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신·재생에너지사업 봇물 ‘우려’
함양군 신·재생에너지사업 봇물 ‘우려’
  • 함양/박철기자
  • 승인 2016.08.28 18:46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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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환경운동연합, 함양군 풍력발전 반대 대책위원회, 서상면 대책위, 함양시민연대, (전북)장수군 풍력발전 반대 대책위 등은 지난 12일 함양군청 광장에 집결해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업체의 장수풍력단지 사업 신청을 기각하고, 전북도청은 국토 대동맥인 백두대간에 풍력발전단지를 유치하는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5월 말 함양 백전면 주민들이 면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백전면 평정리 일원에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소 설립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은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추진하는 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며 “군이 업체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을 수 있도록 (관련)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들은 군청과 군의회 등을 방문해 반대 취지를 설명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규제할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함양 휴천면 엄천강은 용류담에서 내려오는 급류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 카약 국가대표 훈련장소로 이름난 곳이다. 하류의 산청도 래프팅으로 유명하지만 초보자들이 많이 찾고, 이곳은 전문가들이 즐겨 찾는다. 단골 카약 매니아도 많다. 이곳에서 2001년부터 16년째 래프팅 사업을 하고 있는 최상두(48) 씨. 그는 “2014년 이 강에 보를 만들어 소수력발전소를 설치하고 난 뒤 강 전체 수위가 급격하게 떨어져 비오는 날밖에 배를 탈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로 인해 5개에 이르던 인근 래프팅 업체가 대부분 문을 닫고 손님이 뜸해졌다. 그러자 인근 식당·펜션들도 매출이 뚝 떨어졌다. 게다가 보 설치 후 물고기도 자취를 감췄다고 주민들은 아우성이다.

지난 12일 함양을 비롯한 영호남 주민들이 함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풍력발전소 설치 반대’를 외쳤다. 전북도와 민간업체가 최근 전북 장수군 일대와 함양군 서상면 육십령에서 백운산까지 백두대간 핵심 구간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산자부가 인근 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함양군 등 관련 지자체에 통보·협의 없이 밀실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업예정부지는 전북 장수지만 경계를 접한 함양도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함양군과 의회를 향해 “산자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왜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을까? 답은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있다. 최근 청정 환경과 풍부한 자연자원을 보유한 함양군에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이 본격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해당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마찰이 빈발하고 있다. 환경과 주민 생존권 보호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함양군은 지난 5월 31일 ㈜한국남부발전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함양의 유휴자원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두 기관이 손을 잡기로 한 것. 군은 이번 협약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전력 소비 감축, 군 재정 절감, 지역 경기부양 등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거라는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다.

반면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주민 동의 등의 절차를 경시하는 실적 위주 전시행정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함양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갈등이 숱하게 빚어지고 있고, 차후 관련 사업이 봇물을 이룰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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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주민생존권 위협 증가
태양광 등으로 분란 잇달아
한국남부발전과 투자 협약
소수력 등 공동 추진키로  
난개발 따른 제동장치 없어
함양군 관련 조례 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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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서보 소수력발전
함양군 휴천면 남호리 1054 엄천강에 2011년부터 31억여원을 들여 2014년 9월 완공했다. 10월부터 시작한 발전용량은 200kw짜리 수차 2대로 총 400kw 규모다. 함양군은 이 발전소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군 담당자는 “현재 비가 많이 오면 발전기 2대를 다 가동하고 수위가 적을 땐 1대만 가동한다. 지난해 그곳 래프팅 업체 민원이 들어와서 보 위로 2cm 이상 물이 흘러가가도록 협의가 됐다. 그 이후론 늘 수위 체크를 하며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어떤 민원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와 주민들은 이 같은 해명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최 대표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발전소 설치 전의 평시 원류량은 약 4cms(㎥/s)인데 발전소 가동 후 유입 유량이 약 7~8cms에 이르러 유량이 3배 이상 크다. 이로 인해 발전 전보다 상류 수위가 낮아지는 속도가 3배 이상 빨라졌다. 따라서 평소 비가 30mm 내릴 경우 3일 정도 래프팅이 가능하던 것이 발전 이후 1일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 자료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보에 수위표와 센서를 설치, 보의 관리 수위를 결정해서 유지하고 7~8월 래프팅 기간에는 운전 정지를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낙동강 홍수통제소의 실시간 수위자료 중 엄천강-마천 지점의 2014년과 2015년 7~8월의 수위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2014년엔 3m 이상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2015년엔 2m 30cm~3m로 들쑥날쑥하다. 이 자료는 카약 동호인들이 카약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자료다.

