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함양산삼축제 불편한 진실” 이대로 괜찮은가
[진단]“함양산삼축제 불편한 진실” 이대로 괜찮은가
  • 함양/박철기자
  • 승인 2016.08.16 19:1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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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잔치’ 산삼축제, 갈길 먼 엑스포 준비

▲ 제13회 함양산삼축제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낮 평균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5일간의 산삼축제가 마무리됐다. 자원봉사자 350명, 함양군 공무원 200여명, 축제위 관계자 32명 등과 축제 부스 등 참가 주민들, 진행요원, 주차요원 등 연인원 수천명이 ‘7말8초’ 황금 휴가기간도 반납하고 참으로 고생했다. 이들이 끔찍할 정도의 악조건 속에서 흘린 땀이 그만한 가치와 보람을 찾은 축제일까?
‘…대한민국 대표 지리산 힐링 건강 여름축제 제13회 함양산삼축제가 1857만 달러 수출계약과 구매의향서를 체결하는 등 대박 성과를 내고 글로벌 축제 면모를 과시하며 닷새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함양군이 축제를 마무리하며 낸 보도자료의 첫머리다. 군이 이번 산삼축제에 대해 자평한 성과는 ‘대박 성과’, ‘글로벌축제 발돋움’, ‘부문별로 새로운 신화를 장식’, ‘돈 버는 축제의 새 지평’, ‘성숙한 운영 모습’, ‘대박 인기’ 등의 수식어로 대변된다. 축제를 지켜본 지역주민들과 방문객,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와 뚜렷한 온도차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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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은
관광객 편의시설 예산 치중 볼거리 부족
방문객수 등 대박성과 자의적 분석
축제시기 무더운 여름철 지적
산삼농가 참여율 저조 문제

개선 방안은
시기조정 축제통합 다양한 컨텐츠 개발
산양삼 6차산업화 등 소득증대 연계
행사장 외 군민과 상생 대책 마련
엑스포 준비 다각적 시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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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 대성공?
함양군은 지난해 말 문체부 유망축제로 선정된 뒤 처음 열린 이번 축제에서 관람객 21만여명, 산양삼·농특산물 등 판매 8억2600만원(전년대비 11%↑), 숙박·음식점·지역홍보 등 경제 시너지효과 110억원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체 분석했다. 또 어떤 근거인지 몰라도 이번 축제를 찾은 관광객 대다수가 산양삼과 농특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평가했다. 게다가 성숙한 운영 모습으로 글로벌 축제로 발돋움했고, 돈 버는 축제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관람객 수 21만명?=군은 4개소에서 유인카운터로 10만3227명, 상림공원 무인계수기로 11만4216명이 집계돼 21만7443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5일간 하루 평균 4만3000명 이상이 방문했다는 뜻이다. 하루에 함양 인구보다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는 것에 대해 대다수 주민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이번 축제기간 기록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려(29일 35.4도, 30일 34.9도, 31일 35.3도, 1일 34.4도, 2일 32.6도)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외부활동 자제를 호소하는 문자메세지가 이어졌다. 밤에도 열대야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하루 4만3000여명이 다녀갔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게다가 이를 외부방문객 12만2010명, 지역주민 5만3550명, 지역 직장인 3만4440명으로 구분 집계까지 했다.

△경제 시너지효과 110억원?=군은 두 가지 분석을 근거로 내놨다. 1안으로 국가지정축제 홍보효과로 39억여원, 방문객 소비지출 분석으로 77억여원의 직접경제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지난해 방문객들이 평균 쓰고 간 돈 3만6510원에다 앞의 21만명을 곱한 수치다. 평균지출금액도, 방문객 수도 자의적인 분석이다. 국가지정축제 홍보효과는 더욱 이해가 어렵다.

2안은 해외바이어들의 투자·구매의향 표시와 수출계약을 근거로 한 분석이다. 군은 투자의향서 1개업체 9000만달러(997억원), 구매의향서 10개업체 1219만달러(135억원), 수출계약 11개업체 687만달러(76억원) 등의 성과를 거둬 투자의향서 포함 1208억원의 10%만 경제효과로 봐도 12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투자의향서·구매의향서(LOI)는 투자양해각서(MOU)보다 선행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MOU마저도 실현율이 30% 이상 나오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용으로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의향과 구매의향이 함양처럼 투자 인프라가 빈약한 시골에 실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봐주긴 어렵다.

△‘글로벌 축제’ 발돋움?=이번 축제에 방문한 외국인은 군이 초청한 ‘외국인 원정대 팸투어단’ 100여명과 해외 바이어 60여명, 베트남 우호교류단 등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워 글로벌 축제완 거리가 멀었다. 자발적으로 찾아와 축제를 즐기고 돈을 쓰고 가는 외국인이 없는 글로벌 축제는 구호일 뿐이다.

▲ 관광객들이 황금산삼 찾기 체험을 하고 있다.
◆ 땀은 흘렸건만…
군은 이번 축제에서 드러난 문제점으로 축제 개최시기 조정 필요성과 다양한 컨텐츠 개발의 한계성을 들었다. 한정된 축제예산으로 에어컨, 그늘막 설치 등 관광객 편의시설 조성에 투자하다보니 다양한 컨텐츠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컨텐츠 부족을 자인한 셈이다. 하드웨어만 요란하고 소프트웨어, 즉 컨텐츠가 빈약한 축제가 남기는 것은 혈세 낭비와 빚더미뿐이라는 것은 전국적으로 수많은 전례를 통해 충분히 학습됐다.

