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고 나누는 삶속에서 보람 느낀다
더불어 살고 나누는 삶속에서 보람 느낀다
  • 함양/박철기자
  • 승인 2016.09.20 16:56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식 디저트 까페 ‘부래옥’ 함양점 윤순이 대표

▲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 윤순이 대표. 윤 대표는 재능기부 봉사활동도 열심이다.
-------------
부래옥 ‘富가 들어오는 집’ 의미
가게 곳곳 아기자기한 소품 눈길
모던과 클래식이 어우러진 공간 
작은 음악회나 모임 장소로 인기

--------------
8일 함양과 인근 지역에 건강한 맛과 저렴한 가격, 로컬푸드, 세련된 시설 등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한식 디저트 까페 ‘부래옥’(富來屋)을 찾았다. ‘부래옥’ 캘리그라피는 체인점 고유 상표인지 모르지만 입구부터 평범을 거부하는 디자인이 이채롭다. 인테리어 용어로는 뭐라 하는지 모르지만 여러 칼라의 목재조각들을 이어붙인 ‘패치워크(patchwork)’풍의 출입문이 예사롭지 않다.

들어서니 정면 쪽의 벽이 첫눈에 들어온다. 어릴 때 어디선가 본 듯한 전통 조각보나 삼베 느낌이 나는 고풍스런 디자인이다. 운치 있다. 이런 인테리어를 엔틱하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콜라주’와 ‘패치워크’를 컨셉으로 잡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준다.

둘러보니 전체적인 색상은 모던하고, 가구나 소품들은 클래식한 느낌을 품어 언밸런스한 조화를 이룬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브라운 계열의 칼라를 베이스로 한 파스텔톤이라 시선을 자극하지 않고 편안하다. 메뉴를 보니 팥빙수, 떡볶이, 단팥죽, 각종 떡구이, 쌍화차 등의 전통 먹거리들 속에 목살스테이크, 파스타, 라떼, 스무디 등이 삐죽 고개를 내민다. ‘고금’을 넘나드는 인테리어에 ‘동서’를 망라한 글로벌 메뉴라 할 만하다.
가게 곳곳에 아기자기 자리 잡은 소품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주인의 심미안을 말해주는 듯하다.

2층으로 가니 공간이 둘로 나눠져 있다. 왼쪽은 한옥(韓屋)풍의 좌식 인테리어다. 역시 전체적으로 브라운 계열의 은은한 파스텔톤이다. 원목 좌식 테이블과 장식장, 방석들이 독특하고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각종 모임 장소로 인기란다.

오른쪽 방은 라탄풍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유연한 곡선과 등나무 계열의 천연소재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들이 편안해 보인다. 제일 안쪽으로 빨간 기타와 마이크 시설, 보면대 등이 놓인 작은 무대가 보인다. 작은음악회나 소규모 동호회 같은 모임에 안성맞춤일 거 같다.

▲ 독특한 상호 캘리그라프와 어울리는 패치워크풍의 출입문
▲ 1층 홀의 고풍스럽고 세련된 벽 장식
심플한 그레이톤의 벽 중간에 짙은 브라운 계열의 여러 칼라 나무조각들을 이어붙인 선반을 배치해 그 위에 꽃병과 도자기 인형 등 다양한 소품들을 얹어 놓았다. 그 아래로는 역시 패치워크풍의 원목 장식장과 꽃, 갖가지 소품들이 산만한 듯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걸 선호하는 여성 고객들이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할 듯하다.

특히 2층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놓인 기와에 새긴 작약꽃과 들국화 그림은 여러 소품들 중 압권이다. 내추럴한 터치로 그린 그림이 눈길을 붙잡는다. 까페 대표가 직접 그렸다고 한다. 아직까지 함양에선 본 적이 없는 품격과 개성을 갖춘 까페다. 오며가며 겉으로만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시골에 이런 까페가 있다는 건 분명 지역주민들에게 복이다.

‘스웨그(swag)’라는 말이 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자기만의 멋과 느낌을 표현한다는 뜻이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가질 수 있는 ‘명품’ 같은 정형적인 것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멋과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회적인 틀(체면·가식)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주관적·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붙일 수 있는 말이다. 부래옥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직접 챙긴 주인공은 틀림없이 스웨그한 분이리라.

▲ 부드러운 라탄풍 의자를 닮은 윤순이 대표의 편안한 미소
---------------
40여년 도시생활 이어오다 귀향
죽염 등 고향에서 나는 재료 사용
내 음식처럼 로컬푸드 실천 앞장
전통과 서양 음식의 조화로 구성
-----------------

궁금증이 극에 달할 즈음 윤순이 대표(61·여)를 만났다. 단아한 인상이 ‘엣지 있는’ 까페 디자인을 닮았다. 부래옥에 대해 물으니 “부자 부(富), 올 래(來), 집 옥(屋)이다. 말 그대로 부가 들어오는 집이다. 건강한 음식을 먹으니까 건강해지고 (부귀도 따라온다는 말)”라며 웃는다. 전국 도시에서 성업 중인 프랜차이즈점인데 군 단위에선 함양점이 처음이란다.

함양서 태어나 개구쟁이로 자라던 윤 대표는 20대에 서울로 올라갔다. 근 40년 도시생활을 하던 그는 1년에 한두 번 동창회 참석차 고향을 오가며 귀향의 꿈을 키워왔다. 결국 2012년 서울 사업을 접고 아예 귀향했다.

윤 대표는 “처음엔 서울과 함양을 왔다 갔다 하다가 어느 때부턴가 올라가기가 싫어졌다. 자식들 시집장가 다 보내고 고향을 오가다 보니 너무 좋았다”며 “몇 년 전 부래옥 남원점을 우연히 들렀는데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고 너무 마음에 들어 고향에서 해보고 싶었다. 열어놓고 보니 고향분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귀향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는다.