결국 래프팅 시즌에 발전소 가동이 되면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 래프팅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것이다. 주민들이 래프팅 시즌만큼은 발전을 중지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수자원개발기술사 교재에는 소수력발전시설 설치 후 하천 유속과 수위 변화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하천의 저수지화 및 부영양화가 발생하고 생태계 변화가 생겨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함양 백전면 평정리 일원에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소 설립을 막기 위한 반대집회 모습.
◆태양광발전 봇물
최근 백전면에서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K업체(부산 남구)가 지난해 11월과 올 2월, 3월 세 차례에 걸쳐 백전면 평정리 산 87-9번지 외 9필지(29,184㎡)에 설비용량 1.5MW, 992KW(이상 경상남도), 144KW(함양군) 등 3기의 태양광발전소 설립을 허가받았다. 이 가운데 현재 추진 중인 것은 1.5MW짜리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지난 5월 ‘청정백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모임을 결성하고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 없는 발전소 건설 반대”를 내세우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전자판 반사광에 의한 농작물과 주민 피해 △부지조성 후 배수유역 변경에 따른 주변 농지 영향 △축전기 및 변압기에 대한 안정성 확보 방안 △송전선로 계획 및 주변 환경에 대한 영향 △대규모 절토·성토로 인한 지형·환경 파괴 △삼림과 주변 생태계 파괴 △민가와 농경지에 연접해 주민생활에 심각한 영향 △공사 중단 또는 운영 부실·방치 시 주민 피해 △농작물과 가축사육 피해 △주변 환경변화·경관파괴로 지가 하락 △주민 간 갈등 유발 등의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주장했다.

이 모임의 박영민 사무국장은 “우리는 이런 시설이 계속 들어오는데 조례안을 제정해야 되지 않냐는 주장을 계속 해왔다”며 “결과적으로 업체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을 수 있도록 도시환경과에서 (관련)조례를 제정하고 군의회에 상정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설치거리를 제한하고 5~10호 정도의 소규모 마을도 거리제한을 두게 하고, 농지도 보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 태양광발전을 둘러싼 이 같은 마찰이 끊임없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는 것. 경남도에 확인 결과 2014년 8월부터 올 6월 현재까지 함양군 관내 태양광발전소 신청 건수(300KW 이상)는 55건(중단·취소 포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함양군 자료에 따르면 함양군이 허가권을 갖고 있는 300kw이하 시설이 27개, 도에서 허가하는 300kw이상 시설이 35개로 도합 62개의 태양광발전시설이 이미 허가가 난 상태다. 이 가운데 현재 운영 중인 것이 13개, 9월에 서하면에 들어설 3기를 포함해 준비 중(인허가 단계)인 것이 49개다. 결국 2019년까지 함양 관내에 도합 62개의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서게 되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시설이 들어설지 알 수 없다.

◆난개발 예방 나선 함양군
함양군은 지난 3월 경사도 11.3도를 18도로 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례개정안을 의회에 상정했지만 의회는 가결을 보류했다. 6월 중순께 다시 올린 개정안에 대해서도 군의회는 부결·반려시켰다. 당시 군의회 박용운 산업건설위원장은 “(경사도 조례개정안이) 올라왔는데 미비한 점이 많아 부결시켜 돌려보냈다. 처음 올라온 것은 3월경인데 그 당시도 (태양광 발전 등과 관련한) 민원이 많이 발생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류했었다. 태양광(발전) 등은 안전장치를 안해 놓으면 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서 이번에 허용과 규제 내용 등을 상세히 보완해 재정비해서 올리라고 돌려보낸 것”이라며 관련조례의 정밀한 정비를 강조했다.

군은 이를 재정비해 의회를 거친 다음, 지난 7월 22일 입법예고했다. 내용 가운데 핵심은 △개발행위 허가기준 중 경사도 완화(제17조) △태양광 발전시설 개발행위허가 기준 신설(제18조) 등 두 가지다. 군은 이에 대해 타 시군의 개발행위 허가기준 완화 추세와 함양군의 정책적 고려,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로 인한 자연환경 파괴·경관 훼손·안전사고 발생 위험 등의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주변 지역여건을 고려한 개발행위 허가기준 신설이 필요했다고 입법이유를 밝혔다. 이번 18조 신설은 백전면 주민들이 수십 차례 관련부서를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적용사례를 찾아보고 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 결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경사도는 기존 20%(11.3도)에서 18도로 완화하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위한 개발행위는 주요도로(고속국도·국도·지방도·군도)에서 직선거리 1000미터 안, 주거밀집지역(인가와 인가간 거리가 100미터 이내로서 5호 이상 인가가 모여 있는 지역)·관광지·공공시설 부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500미터 안, 경지정리구간 등에 입지할 수 없도록 하고, 발전시설 부지의 경계에는 주변경관과 조화되도록 2미터 이상의 차폐수를 설치할 것 등을 규정했다.

현재 함양군의 개발행위 허가기준 경사도는 20%(11.3도)로 산청 25도, 합천 20도, 거창 18도 등 타 지자체에 비해 엄격하다. 이로 인해 음성적 불법 개발행위가 만연하고 허가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차제에 18도가 아니라 20도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군은 이에 대해 급격한 변화로 인한 후유증에 대비해 점진적으로 완화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군은 이 밖에 소수력발전소 추가 건설이나 풍력발전소 등의 기타 신·재생에너지 추진계획은 없는 것으로 밝혔다. 반면 주민들은 이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가 파리협정을 채택함으로써 신(新)기후체제가 마련됐다. 골자는 △지구온난화 억제 목표 강화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모든 국가로 확대 △5년마다 상향된 감축목표 제출 및 이행 여부 검증(5년마다) 등이다.

이로 인해 갈수록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고삐는 죄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기존 탄소연료가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결국 대체에너지가 필요한데 현실적인 대안은 신·재생에너지뿐이다. 그러니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입지는 더 넓어질 것이다. 문제는 환경과 주민 생존권과의 공존과 조화다. 함양군의  대응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함양/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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