△축제 시기, 문제 있다=축제위 측은 ‘산삼 상태가 가장 좋은 시기가 이때’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하지만 시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진 올 축제의 고생 때문에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한편 가을에 열리는 물레방아축제와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러 축제로 힘을 분산할 게 아니라 하나로 모아 엑스포 사전 시뮬레이션 효과도 거두고 개최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

한 산삼재배농민은 “산삼은 6월께부터 꽃도 피고 생육상태 등도 좋다. 6월 중순쯤이 덥지도 않고 딱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산삼 같은 뿌리식물은 가을에 가장 약성이 강하다. 그때 열리는 물레방아축제와 통합 개최하면 예산 낭비도 줄이고 축제 통합이라는 국가시책에도 부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거리가 없다, 예산 배정과 컨텐츠 개발=산삼축제는 군 보조금 8억원과 분담금·부스임대료 등 자체 수입 1억여원 등 총예산 9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대규모 행사다. 이 가운데 축제위원회 운영에 들어가는 1억여원을 빼고 8억원 중 시설비가 2억5800만원이다. 행사비 중 32% 이상이 시설비로 들어가는 건 과다하다. 특히 상림특설무대(8430만원) 등 무대 조성에만 1억원 가까이 쏟아부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 같은 예산 운용을 하고는 관광객 편의시설 투자 때문에 컨텐츠 개발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과다한 시설비를 줄이고 이를 컨텐츠 개발로 돌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젊은층을 겨냥한 새로운 프로그램 시도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볼거리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 산삼농가 참여율=군 통계에 따르면 500가구 정도의 함양군 산삼재배농가 가운데 산삼축제 부스 참가는 10농가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함양산양삼협회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는 한성수 축제위 재정국장은 이에 대해 “불량 산양삼 파동이 난 2014년부터 철저한 품질검증에 나서고 있다”며 “산삼지킴이가 현장에 나가 확인을 하고 심의위에서 검증된 삼만 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여기다 자발적으로 불참한 농가도 있어 참가율이 저조해진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참가율 0.02%는 심하다. 축제를 지켜본 주민들은 더 많은 농가와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산삼 관련·테마상품 외연 확대=군은 이번 축제에서 푸드트럭 10여대와 읍면 먹거리장터의 다양한 메뉴와 각종 프로그램이 ‘대박 인기’를 누렸다고 홍보했다. 반면 현장의 목소리는 산삼축제에 산양삼 가공식품 등을 제외하고 산삼 관련 볼거리, 먹거리, 캐릭터, 기념품 등 테마상품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산양삼의 6차산업화 등 외연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판로 확보와 소득증대 방안에 대한 영감을 드러내는 축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군내 모 주류업체가 관련된 가짜 산삼주 논란이 진행 중인데도, 산양삼협회가 외지에서 제조해온 산양삼주를 판매해 시비를 자초했다.

△행사장 동선 배치=군은 대형 주차장 설치로 주차 문제가 해결됐다고 홍보했지만, 주차 후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동선 배치가 미흡했다. 뙤약볕 속에 걸어 다녀야 하는 고역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가거나 대다수 방문객들이 다시 올라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산삼주제관 부스배치도 정면 쪽에 위치한 특정업체들에게만 유리하도록 배치돼 업체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축제의 그늘=닷새간의 축제 동안 행사장 밖의 관내 음식점 등은 개문 휴업 상태에 허덕였다. 여름 휴가가 집중되는 7말8초 성수기 5일간의 공백은 영세 사업장에는 타격이 크다. 읍내의 한 음식점주는 “1년 중 휴가객들로 가장 북적대는 이 시기에 가게들이 이렇게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 축제가 뭐 달갑겠나? 행사장에 들어간 사람들만 함양군민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또 산삼주제관에만 냉방시설을 설치해 기타 부스와 행사장 참가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 엑스포, 4년 남았다
함양군이 사활을 걸고 있는 2020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가 4년 남았다. 이 엑스포로 함양의 미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중요한 건 예비타당성 등 속시원한 비용편익 분석 결과가 도출, 공개되지 않은 점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놓고 그에 걸맞은 편익을 뽑아내느냐 하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객관적인 비용편익 분석과 경제효과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너무 많이 나가버렸다. 그러니 굳이 하려면 이런저런 돈 다 끌어다가 엑스포야 어떻게 치르겠지만 이후가 문제다.

엑스포가 중앙정부의 재가를 받고 거액의 예산을 받으면 우선 관련시설 건설과 행사를 치르는 것까지는 대과 없이 진행할 수도 있다. 행사 후 시설마다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유지보수비는 함양군 몫이다. 안 그래도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권에서 헤매는 군이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걱정이다. 눈을 멀리 돌리지 않아도 이웃 산청군이 한방엑스포 개최의 후유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엑스포를 앞둔 함양군은 기형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다. 땅을 사려는 사람들은 인구 4만의 시골 땅값이 웬만한 도시와 맞먹을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여기엔 외부 투기자금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무언가 큰 가능성을 노리지 않는 한 모든 기반이 취약한 시골 땅값이 이렇게 오를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엑스포도 그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땅값이 쌀 때 땅을 사놓은 이들은, 엑스포를 계기로 중앙정부 돈이 대규모로 들어오고 땅값이 한껏 오르면 손절매하고 나갈 기회를 노릴 것이다. 투기꾼들이 중앙정부 돈을 챙기고 떠나는 이른바 ‘먹튀’다. 이런 데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고 눈앞의 치적에만 매달려 근시안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한다면 함양군은 빈 깡통과 상처만 남게 될 것이다.

산삼축제는 엑스포 개최 역량을 축적하는 전초전이다. 허수에 근거한 자아도취적 성과에 만족할 일이 아니다. 위에 제시한 문제점들 외에도 말도 탈도 많다. 엑스포를 염두에 둔다면 좀 더 현실적이고 냉정한 평가와 다각적인 고려, 넓고 긴 안목이 필요하다. 함양/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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