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리는 왜 역사를 배우는 것일까?
칼럼-우리는 왜 역사를 배우는 것일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10 18:18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우리는 왜 역사를 배우는 것일까?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산타야나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읽는 셈이다. 여기서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을 모르는 것은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아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키케로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어린아이로 남아 있지 않기 위해 역사를 읽는 셈이 된다. 키케로의 말을 또 다른 말로 해석하면 ‘성숙한 자아’를 갖기 위한 것이고, ‘미숙한 자아’로 남아 있지 않기 위해 역사를 읽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우리는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과오를 찾고 이를 반성했을 때 비로소 발전하게 된다.

고려는 개국 이후 요동과의 전쟁을 위해 광군 30만 명을 양성하는가 하면 호족들의 반란으로 사병까지 득세했다. 그러나 요동 정벌이 일어나기 전에 거란의 침략이 시작되어 국토가 짓밟혔고 무신들이 조정의 요직을 차지하게 되었다. 거란과의 긴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안정되자 문신들이 등용되었고 무신들이 도태되기 시작했다. 환관과 문신들은 무신들을 철저하게 핍박하여 고려 제18대 의종 때에 이르면 절정에 이르게 된다. 고려는 문신들의 나라가 아니었다. 거란의 침략 등으로 항상 무신들이 정권을 이끌었다. 그러나 거란의 침략이 사라지자 문신들이 조정의 요직을 차지하고 무신들을 핍박하기 시작했다.

고려 내순검은 개경을 방어하는 군사들인데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굶주리는 일이 많았다. 이에 왕실 호위대인 견룡대를 이끄는 젊은 장교인 이의방, 이고 등이 반란을 모의하게 된다. “문신들이 우리를 너무 우습게 알고 있어, 이놈들을 모두 때려죽여야 돼” 이고가 이를 갈았다. “나도 더 이상 문신들의 횡포를 참을 수가 없다”이때 상장군으로 있던 정중부와 이의방도 이고의 말에 찬성하고 나섰다. “보현찰(普賢刹)에서 해치우는 것이 어떤가?” 이들은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의했다. 이 무렵 출처 불명의 동요와 참언이 고려왕도 개경에 나돌았다. ‘보현찰(普賢刹)이 어디냐? 글자 획수대로 도륙을 당하리라’ 보현찰은 사찰 보현원을 말하는 것으로 글자 획수는 총 35획이다. 그러므로 35명의 중요한 인물들이 도륙을 당한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이었다.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의 기록에 따르면 고려의 문신들은 늙은 장군의 뺨을 때릴 정도로 무신들을 업신여겼다. 무신들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절치부심하던 견룡대의 젊은 장교들은 의종이 보현원에 출행했을 때 반란을 일으켰다. 의종과 문신, 환관들은 호화로운 진수성찬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호위 군사들에게는 밤이 늦도록 음식까지 주지 않았다. “지금부터 문신들을 처치한다. 문신은 씨를 남기지 말고 도륙하라! 우리는 복두(幞頭: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홍패를 받을 때 쓰던 관)를 벗을 것이니 누구든지 복두를 쓴 자는 가차 없이 주살하라!” 이의방이 철추가 달린 철봉을 움켜쥐고 소리를 질렀다. “예!”교위와 대정들이 일제히 칼을 뽑았다. “가자!” 보현원의 파사정이라는 누각에서 술잔치를 벌이던 의종과 문신들은 경악했다. “무슨 일이냐?” 의종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폐하, 문신들이 배불리 먹고 취하여 노는 동안 우리 무관들은 굶주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문신들은 무관들을 노예 다루듯 함부로 하고 있으니 어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이의방이 의종을 노려보며 외쳤다. “무엄하다. 어느 존전이라고 일개 무관이 나서느냐?” 내시가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네놈이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구나, 그러면 네놈부터 죽어라!”이의방이 철추를 휘둘러 내시의 얼굴을 내리쳤다. 따라서 대원들은 환관과 문신들을 살육하기 시작했다. 보현원의 누각은 시체로 즐비했다. 이것이 정중부의 난, 또는 무신의 난이라고 불리는 고려 군인들의 반란이었다. 이후 의종은 폐위되고 고려는 무신들이 정권을 장악하여 무신정권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사드 때문에 찬반양론으로 시끄럽다. 우리는 지금 63년의 긴 휴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단 한 번의 전쟁으로 한반도 문명은 원시 상태로 추락 할 수 있다. 국방을 튼튼히 하는데 진보와 보수나,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창이 없으면 방패라도 튼튼히 해야 할 것이다. 국토방위에 헌신하고 있는 그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노고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