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다 못할 영남알프스의 위용
말로 다 못할 영남알프스의 위용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6.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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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가지산

▲ 중봉(1168)을 배경으로 가지산에 오르고 있는 등산객
가지산(迦智山·1240m)은 밀양 산내면, 울산 울주 상북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영남의 지붕이라고 일컫는 산군인 고헌산,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 천황산, 재약산, 운문산군에 속하며 이 중 해발이 가장 높다.
육산과 바위산의 혼합된 형태를 보여주지만 가지산 정상과 쌀바위는 화강암과 바위의 위용을 보여주는 곳이다. 석남산 이라고도 부른다.
1000m이상의 수려한 봉우리들이 늘어선 이 일대를 대개 영남알프스라고 하는데 산과 더불어 신불평원, 간월고개, 사자평 등 평원이 발달해 있다.
가지산이라는 이름은 산 아래 석남사를 창건한 도의국사가 창시한 신라불교 종파인 가지산파(迦智山派)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산 정상석에는 한자 부처이름가(迦) 대신 더할가(加)자가 새겨져 있어 의아하다.
산행의 나들목이자 산 이름을 탄생시킨 석남사는 통도사 말사로 824년(헌덕왕 16) 도의국사가 창건한 절이다.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가 1959년에 복원됐으며 이때부터 비구니의 수련도량의 명성을 얻고 있다. 도의가 세운 석남사 3층석탑이 유명하고 그의 사리탑 부도는 보물 369호이다.
또한 가지산 남쪽  즉, 석남터널 쪽으로 연결된 능동산과 재약산 중턱에는 국내 최고의 신비, 얼음골이 있어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산행은 석남사를 기준점으로 시계방향을 따라 가지산 쌀바위 운문산을 거쳐 석남사로 회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산행에선 석남터널에서 가지산→쌀바위→운문산 우회→석남사로 하산했다. 휴식시간 포함 5시간 30분.

▲밀양에서 울주군 소재 석남사로 넘어가는 길의 굽이친 도로는 마치 지리산 성삼재나 정령치를 연상케 하는 꼬불꼬불한 도로. 터널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휴게소와 주차시설이 있고 산나물과 건어물 막걸리 등을 파는 가게 10여개가 줄지어 서 있다. 경북과 경남 울산이 만나는 지점으로 상호가 다양한 게 재미있다. 산내상회, 청도, 마산 ,부산, 창원, 울산, 호남, 경주, 양산, 창녕, 그 가운데 ‘옥이언니’도 끼어 있다.
“막걸리 사가세요”라는 아주머니의 말을 뒤로 하고 산으로 향한다. 도로 건너 석남터널 옆으로 길이 열려 있다. 터널에서 과속해 나오는 차량을 발견하기기 쉽지 않아 길을 건널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숨이 차오르는 된비알. 등산로는 지대목에 로프를 연결시켜 산행하기는 편하지만 많은 산행객이 오르내리면서 길이 넓어져 나무뿌리까지 드러난 것은 볼썽사납다.
 

▲ 별꽃
초입에 서 있는 안내판이 이 산이 철쭉의 산임을 알려준다. ‘가지산 철쭉’은 천연기념물로 석남터널과 가지산 능선 98만1850㎡의 면적에 철쭉 22만그루가 군락을 이루는 국내 최대규모다. 특히 하얀 철쭉은 희귀종으로 유명하다. 한자 이름 척촉은 '꽃이 너무 아름다워 나그네의 갈 길을 머뭇거리게 했다'는 데서 비롯됐다. 5월 중순의 절정기를 지나 지금은 이파리만 성성하다.
15분 만에 능선 갈림길에 선다. 왼쪽으로 3.2km를 가면 능동산, 오른쪽 진행해야 할 가지산이 눈 위로 다가온다.
가지산 못 미쳐 1168봉에는 초록빛이 선명한 반면 뒷편 가지산은 하얀 화강암을 이고 있다. 다시 5분정도 더 고도를 낮추면 돌무더기가 있는 갈림길. 오른쪽 길로 2.2km 더 내려가면 살티마을이다.
나무계단을 따라 더 진행한 뒤 석남사에서 올라오는 합류지점을 만나면서 산길을 더욱 험해진다. 이곳은 다양한 동·식물 군을 보이는 것이 특징. 굴참나무, 당마거목 희귀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등산로를 벗어난 사람들이 약초를 캤는지 자랑스럽게 풀을 높이 들어 보인다.
 

