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갑을관계, 이제는 종식해야 할 때
기고-갑을관계, 이제는 종식해야 할 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10 18:18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선 /창원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2팀장 경위
 

박동선 /창원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2팀장 경위-갑을관계, 이제는 종식해야 할 때


갑을관계는 계약서상의 경제적 불평등관계를 기반으로 등장했다. 예컨대 갑은 판매계약에서는 "판매자", 근로계약에서는 ‘사업장’ 등을 의미한다.

막말로 칼자루 쥐고 있는 쪽. 근로계약서를 쓸 경우에는 갑이 주로 고용인, 사장, 기타 등등 우위에 있는 측이고 을이 낮은 측이다. 그래서 갑을관계라는 말이 나오면 이는 상하관계라는 말과 동일시된다.

근로계약서 상 원청, 즉 일거리를 제공하는 주체를 의미하기도 하며, 이 경우 하청은 을, 재하청은 (십간의 순서대로) 병, 정식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재하청만 받아서 먹고 사는 경우를 '병정놀이'라는 안타까운 용어로도 부른다.

이런식으로 만들어진 갑과 을의 관계에서 갑이 유리한 위치를 이용하여 을 측에게 무리한 압력, 요구하는 경우에는 '갑질한다'라고 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대기업의 횡포는 “노예 관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유난히 심하다. 이 관계는 지금껏 대한민국을 지배해왔고 이제는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대기업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갑을관계가 나쁜 방법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 하청관계, 판매자-손님 관계, 정규직-계약직 관계, 공직자-언론관계 등등이 있다. 언론 관련 문제도 마찬가지다. 언론 권력은 최근 무서울 만큼 성장했다. 나향욱 前 교육부 정책기획관(2급)이 경향신문 기자들 앞에서 한 실언이 문제가 되어 파면당한 사례가 있다.

갑을관계는 증오를 낳는다. 21세기 한국 사회가 건전해지는 데 필요한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어야 한다. 증오의 종언을 향해 나아가는 걸 전제로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시대정신일 것이다. 갑을관계를 지속해나가는 건 을뿐만 아니라 갑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갑이 존재하는 이유는 을의 희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생은 한계가 있고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갑의 횡포를 규탄할 수 있어서, 이제까지 숨었던 수많은 일이 드러난 것이다. 이제는 정의와 도덕이라는 관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익을 나누는 성장과 혁신 차원에서도 갑을관계의 타파를 생각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