 매우 다양한 종류로 진화해 왔다. 몸길이 약 4.5mm, 날개길이 약 3.2mm. 사람 손톱보다 작은 것이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위험한 생물체로써 인간을 위협하니, 세상은 지금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기 박멸을 향한 인간의 의지는 과연 가능한 일일까? 만약에! 모기가 사라진다면...인간과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30종의 모기 박멸 연구에 힘써온 생물학자 올리비아 주드슨 박사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 박멸로만 한해 1백만 명의 사람 목숨을 구할 수 있으며, 모기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1%까지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미국 플로리다대학 곤충학자 필 로우니보스 박사는 모기 박멸은 상상을 초월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필 박사에 따르면 모기는 꽃가루 수분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태계에서 꼭 필요한 생물체로, 모기가 사라지면 수천 종, 수만 그루의 식물 역시 멸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선상에서 미국 뉴저지 럿거스대학 진화생태학자 디나 퐁세카 박사는 “모기가 인간에 위험한 질병을 옮기기도 하지만 생태계에서는 카카오와 같은 열대작물의 수분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모기가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지구상에 초콜릿이 사라진다는 것과도 같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모기는 3500여종에 이르며, 이 중 6%인 200여종이 인간을 물고 질병을 옮긴다. 영국 그리니치대학교 프랜시스 호케스 교수는 “세계 인구 절반이 모기에 전염된 질병위험에 노출되어 아주 오랫동안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의 고통을 안겨왔다”고 말한다.

영국 바이오기술 회사인 옥시텍(Oxitec, Oxford Insect Technologies)은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 종류인 이집트숲모기 수컷에 유전자 변형(GM)연구로 이 수컷모기의 생식능력은 그대로 두고, 2세대에서 번식을 못하고 죽도록 자멸유전자로 변형시킨 300만 마리의 모기를 2009-2010년도 케이맨 아일랜드에 방생했다. 이후 이 지역의 모기의 감소량이 다른 가까운 지역에 비해 96%나 돼 국소적 모기 객체 수 감소엔 성공적인 사례를 남겼다.

반면 모기가 사라지면 이 모기의 유충 장구벌레를 먹이로 하는 새들과 박쥐, 물고기, 개구리 등의 먹이사슬 균형이 깨질 수 있는데, 브라질 사타카타리나 연방대학 칼로스 브리솔라 마코데스 박사는 모기와 장구벌레는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모기박멸로 인한 대체 먹이를 찾지 못한 많은 생물들이 굶어 죽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모기멸종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모기가 없어져도 생태계에 별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당장은 모기나 장구벌레를 먹이로 하는 곤충이나 동물 특히 물고기들에게 영향을 주겠지만 그건 일시적 영향으로 장기적으로는 모기를 대신할 먹이들을 찾고 역할 대체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곤충학자 로우니보스 박사는 생태계에서 다른 곤충이 모기 역할을 대신하면 그 또한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공중보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모기통제협회는 모기가 사라지면 세상은‘나아지거나 나빠지거나’둘 중 하나겠지만, 있어야 할 곳에 없음으로 인해 생태계는‘딸꾹질(hiccup)’을 하게 될 것이라고 모기 존재의 의미를 축약하고 있다.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지카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때 아홉 번째 지카바이러스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된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의한 폭염과 열대야 그리고 모기와 함께 살아야 하는 여름이다. 그러나 절기는 가을을 알리는 입추가 지났건만 아직도 무더운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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