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잔치 날 큰상 받는 기분으로 기쁘고 흡족하게 살아가자
칼럼-잔치 날 큰상 받는 기분으로 기쁘고 흡족하게 살아가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06 18:4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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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잔치 날 큰상 받는 기분으로 기쁘고 흡족하게 살아가자


복덕을 얻는 최상의 길은 나눔과 봉사다.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어서 내 자식, 내 가족 챙기기 바쁘고, 나눔과 봉사를 하면서도 은근히 그 대가를 기대하기도 한다.

굶주린 길고양이에게 찬밥 한 덩이라도 주는 작은 여유라도 나누면서 살아가자.

큰 콩 싸라기나 작은 콩 싸라기나 그게 그거다. 재산 많고 적음 따지지 말고, 권위나 관념도 버리고, 배고프면 먹고, 고단하면 자며 오순도순 살아가자. 삶을 수시로 개과천선(改過遷善)하지 않으면 담뱃불 하나가 온 산을 태우는 것처럼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이건 아닌데’ 싶거나 ‘이건 아니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당장 뜯어 고치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정말 맞는지, 진짜 옳은지 따져보아 옳지 않으면 즉시 고쳐가자.

승가에 탁발수행이 있다. 밥을 비는 수행으로, 중생에게는 나눔의 선업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여 주고, 승려는 하심(下心)하기 위해서다. 비구란 ‘걸식(乞食)하는 자’ 라는 뜻이다.

걸식을 하려면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엄청 ‘귀한 몸’이라 생각하기에 남 앞에 고개 숙이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밥을 빌려면 고개 숙이고 허리를 굽혀야한다.

나도 얻어먹고 목숨을 부지하므로 나도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갖게 하는 수행과정이다.

승려들은 얻어온 그 음식을 수 백 명이 함께 공양을 할 때 하도 엄숙하고 조용하여 태고의 정적이 감돈다. 잔고기가 가시 세다하였다. 수행자는 비록 누더기를 걸쳤지만 마음을 가라앉혔기에 속은 야무지고 단단하여 얼굴에 구김살이 없다. 공부 중에서 최고의 공부가 마음 깨치는 공부이자, 마지막 공부다. 부귀공명만 쫒으면 부러진 기둥, 썩은 새끼로 묶는 결과밖에 오지 않는다. 깨친 마음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걱정이나 화낼 일도 없다.

오히려 잔치 날 큰상 받은 기분으로 기쁘고 흡족하여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정신을 풍요롭게, 건강하게, 신선하게 가꾸는 사람만이 진실 되게 살아 갈 수 있다.

비바람 맞지 않고 피는 꽃 없듯이 모든 사람들은 모진 세파에 흔들리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같은 잔치 집에서도 잘 먹은 사람은 껄껄 웃고, 못 먹은 사람은 툴툴거리듯, 항상 웃고 사는 사람과 찡그리고 사는 사람이 있다. 인생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며, 시련과 아픔으로 단련되고, 대립과 갈등과, 이해와 화해를 거치면서 점차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마음공부가 되지 않아 속에서 우울의 비가내리면 깃털 젖은 새처럼 날지 못한 신세로 전락한다. 천하의 장부라야 남의 밥 빌 수 있다. 장난삼아서라도 밥 그릇 들고 남의 집에 밥 빌러 한번 가보라. 죽어도 그 짓은 못하겠다는 사람은 입으로만 용감한 사람이다.

요란하게 잘 짖는 개라고 좋은 개가 아니고, 달변가라 하여 현명한 사람도 아니다.

밥그릇 들고 남의 집 가서 밥 좀 달라해 보라. 한없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사람만 화안애어(和顔愛語)할 수 있다. 외면의 평화로움은 내면의 정서가 안정된 사람에게서만 풍겨져 나온다. 슬기로운 사람은 부드러우면서도 잣나무처럼 의지(意志)가 곧고 굳세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몸 편하길 원하기에 육상선수도 차만 보면 타고가려 한 것이다.

개인주의자 일수록 탐욕 때문에 스스로에게 가혹한 채찍을 가하게 된다. 나눔과 봉사로서 최상의 삶을 살아가자. 배고프면 먹고, 슬프면 울고, 춥다, 덥다, 아프다, 즐겁다며 살아가자. 하심(下心)할 줄 알면 자신의 입장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도 타협이 잘되고 설령 다툼이 있더라도 ‘너 죽고 나 죽자’식의 극한투쟁과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공경하며 정성으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이 세상이 황홀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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