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크게 한 번 울어보자
칼럼-크게 한 번 울어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15 19:08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크게 한 번 울어보자


눈물은 눈을 보호하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체액의 한 종류이다. 모든 포유류는 눈의 보호를 위해 눈물을 분비한다. 사람의 경우 감정의 변화에 의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문학에서는 종종 울음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눈물의 종류에는 생리학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기본적인 눈물인데 포유류의 눈은 항상 눈물로 덮여 축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눈의 표면과 각막을 덮어 이물질과 박테리아 감염으로부터 눈을 보호한다. 두 번째:반사적인 눈물인데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자극을 받으면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물이 나온다. 세 번째:정서에 의한 눈물인데 인간은 정서적인 이유로 울음을 우는 경우 눈물을 흘린다. 슬픔뿐만 아니라 기쁨과 분노 등의 감정도 눈물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한편에는 인간에게는 속눈물이란 것도 있어서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을 때에 눈 속에 어리기만 하거나 코로 흘러드는 눈물이 있기도 하다.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중에 ‘호곡장론(好哭場論)’이란 대목이 나온다. 선생께서 중국을 가다가 탁 트인 요동벌판 위에 서서 이렇게 외친 대목이다. ‘훌륭한 울음터로다! 크게 한 번 통곡할 만한 곳이로구나!’선생은 아마도 좁고 답답한 조선 땅을 벗어나 천 리 밖까지 아득히 펼쳐져 있는 요동벌판에 들어서서 천지 사방의 광활함을 처음 목도한 감탄사를 토해냈다. 옆에 있던 이가 “하늘과 땅 사이의 툭 트인 경계를 보고 왜 별안간 통곡이냐?”고 묻자 선생이 답한 것이 걸작 중 걸작이요 명문 중 명문이 아니던가?

‘(…) 천고의 영웅은 울기를 잘했고, 천하의 미인은 눈물이 많았다네. (…) 사람들은 다만 칠정(七情)가운데서 오직 슬플 때만 우는 줄로 알 뿐, 칠정 모두가 울음을 자아낸다는 것은 모르지. 기쁨(喜)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노여움(怒)이 사무쳐도 울게 되며, 사랑함(愛)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즐거움(樂)이 사무쳐도 울게 되며, 하고자 함(欲)이 사무쳐도 울게 되는 것이다. (…) 그것은 마치 갓난아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는 캄캄하고 막혀서 갑갑하게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탁 트인 훤한 곳으로 나와 손도 펴보고 발도 펴보고하여 마음까지 참으로 시원해지니 어찌 참된 소리를 내어〔울음으로〕자기 마음을 크게 한 번 펼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이제 요동벌판을 앞두고 있네. 여기부터 산해관까지 1200 리(里)는 사방에 한 점 산도 없이 하늘 끝과 땅 끝이 맞닿아서 아교풀로 붙인 듯. 실로 꿰맨 듯하고 예나 지금이나 비와 구름만 아득할 뿐이야. 이 또한 한바탕 울어볼 만한 곳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어머니 자궁을 나와 툭 트인 세상을 만나 우는 갓난아이처럼 선생이 좁은 반도 안에 갇혀 살다가 천 리가 넘게 드넓게 펼쳐진 요동의 벌판에서 하늘과 땅이 맞닿은 태초의 시공(時空) 같은 곳에 다다르자 크게 울어볼 만하다고 말한 것은 단순한 감정의 사치나 감상의 표현이 아니라 선생의 내면과 광활한 대지의 외면이 만난 감격 이상의 사건이며 혼이 내지르는 울림이었으리라. 어찌 보면 선생의 울음이 울음의 본질이요 눈물의 본색이 아니었겠는가? 사나이가 운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은 값싼 감정의 분루(憤淚)가 아니다. 연암 선생이 요동벌판에서 터트린 울음은 좁은 조선 땅에서 태어나 좁은 것만 보다가 넓은 요동벌판을 보고 감동을 받은 드넓은 세계를 향한 메아리가 아니었던가?

어떤 여행가는 긴 여정을 마치고 나서 회심의 눈물 ‧ 숙변 같은 눈물 ‧ 감사와 감격의 눈물을 쏟으면서 이것을 세 가지 눈물이라고 하면서 눈물에도 무게가 있다. 울음은 살아 있음의 증표다. 라고 하기도 했다. 지금은 인공 눈물도 있어서 윤활을 목적으로 하는 안약으로 안구 건조증으로 인해 눈물이 부족해짐으로써 나타나는 건조증과 염증을 치료하는데 쓰이며 콘택트렌즈를 촉촉하게 하거나, 눈 검사를 할 때도 사용된다. 사람이 하루 동안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눈물의 양이 0.75∼1.1그램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1리터의 눈물’이라는 영화도 있으니 1리터 나누기 1그램으로 계산하면 이는 천일의 눈물이 된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사극 드라마‘용의 눈물’과 우리민족의 애환이 서린 노래‘눈물 젖은 두만강’가사와 엊그제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양궁 2관왕을 따고 시상대에 서서 눈물을 흘린 장혜진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