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정폭력 가해자의 치유는 눈물을 통해서!
기고-가정폭력 가해자의 치유는 눈물을 통해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04 18:3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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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김해서부 경찰서 장유지구대 순경
 

이동화/김해서부 경찰서 장유지구대 순경-가정폭력 가해자의 치유는 눈물을 통해서!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황석영, 장편소설<바리데기> 中

필자가 근무하는 장유에는 가정폭력이 자주 일어난다. 피해자도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가해자도 나름대로 고통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좀 기이한 점이 있었다. 가정폭력 가해자 중에 화내는 사람은 많이 봤는데 슬퍼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슬픔을 남에게 드러낼 수 있는 믿음과 환경을 가지면 가정폭력을 저지르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은 다 저만의 고통이 있다. 느끼는 고통의 종류만 다를 뿐, 모든 사람이 가진 고통의 총량은 똑같다. 내가 느끼는 만큼의 고통을 남도 느낀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걸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 듯하다. 분노를 통하거나, 아니면 슬픔이나 대화나 유머를 통하거나. 물론 마지막 부분이 제일 좋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사실은 눈물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다이애나 효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죽었다. 고귀한 왕세자비이면서도 평화운동을 위해 세계의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지뢰를 캐내던 그녀는 36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영국 국민을 비롯한 수많은 서구인들이 슬퍼했고 거리마다 그녀를 추모하는 행사가 벌어졌다. 전국이 눈물바다가 되다시피 했다. 영국 사회에 전례가 없었던 집단적인 슬픔이었다. 그 직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영국의 우울증 환자 발생 통계가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눈물이 마음을 치료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총격전을 겪거나 사고를 당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디브리핑” 이라는 집단상담을 한다. 트라우마(PTSD)를 제어하는 수단이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서로 모여서 고통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눈물을 흘리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든, 고함이나 비명을 지르든 심지어 욕설을 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고 시작한다. 대부분은 눈물을 흘리는 편을 선택한다고 한다. 고통의 기억을 눈물을 통해 밖으로 배출하고 나면 모든 신경정신과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경찰관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미네소타 주의 알츠하이머 치료연구센터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병치레가 잦은 이유가 잘 울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물은 심혈관질환에 해가 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깨끗이 제거한다.

“사람이 슬플 때 울지 않으면 다른 장기가 대신 운다”-헨리 모슬러 Henry Mosler(정신과 의사)

인간은 추도나 상조 등의 집단적인 위로를 통해 서로의 정서를 연결하고 공동체의 아픔을 치유한 역사가 있다. 오랜 인류의 지혜인 셈이다.

아픔이 있다면 눈물을 통해서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아무에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반응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말해줄 친구나 사람이 상대라야 할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먼저 그런 친구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상대의 반응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위로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자신의 아픔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가정폭력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폭력과 관련된 문제가 비껴가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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