▲ 다람쥐
동물의 움직임이 포착된 곳은 1168봉. 등산객이 버리고 간 귤 껍질을 물고는 횡재했다는 듯 부리나케 줄행랑을 치는 놈은 길고도 추웠던 겨울을 깨치고 나온 다람쥐. 저만치 달아나다 멋쩍은 듯 바위 끝에 서서 한번 뒤돌아보고 이내 숲으로 사라졌다. 산토끼, 노루, 족제비, 다람쥐류 멧돼지, 여우, 담비가 발견되는데 후자는 워낙 예민한 종이라 사람 앞에 나타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
1168봉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는 눈대중으로 족히 1시간은 걸릴 것 같이 아스라이 보이지만 실제 걸으면 채 30분이 안 걸려 신기하다.
안개로 인한 착시현상일수도 있지만 1168봉에서 고도를 낮추는 길은 긴 반면, 다시 가지산으로 치오르는 코스가 짧은 것이 이유이다.

▲ 가지산 정상
정상에는 화강암이 발달해 있다. 풍화와 침식으로 자잘한 낙석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왼쪽으로 영남의 지붕 산군이 펼쳐지고 산 아래, 석남사가 안갯속에 어스름하다. 오른쪽 30분 거리에 쌀바위가 더욱 가깝게 다가와 위용을 드러낸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등산객의 휴식처가 될 만한 시설이 하나 있는데 산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쌀바위까지는 20∼30분이 걸리는 내리막 길, 비교적 편안한 산행을 즐길 수 있고 중간 중간 전망 좋은 쉼터가 있어 풍경을 즐길 수도 있다. 쌀바위는 이 산줄기에서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40여m 높이에 서면, 발아래 낭떠러지는 정신까지 혼미하게 한다. 이 메머드급 바위아래 등산객에게 오아시스와도 같은 샘터가 숨어 있다.
옛날 이곳에서 수도 정진하던 스님이 바위틈 앞에서 작은 양이지만 매일 쌀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로 인해 스님은 마을로 내려가서 탁발하는 수고를 덜고 수도정진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탁발을 오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 산 아래 주민들이 스님을 찾아 쌀바위에 오게 됐고, 그간의 사정과 사실을 안 주민들이 급기야 더 많은 쌀을 얻기 위해 바위틈을 쑤셔댔다. 하지만 쌀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물만 흘러나왔다고 한다.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는’는 교훈적인 전설이다. 석남사까지는 울찔움찔 겁이 날 정도로 경사가 심한 하산길이다. 계곡물에 떨어진 때죽나무꽃이 하늘에 별처럼 예쁘다.

▲울주군 석남사에서 석남터널을 넘어 밀양 쪽으로 내려가면 고불고불한 도로의 끝에 얼음골 가는 길. 주차장에서 40여분정도 발품을 팔면 천연기념물 224호 신비의 얼음골이다. 매표소도 있어 입장료를 내야한다.
천황사 지나 돌산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찬 기운이 스미고 철책 너머 바위틈 결빙지에는 약간의 얼음이 보인다. 겨울 추위가 강하면 여름에 얼음이 많다는데 유난히 길고 추웠던 지난겨울을 돌이켜 보면 올 여름은 얼음잔치가 될듯하다.
얼음골은 천황산 중턱 해발 600m에 위치하며, 동·서·남쪽의 3면이 수십 m의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암석의 틈서리에서는 3~4월부터 얼음이 맺히기 시작해 7월 말∼8월 초에 가장 많은 얼음이 생긴다.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가 나오고 계곡도 얼지 않는다.
카이스트 송태호교수의 자연대류설에 따르면 “겨울철 차가운 공기도 무겁기 때문에 너덜의 아래쪽부터 너덜 안으로 유입된다. 차가운 공기는 여름과 가을동안 데워진 돌로부터 열을 빼앗으며 너덜의 위쪽으로 올라가고 열을 빼앗긴 돌은 너덜의 아래부터 점차 차가워진다. 그리하여 너덜을 이루는 돌은 겨울철의 냉기를 저장하고 내부의 공기는 서늘한 상태가 돼 초여름이 다가와도 너덜 안의 냉기를 유지하게 된다.
여름이 시작되면 겨울과는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너덜 내부의 차가운 공기는 밖으로 나가고 너덜의 상부로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는 것이다.
유입된 따뜻한 공기는 겨우내 냉기를 저장한 돌과 열 교환을 하면서 너덜 내부에 찬 공기를 공급한다. 공급된 찬 공기는 너덜하부를 통해 나간다. 결국 얼음골의 비밀은 냉장고의 냉동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너덜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너덜을 이루는 20∼30cm정도의 크기의 돌들이 약 500m 길이로 퍼져 있어야 되며 너덜의 경사는 40도를 유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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