▲ 선반과 장식장, 소품들이 산만한 듯 조화를 이룬다.
▲ 오픈된 주방
부래옥 함양점은 일반 천일염보다 10배쯤 비싼 ‘죽염’으로 간을 한다. 지난 6월 함양 인산가로부터 인산죽염 사용업소 인증도 받았다. “죽염을 10년 넘게 먹어 왔다. 손님뿐 아니라 나도 먹는 음식인데 몸에 좋은 재료를 써야지. ‘진주식당’ 딸내미라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고향인데 재료비 좀 아낀다고 얄팍하게 장사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마음으로 그는 점포에서 쓰는 채소나 각종 식재료도 대부분 함양서 나는 것으로 쓴다. 본사에서 보내오는 필수 소스류 말고는 마천 흑돼지, 남양떡방앗간, 남양청과 등 함양 농산물을 쓰고 집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류로 샐러드도 만든다. 의식하지 않지만 로컬푸드가 좋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왜 함양 농산물을 고집할까? “함양 거 팔아주려고 함양서 시작했는데 당연히(함양 농산물 써야지)…. 흑임자(검은깨) 같은 건 국산이 많이 비싸지만 맛이 탁월하고 몸에도 좋다. 내가 먹을 거잖아.” 고향을 생각하는 그의 철학이 이 한 마디에 축약된 듯하다. 또 윤 대표는 고향사람을 배려해 타 도시 가맹점보다 가격을 싸게 책정했다.

무대에 기타가 놓여진 걸 보고 물으니 “봉사하려고 몇 명 나와서 기타 치는데 중학교 때 배우고 그동안 안 치다가 함양 와서 다시 치게 됐다. 한 10명이 모여 요양원이나 고아원 같은 곳에 가서 재능봉사를 주로 한다. 취미생활을 겸해서 하니 보람도 있고 좋다”고 답한다. ‘실버들 메아리 통기타’라는 이름으로 봉사하는 단체라고 한다.    
 

▲ 라탄풍 의자가 돋보이는 2층의 홀. 뒤쪽으로 무대가 보인다.
“기타도 치고 그림, 운동같이 하고 싶은 거 하고, 참 좋다. 시골 오니까 시간도 나고 해서 만끽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이다.” 여유로운 표정에 행복감이 묻어난다. 그림은 1주에 한 번씩 모이는 천아트(Art) 모임에서 하는데, 2층 계단에 놓인 기와와 방석에 그린 그림들이 그의 솜씨란다. 아마추어 수준을 넘은 듯 보인다.

---------------
‘기타’로 재능기부 봉사도 열심히
천아트로 소소한 행복 솜씨 좋아
가슴 따뜻한 주인장의 고향살이
사람과 정 나누며 인생 즐기고파

----------------

고향서 사는 게 서울 생활과 뭐가 다를까?
“도시 살 때는 취미랄 게 골프뿐이었다. 모임도 많고 낭비하고 경쟁하고…, 여유란 게 없었다. 근데 여기 오니까 좋은 공기, 좋은 물에 좋은 친구와 선후배들이 있어 마음 편하고 좋다. 고향에서 좋은 음식 파는 분위기 좋은 까페 차리니까 모두들 좋아하시고, 그런 데서 보람을 느낀다. 집에서 산딸기, 상추, 사과, 블루베리, 매실, 감, 복숭아, 자두 등 없는 게 없을 만큼 농작물을 재배한다. 적당하게 노동하고 싱싱한 채소 과일 내 손으로 키워 먹으니 건강 챙기고, 내 먹는 걸 식당에도 갖다 쓰고, 짬짬이 취미와 봉사활동 하고,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그의 선친은 함양에서 경찰관 생활을 했다고 한다. 윤 대표는 “그래서 경찰 하면 왠지 그냥 좋다”며 추억에 잠기는 표정이다. 이 때문인지 경찰서 관련 봉사단체 두 곳에서 다문화가정 돕기 등 봉사활동에 활발히 임하고 있다. 기타연주 재능기부와 장학금 기탁 등에도 적극적이다.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딱 부러지게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없다. 평범하고 보통인 것을 좋아한다. 너무 내세우고 하는 건 굉장히 싫어한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배려하기 좋아하고, (인생)즐기는 것도 좋아한다. 특별한 철학이나 그런 것보다 더불어 살고 나누는 그 속에서 보람 느끼며 사는 거다.” 너무 튀거나 나서는 거 싫어하고 은근하게 사람들과 정 나누며 사는, 천생 함양사람의 대답이다.

▲ 2층 한옥식 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배고플 땐 먹을 것만 생각하고, 밥이 해결되고 나면 즐기는 것과 가치 있는 일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배곯지 않을 만큼 적당한 부를 갖추고 적당한 노동과 건강, 취미, 보람과 가치가 어우러진 인생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로망일 터. 인터뷰하는 짧은 만남 동안에 속속들이 애환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윤 대표는 이런 삶에 무척 가까워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에 한 30명 되는 조그만 시골교회를 다니는데 할머니들이 너무 이쁘다. 허리 꼬부장하고 이가 빠지고 해도 왜 그리 이쁜지 몰라. 모두들 엄마, 아버지, 언니동생 같고…. 초라한 교회에 케케묵은 냄새도 나고 하는데도 그게 그리 싫지가 않다.”

윤 대표가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 그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는 시골·추억 DNA가 그를 살맛나게 하는 수원지임을 느끼게 해줬다. 함양/박철기자

▲ 2층 계단 중간에 놓인 기와그림 소품. 윤 대표가 직접 그린 작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